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4/08/06 13:23:51 |
Name |
信主NISSI |
Subject |
글쓰기와 코맨트에 대해서 지겨운 이야기를 하나 할까합니다. |
최근의 제게 있어서 어려운 문제는 게시판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어렵다의 의미는 스스로 정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왜 어렵죠? 작문이 어려우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의 말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을 글로 정리해서 게시판에 올리면 물론 스스로도 뿌듯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라는 것은 염두해야 하지요.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뿌듯할까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랫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을 꺼려하고, 윗사람은 쉽게 가르치려듭니다. 우리에겐 애들이 장난을 하면 모르는 어른이 그 애들을 야단치는 것은 그래도 종종 보는 장면이지만, 외국인들에겐 굉장히 신기한 장면이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동방예의지국'이란 이름을 선사한 것일 겁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선 그렇게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질문을 잘 안한다던지, 어른들의 잔소리가 유독 심하다던지의 문제점은 있었지만, 관계 사이에 위아래가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죠. 위아래가 같다고 느껴지면 서로 어색해하거나, 도리어 반가워하면서 막역해지기 마련이죠.
우리나라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것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누구나가 동등한 입장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죠. 인터넷에선 대통령이고 뭐고 없습니다. 정말로 완전평등의 세계랄까요? 우리가 흔히 '오프에서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듯'을 강조하고, 왜 오프와 온의 자세가 차이가 날까 고민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에선 위아래가 없기에 자연스럽지만, 온에서 만나면 전통적인 원리에 따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위아래가 형성되죠. 오프모임을 가진 온라인커뮤니티는 다른 곳보다 문제의 부딪힘이 적게 나타나게 됩니다.(물론 익명성이 약해지고, 친분관계가 생기고... 이러한 영향도 많죠.)
우리는 동등한 관계에서의 인간관계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서로 어색해하면서 만남을 피하던가, 친한 친구가 되던가하죠. 그런데 이 두가지 모두가 이 곳에선 적합하지 않습니다. 어색해서 피하면 커뮤니티자체가 없는 것이고, 서로 친해지기엔 모두가 동등합니다. 그래도 이 두가지를 응용해서 어느곳에선 서로간에 윗사람을 대하듯 예의를 지키길 원하게되고, 또 어떤 곳에선 친구를 대하듯 허물없기를 원합니다. 이 두가지는 모두 옳은 소리죠. 그리고 말에 모순이 생기지만, 이 두가지를 병행해가야합니다. 모순이지만 병행하는거... 세상사는 진리 아니겠습니까? ^^;
바꿔말하면 이렇죠. 인터넷의 글쓰기(즉 의견제시)는 두가지 자세를 취해야합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객관적'인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의 생각에 충실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객관적인 생각은 불가능할뿐더러 그것을 내가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또 한가지의 자세,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귀 역시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다는 것은 내 주장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나만이 옳다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그렇다고 자신의 주장을 하지 말라라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동등해서인지, 모두가 가르치는 윗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인터넷이란 특성상 다수의 사람이 읽다보니 윗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듯 합니다. 동등하기 때문에 누구는 말하고, 누구는 듣고가 아니라 누구나 말하고 들어야하지만, 가르치기만하고 배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반대로 가르칠 생각없이 배우려고만 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사람들은 일단 문제를 만들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이겠죠.)
다른 사람의 글에 자신의 의견을 나타낼 때도, 즉 코맨트를 할 때도 글을 쓸때 만큼이나 신경썼으면 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툭 내뱉는 말은, 글을 쓴 사람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고, 혹은 다른사람의 신경써서 쓴 양질의 비판마저도 퇴색시킵니다. 우리가 게시판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이지만, 어떤 의견을 냈을 뿐인데 멍청한 다수로 취급받거나 혹은 특정한 한사람에게 이지메를 가하는 폭력적 다수세력에 포함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럴때는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한지 모릅니다.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내 애정어린 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양질의 충고를 해 줄때도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든데, 내가 혹시 이사람에게 전에 원한 산일이 있었나 싶게 맹목적인 비난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죠. 그렇지만 그런 것까지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글쓰기 버튼을 누르려니 너무 어렵기만합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다른 사람이 반대의견을 내는 것에 익숙할 수 있는 '의견 제시글'이나, 애초에 반대가 성립이 안되는 '기록정리글'만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나보단 남을 위해 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상대방을 나이로서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데 있습니다. 겨우 그런 것들 때문에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가슴아프고, 겨우 그런 것들에 의해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 간사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겠고, 많이 어렵습니다. 결국 나 자신의 기준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죠.
솔직한 심정으론 '모두 윗사람을 대하듯 예의를 지킵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 왜 그렇게 고리타분하게 사냐라고 말 하실 수 있겠지만, 예의를 지키는 편이 마음 편한 그런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솔직한 분위기가 좋아서'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술에 의존한 솔직함은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싫어하는 저같은 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예의를 지키며, 다른사람의 허물없음은 탓하지 않고 좋게 볼 수 있기를 오늘도 바랍니다.
외칩시다. 하나, 내 의견을 최대한 또렷하게 상대방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자. 하나, 나를 너무 과신하여 다른 것들을 쉽게 판단하지 말자. 하나,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했다면 그것을 찬성하든 그렇지 않든 감사하자. 하나, 배우자.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