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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08 02:55:52 |
Name |
youreinme |
Subject |
어느 유저. |
스타를 했다.
난 오늘 한 명의 유저에게 상처를 주었고, 두 명의 유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공방 삼대삼 게임을 했다. 엘리시키지 말아 달라는 유저를 아주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킬킬킬킬...> 기어코 elimination 시켰다. '어느 유저'가 게임을 나갈 때 걸리는 아주 잠깐의 랙현상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난 기뻤고, 그는 아마도 상처받았을 것이다.
또 삼대삼 게임을 했다. 초반에 우리편 한 명은 아웃되고 방어에 급급한 나, 부서지는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아까 그 '어느 유저'가 생각이 난다. <eli me not> 이어지는 말들은 이러했다. 호좁, 넌 10분 짜리야. 푸푸푸풋. <player youreinme was eliminated.> 난 상처받았다.
alt+f4를 눌러버리고야 만 오늘의 마지막 게임. 우리편 한 명이 도무지 뭔가 할 기미가 안 보인다. 저그 유저인 그는 해처리를 늘리고, 테크를 올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설마 설마 했지만, 마지막에 그 유저는 배신을 한다. 4:2 게임. 난 또 상처받았다.
내가 상처주었을 그 '어느 유저'의 아이디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상처를 준 '어느 유저'들의 아이디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s*****2, g*********1 용서하지 않겠어>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남에게 자신이 얼마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지 모를 뿐더러 관심도 없다. 나 역시,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남에게 입은 상처는 참 아프다. 비록 그것이 아주 작은 생채기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우리는 한없이 민감해진다. <난 소중하니까>
인터넷의 공간에서는 얼굴이 안보이니까,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니까 더욱 쉽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다.
빈번한 상처는 사람의 감각을 둔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더욱 자기 방어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모 사이트의 모 갤러리는 전자의 경우이고, 이곳 pgr은 후자의 경우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아까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서, 길거리에서 삥을 뜯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안 들기도 한다는 어느 일진 중학교 여학생을 보면서, '어느 유저'에게 <킬킬킬킬...> 상처를 준 내가 생각났다. s*****2, g*********1 도 생각났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나와 상처받았을 '어느 유저', vice ver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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