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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07 11:10:33 |
Name |
탐정 |
Subject |
[짧은 글] 두 남자 이야기 |
안녕하세요. 탐정입니다.
제 첫 글이 분에 맞지않는 추천게시판으로 갔다니..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참, 이글은..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인데, PGR에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Write버튼의 남용에는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더욱더 좋은 글로 또 찾아뵙기를 바라면서 ADIOS~
두 남자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의 모 PC방에서 일하는 스무 살 청년입니다.
고등학교때 공부는 안하고 매번 놀아서, 대학에는 가지 못하고 이렇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MT다 OT다 하면서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스무평 남짓한 공간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열시간씩 전자파에 노출되가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난 시절에 대한 후회감이 절 힘들게 하지만, 남자나이 스물이면 결코 늦은게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죠.
오늘도 그녀는 스타크래프트를 합니다.
뒤로 묶은 긴 머리에 흰 살결, 그리고 계산할 때 잠시 보는 그녀의 얼굴은 참으로 귀엽습니다.
키는 160이 될 듯 말 듯한 키에 살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몸매, 참 아담합니다.
그녀의 주종족은 테란입니다. 프로게임계에 극강테란들이 생겨나면서 수많은 테란유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녀도 아마 그 중 하나겠죠.
그녀는 매번 집니다. 컨트롤도 미숙하고, 테란을 운영하는 법도 모릅니다.
스탑러커에 매번 당하고, 하이템플러에 매번 견제당하면서도 꿋꿋이 마린만을 고집하는 그녀의 성격도 대단합니다. 아, 어제부터는 메딕도 뽑더군요.
그녀의 아이디는 ViNuS_jr 입니다. 비너스의 스펠링은 "Venus"라고 알고 있는데.. 참 귀엽더군요.
그녀는 매일 그렇게 스타를 즐깁니다.
10번하면 8~9판은 지고 그때마다 슬픈 표정을 짓지만 그때뿐입니다. 아마 10판 중 승리하는 한 두판을 위해 그녀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나봅니다.
매번 그렇게 지는 그녀가 안쓰러워, 저도 배틀넷을 켭니다.
제 아이디는 BlacK_Knight[H]입니다. 종족은 저그이고요.
안녕, 나는 위대한 테란의 해병대 소속 군인이다.
내 이름? 내 이름은 그냥 4760-M 이라고 해두지. 나의 소속번호이지.
군인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배틀크루져 조종사를 꿈꿨었는데, 지금은 총하나 들고 적진에 용감하게 뛰어들어가는 해병이 되었군.
하지만 그게 부끄럽지는 않다네. 모두 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부끄러울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 나도 언젠가는 저 하늘의 비행유닛들을 조종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네.
나의 사령관의 이름은 ViNuS_jr 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데, 실제로 본적은 없어서 모르겠군. 아마도 그렇게 명석한 사령관은 아닌 모양이야. Venus라는 이름을 ViNus로 쓰는걸 봐서 짐작해본걸세.
나는 지금 얼마후의 첫번째 전쟁을 위해 준비하고 있네.
"Guillotine"이라는 행성을 사수하는게 목표라더군. 그 행성에서 수많은 용사들이 저그군단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네.
소문을 듣다보니, 나의 사령관은 매번 패했다던데 제발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랄뿐이지.
아, 그 이야기를 빼먹었군. 이번에 출전준비를 하면서, 한명의 간호사를 알게되었다네.
그녀의 이름은 548-C 라고 하네.
그녀가 우리 조원들의 간호와 수술 그리고 내무반 청소를 맡고 있지.
아마 초보인것 같더군. 매번 실수투성이야. 한번은 우리 조원들의 속옷들이 서로 바뀌어있더군.
하지만 위대한 테란의 간호원 메딕답게 간호와 수술실력은 괜찮아보이네.
좀더 덜렁대지 않고 차분한 성격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건망증이 심한건지 일부러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매번 실수를 해서 조원들에게 크게 꾸중을 듣는다네.
우리 조의 조장인 나는 그래도 그녀가 측은해서, 내 할일은 내가 스스로 해놓는 편이라네.
오늘도 저는 그녀와 스타크래프트를 합니다.
그녀는 제가 누군지도, 어떻게 생긴지도, 몇살인지도, 남자인지도 여자인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아는 건 제 아이디 하나 뿐이죠.
그녀와의 첫 경기는 기요틴이었습니다. 저는 저그, 그녀는 테란이었죠.
실력으로는 그녀를 쉽게 제압할 수 있겠지만, 왠지 그렇게 하기는 싫었습니다. 일부러 잘 못하는 척,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져주었습니다.
힐끗 바라보니 입가에 미소가 보였습니다. 물론 제 입가에도요.
그녀가 한판 더 붙자네요. 마지 못하는 척 승낙합니다. 이번에도 팽팽한 대결 끝에 져주었습니다.
신이 난 모양입니다. 저와 친구를 하자네요. 저야 당연히 좋죠 ^^
그녀와 매일 이렇게 스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앗, 그녀의 마린과 메딕들이 보이네요, 이제 GG를 칠 시간입니다.
요즘 나는 뭔가에 홀린 기분이라네.
위대한 테란의 무덤이라던 기요틴에서 그것도 매번 패배한다던 나의 사령관과 함께 승리를 한 이후로, 매번 전투에서 이기고 있다네.
물론 매번 저그군단이고, 이번에 사로잡은 포로 저글링을 조사해보니 포악한 저그 사령관의 이름은 BlacK_Knight[H]이라더군. 더 무능한 사령관도 있는 모양이야.
내가 다칠때마다 응급 처치를 해주던 그녀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곤 하지.
매번 승리하고,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미소지으며 웃는다는 건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야.
앗, 또 출전할 시간이네. 테란이 강하다는 "Ragnarok"라는 행성이군.
또 한번의 승리와, 또 한번의 웃음을 향해 가야겠구만.
그녀의 이름은 신지우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하나, 안타깝게도 누나네요.
하지만 나이가 대수인가요? 저는 스물 두살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얼굴이 삭아서 믿을지도 모르죠 뭐.
그녀는 절 오빠라고 부릅니다. 스타 몇 판에 이렇게 친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전 그녀가 좋습니다. 편안해서 좋고, 예뻐서 좋고, 귀여워서 좋습니다.
전에는 길고도 긴 시간이었던 10시간이 이젠 3시간으로 느껴집니다. 그녀와 스타를 하다보면 손님이 부르는 소리도 잘 안들려서 사장님에게 혼났던 적도 있었죠.
그녀가 무슨 일인지 뒤돌아보더니 재밌는지 살짝 웃습니다.
아아, 매일 혼났으면 좋겠군요.
오늘은 그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픈걸까요? 아니면 바쁜걸까요? 혹시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요?
왜 이렇게 걱정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제 마음을 모르겠죠?
이런게 사랑인가봐요. 제가 드디어 사랑을 하나봅니다.
내가 장담했던 대로 우리는 매번 승리한다네. 매번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와 즐거운 파티를 하지.
나의 사령관은 혹시 그 유명한 "BoxeR" 사령관의 후계자는 아닐까? "NaDa""Xellos""Oov""SilentControl"은 아니겠지? 어쨌든 상관없지만 말야.
요즘 그 파티에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는게 요즘 내 인생의 낙이라네.
그녀는 나랑 동갑이더군. 하지만 오빠소리를 듣고 싶어서 두살이 더 많다고 뻥을 좀 쳤네.
이젠 날 스스럼없이 오빠처럼 대하더군.
오늘은 훈련이 있었어. 저글링과의 일대일 싸움을 배우는 훈련이었지.
사납게 교육시킨 포로 저글링과의 싸움은 아주 힘들다네. 잘못하면 그 날카로운 발톱에 살이 찢겨져나가지까 말야.
그런데 내가 실수를 해서 발톱에 찔려 큰 상처가 났다네. 흐르는 피와 쓰라린 고통을 참기 힘들어 기절을 했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그녀가 날 간호하고 있지뭐야. 그녀 몰래 실눈으로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맘이 많이 상했나봐. 괜히 실실 웃음이 나더군. 아아, 다치고도 상쾌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네.
오늘은 우리 부대에 출전명령이 하달되지 않았네. 사령관의 소식이 없다더군.
그 바람에 귀염둥이 그녀를 보지 못하게 되버렸어.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리네.
그녀와 지구로 돌아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이 긴박한 전쟁터에서 한가하게 사랑놀음을 생각하는건가?
정신차리자, 난 위대한 테란의 용사다!
하루를 쉬고 그녀를 봤더니 너무나 반갑습니다.
그녀에게 하마터면 반말을 할 뻔했지 뭐에요. 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몇판 더 하고, 그녀와 대화를 합니다.
앗, 그녀가 오프라인에서 한번 만나자고 하네요. 바보. 난 바로 옆에 있는데.
그녀가 눈치를 못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섭섭하네요. 사랑하면 마음이 통한다던데, 그건 아닌가봐요.
오프라인 약속을 잡습니다. 시간은 아침10시, 장소는 서울의 모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뭐 다들 그렇겠지만 좋아하는 여자와 데이트하러 나가는데 그냥 갈 수 있나요. 머리도 새로 다듬고 좋은 옷을 골라 입고 멋지게 차리니 장동건 뺨칠 미남이 탄생하네요.
솔직히 장동건까지는 아니고요, 헤헤.
그녀와의 약속시간입니다. 뒤로 묶은 머리를 풀고 치마를 입은 그녀, 곧 절 보고 놀랍니다.
PC방에서 매번 봤던 알바생을 못 알아볼 리는 없겠죠. 저 역시 시치미를 떼고 놀란척 다가갑니다.
그녀는 말솜씨가 좋습니다. 스타실력은 꽝인데, 이론은 박사네요.
스타크래프트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 화제가 떨어질 염려는 하지 않았죠.
다음 약속도 정하고 헤어졌네요.
진짜 오늘은 제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하루를 쉬고 그녀와 함께 전장으로 나가니 훨씬 더 정이 깊어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총알이 빗발치고 발톱과 이빨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그녀의 존재가 있기에 난 안심이 된다네.
만약에 싸우다 죽게된다면 그녀의 앞에서 멋지게 전사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왠지 그녀라면 날 위해 울어줄 수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
오늘도 어김없이 그 멍청한 BlacK_Night[H]인지 뭔지 하는 사령관이 이끄는 포악한 저그군단을 멋지게 해치우고 승리 축하파티를 했네.
승리 축하 파티에서 그녀와 함께 빠져나와 데이트를 했지.
그녀는 명랑한 아가씨답게 아는 것도 많고 재주도 많더군.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라고 만든 표현일거라는 확신이 드네.
승리 축하파티 후 야심한 시각의 데이트, 이거 기분이 나쁘지 않은데?
그녀도 좋은 모양이야.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이렇게 데이트하기로 했어.
짧은 해병대인생 최고의 날이로군.
이제 그녀와 사귄지도 일년이 되어갑니다.
전 그녀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저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게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제 실제 나이를 고백했을 때도 너그럽게 받아주더군요.
아직도 그녀는 절 오빠라고 부른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와 스타를 해요.
하루라도 스타를 안하면 이상한 것 같아요. 아직도 그녀의 스타 실력은 별로 는게 없지만, 그래도 재밌습니다.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 뜻이 이게 아닌것 같지만 상관없어요.
제가 지금 그런 기분입니다. 졌는데도 이긴 것처럼 가슴이 뿌듯합니다.
나도 그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우리의 사랑이 이대로 영원히 이어졌으면 합니다. 하늘에 기도할께요.
지난 일년간 그녀와 나는 생사를 함께하며 지옥같은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았다네.
포악한 저그의 사령관이란 녀석도 실력이 좀 늘었더군, 요샌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야.
며칠전에도 갑자기 튀어나온 저글링 녀석들 때문에 우리 조원 셋이 죽고 둘이 다쳤어.
나도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네.
하지만 그녀의 간호를 받는다는 생각만 하면 이까짓 상처가 수백번인들 어쩌겠어?
아참 고백할게 있는데 말야, 그녀에게 내 실제 나이를 가르쳐줬어.
첨엔 많이 놀랐지. 속았다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금새 풀어지더군. 그래도 날 오빠라 부르겠다고 했네. 뭐 자기 생일이 더 느리다나 어쨌다나..
그녀도 날 좋아하는 모양이네. 꽤 기쁘군.
아, 몇번을 말했지만, 그녀와 함께 지구로 돌아와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아.
제발 그렇게 만들어달라고 하나님께 빌어나볼까?
요즘 그녀가 이상합니다.
전화를 해도 바쁘다고 끊고, 제가 일하는 곳에도 발길이 뜸합니다.
저번엔 애써 잡아놨던 약속도 펑크를 내지 뭐에요? 화가 났지만 참았답니다.
점점 그녀와의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줄어듭니다.
그녀에게 져주는 시간도 점점 줄어듭니다.
내가 승리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듭니다.
왜 이럴까요? 그녀가 변한 걸까요? 아니면 제가 변한걸까요?
저는 변한게 없는 데, 그럼 그녀가 변한 거로군요.
그녀를 점점 보기 힘들수록, 점점 애가타고 보고싶어지는데, 그녀는 점점 절 피하려고만 하니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 자식의 얼굴을 후려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정말 그럴 리는 없겠죠?
요즘들어 그녀를 보는 시간이 줄어든다네,
전쟁이 없을 때면 그녀를 볼 시간이 많을 것 같았는데, 그녀는 간호사 교육을 더 받느라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야.
그나저나 왜 이렇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네.
혹시 전쟁이 끝났나 하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또 한번의 전투명령이 내려지더군.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말이네.
그때마다 그녀를 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때가 많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쟁터에 그녀를 보고싶어 나간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오늘 밤도 전쟁이 없는 모양이군.
앗! 비상명령이다.
"루나"라는 행성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군.
오늘도 그녀를 보고 달콤하게 웃을 생각을 하니 기분 좋구만..
또 한번의 승리를 위하여~~!
그녀가 며칠전 전화로 제게 고백을 했습니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네요.
그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끊어져버린 전화기를 들고 1시간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일도 나가지 않고 이틀동안 방안에서 울었습니다. 남자답지 않았나요?
하지만 그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결심했습니다. 그녀를 떠나보내기로요.
어차피 바보같이 울어봤자 필요없는 거,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자고요.
오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스타 한판 신청했습니다.
그녀도 마지못해 배틀넷에 들어오더군요.
왠지 슬픔이 느껴지는 "루나"라는 맵을 고릅니다.
그녀와의 마지막 스타크래프트...
그녀와의 마지막 축제인가요. 벌써부터 눈물이 나옵니다.
그녀는 역시 테란, 전 저그를 합니다.
저는 빠른 테크트리를 타서 러커를 생산합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마린과 메딕을 사냥할 러커를요.
러커 여덟기를 재빨리 만들어 네마리는 그녀의 길목에 스탑러커를 준비하고, 네마리는 드랍준비를 했습니다.
그녀의 바이오닉 병력이 진출합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그들을 보내주며 내 본진을 날리며 GG를 쳐야하지만, 오늘을 그럴 수 없습니다.
스탑러커를 선택후 스탑버튼을 누릅니다. 땅밑에서 가시들이 솟구치는게 보입니다.
그녀의 마린 메딕은 죽어갑니다. 빨간 피를 뿜으며 죽어갑니다. 순간 제 눈물도 뿜어져 나옵니다.
순간적으로 그 마린을 죽이면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본진을 농락하면서,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습니다.
왠지 그 마린과 메딕은 저와 그녀의 분신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죽어버린 그 인연이 저희와 똑같잖아요.
이젠 우리가 끝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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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됩니다. 그냥 그렇게 하지 말걸, 그냥 그녀에게 마지막 미소를 선물하고 돌아설 걸..
전 정말 바보인가봅니다. 너무 멍청해서 더이상 구제할 여지가 없는 백치인가봐요.
그녀가 떠나버린 스타크래프트 채널,
그리고 그곳에 비치는 제 눈물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녀의 얼굴이 왠지 불안해보이는군. 나까지 괜히 불안해지고 있네.
"루나"라는 행성 자체가 너무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나서 그런거겠지.
오늘도 승리하고 멋지게 돌아가는거야.
앗, 저기 러커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수많은 경험으로 그 정도는 대번에 알수있지.
정찰병이 조심스럽게 체크하고 대번에 건너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네.
께림직하지만 어쩌겠나. 위대하신 사령관의 명령인데. 그녀는 내 뒤를 따라 조용히 따라오고 있군.
그런데 이건 뭐지,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난 살기가 느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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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내 주위에는 피와 찢겨진 살과 피냄새뿐이로군.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도 이젠 찾을 수 없네.
이렇게 허망한건가.
이렇게 잔인하고 허무하게 죽는게 인간의 목숨이라는 건가.
그리고 이렇게 나약한 것이 사랑이라는 건가.
그녀를 어떻게 구하지도 못한채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는 것이 인간의 사랑이란 것인가.
아니겠지. 설마.
그건 아닐거야.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거라고 해야 맞는 거겠지.
어차피 전쟁터에 나와 다시 돌아간다는 건 너무 크고 헛된 소망이겠지.
지난 일년 반의 시간동안, 이 전쟁터에서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을 난 해왔잖아.
모두가 고함지르며 죽어가는 동안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꿋꿋하게 살아왔잖아.
그래. 그럼된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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