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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06 16:31:04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5 |
빙화(氷花)
-아직 네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같은 황작(黃雀-참새)은 너 같은 봉황(鳳凰)을 가르칠 수 없는 법이다.
“가십니까, 사형.”
“…….”
차일 아침에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중 무거운 목소리가 목덜미를 짓누르듯 들려왔다. 마재윤이었다. 이 것 익숙한 상황인데.
“그래. 내일 아침에 떠난다.”
“허면.”
“…….”
“전 어찌합니까. 이 넓은 지오장에 혼자서 지내야 합니까?”
침이 꿀꺽 삼켜지고, 식은땀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혹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뭐라고 말해 줘야 하나. 설령 할 말이 생각난다 해도 내가 이 녀석에게 모진 말을 할 수나 있을까.
“가시려면 저도 데려가 주세요, 사형.”
“그…….”
예의 강민처럼 모질게 뿌리치려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남 말할 처지가 못 되는 실력이지만, 저 귀엽고 앙증한 사제는 아직 수련이 필요하다. 사형으로서 깨우침을 줘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어찌하여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건가.
“사형, 왜 아무 말이 없으세요.”
“아… 안 돼. 안 된다.”
마재윤에 재촉에 최대한 짧게 내뱉었다. 나는 왜 이리 부족한 것인가. 왜 이렇게 잘 하는 것이 없는가. 왜 이렇게 약한가. 왜 이렇게 조그마한가. 등 뒤에서 날 붙잡는 사제에게 작은 말이나마 해줄 수 없을 정도로. 봉황이 이런 봉황이 어디 있더냐. 이리도 약한 봉황이 어디 있더냐. 차라리 황작인 것처럼…….
******
스승님께 절을 하는데,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원망하듯이 바라보는 마재윤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도, 마치 강민이 떠날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 진실로 떠나고 싶었던 건 맞더냐. 맞다면 왜 이리 슬픈 것이냐. 맞다면 왜 이리 두려운 것이냐. 맞다면 왜 걸음을 떼지 못하는가. 서지훈은 대문 앞에 서서 큰 한 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가지 않겠다 스승님께 고할까. 네 곁에 있겠노라 사제에게 고할까. 고민하는 서지훈의 뒤통수를 향해 일침이 가해졌다. 그 일침은 무서운 호통도 아니요, 근엄한 명령도 아니니 그저 언제나처럼 은근한 말씀이다.
“본래 봉황은.”
“…….”
“제 있던 둥지에 미련두지 않는 법.”
“…….”
“무릇 장부는.”
“…….”
“망설이지 않는 법.”
“…….”
“필시 무인은.”
“…….”
“뒤돌아보지 않는 법.”
******
아주 높고도 맑은 하늘이다. 비록 가을이지만 태양 역시 찬란한 빛을 뽐내고, 가을바람이 산들하니 아주 좋은 날씨였다. 어디론가 놀러라도 가고 싶은. 하지만 이대로 창을 놓고 놀러 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푸른 하늘은 허공을 뒤덮은 붉은 피 때문이요, 산들한 바람은 콧속으로 스며드는 피비린내 때문이라. 이대로 창을 놓기에는 일단 앞에 달려오는 졸(卒)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잖은가.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주창영을 휘둘러 공격해 오는 무사의 목을 벤다. 다시 한 번, 허공을 피가 채운다.
“하아. 하아.”
얼마나 베어왔는지 모른다.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정파를 칠 준비가 끝난 사파를 당해낼 수 없다 좌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허나, 지금은 입술을 깨물고 좌절할 시간도 아깝다. 사파의 공격은 강했다. 숨을 한 번 들이킬 때마다 한 번씩 창을 휘둘렀다. 얼마나 더 베어야 하는지 모른다. 얼마나 더 지나야하는지도 모른다. 수 없이 많이 휘두른 탓에 창 든 오른팔은 이미 예전부터 욱신거려왔다. 전세는 절망적이다. 지금이라도 몸을 돌려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한다는 핑계 삼아 도망가고 싶다. 허나 그 것은 무인으로서 용서받지 못할 대죄(大罪)이며, 이렇게 포위당했으니 마음이 도망간들 어찌할까.
“이야아아앗!”
달려오는 무사에게 창을 휘둘러 목을 찔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불쾌하지만 익숙한 감각이 이젠 지겨울 정도였다. 내일. 내게 과연 내일이란 단어는 존재하는 건가. 붉어지는 석양과,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내 눈으로 확인 할 수나 있을까.
“무슨 말이냐. 정녕 죽고 싶은 게냐.”
누구에게도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목숨을 위협받는 중압감에 지쳐 쓰러질 듯한 나에게 중얼거린 말이다. 아직,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켜라.”
“……?”
“비키라고 했잖은가!”
있는 힘을 다해 창을 휘둘러 한 무사의 가슴팍에 꽂아 넣었다. 난 아직 살아 있다.
******
전 편에 오늘안에 5편을 올리라는 협박도 있었고-_-
휴가를 가신다는 분도 있어서 오늘 한편 더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 이병민 전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강민 선수.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활약상을 정사대전에서의 활약으로 그릴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정말 힘이 납니다.
전쟁 씬 쓰기가 힘이 듭니다. 이번편은 어떤 작품에서의 전쟁을 참고
(사실 참고라기 보단-_- 하여간 많이 참조-_-)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혼자서 쓸 생각인데, 어찌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럼, 즐겁게 보신분들은 코멘트 꼭 부탁드립니다 ^^
아, 그리고 PGR에서는 하루에 글 많이 올리면 안되는 규칙은 없는겁니까?
또 다음화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것입니다. 전 누구래도 상관 없으니
여러분이 원하시는 선수의 이름을 적어주시면 그걸 쓰겠습니다.
<전격 예고 빙화 6>
-강민이라... 어울리는 이름이군. 내이름은 ***라고 한다.
-강 사형을 찾으려면 정사대전에 참가하는 수 밖에 없지.
-웃기는군. 난 지오장의 몽상가, 강민이다. 너 같은 녀석에게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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