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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05 17:15:13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3. +잡담 + 감사 말씀. |
빙화(氷花)
-예로부터 창(槍)은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 했으나, 그렇다고 창이 무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이든 그 것을 완벽히 수련한다면 그것이 차라리 무적이지.
보기만 해도 폭신해 보이는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지오장에, 어이한 일인지 메마른 삭풍(朔風)이 불어 닥쳤다. 본래 무공(武功)이란 수련을 쌓은 세월에 비례하는 법. 자신과 비교해 그 연륜(年輪)이 이미 압도하는 몽상가(夢想家-강민)를 마주보고 서있기만 해도 평소에 느끼기 힘든 위압감이 몸을 짓눌러온다.
“내 오늘 너의 사형(師兄)으로서.”
긴장한 서지훈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 저조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네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음을 주겠다.”
강민은 주창영을 높이 고쳐 잡았다. 한껏 날카로움이 선 날, 형형한 붉은색으로 물들인 창영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가 지오장의 몽상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무인으로서 겨뤄보기도 전에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는 법. 서지훈은 도를 뽑아 들었다. 도를 굳게 쥔 손이, 그의 확고한 투기(鬪氣)를 대변하는 듯하다.
“시작하기로 할까.”
듣기만 해도 뜨끔한 음성이 서지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뒤흔든다. 그리고 곧 주창영의 날 끝이 제가 노릴 곳을 점찍어 가리킨다. 그저 그 것뿐이다. 그 것 뿐인데도 조규남이 어이해 강민을 두고 천재라고 상찬(賞讚)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선수(先手)…….”
첫째라 강민의 말이 비수(匕首) 되어 박히고, 둘째라 주창영이 포효하듯 짓쳐들어온다. 주창영은 사냥감의 숨통을 노리는 맹수의 이빨처럼 서지훈의 미간을 물어뜯을 듯 다가왔다. 그 기세에 오금이 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크윽, 수(守)…….”
용케도 도를 휘둘러 주창영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단 한 번의 격검(擊劍)에도 손목이 아릿하고 어깨가 욱신거린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본체만체, 강민의 손을 따라 주창영이 허공을 어지럽게 선회했다. 덕분에 도를 쥐어 공격을 막아선 오른팔이 어지러이 회전하는 주창영에 뒤로 튕겨졌다. 그 사이 바라본 강민의 눈은 무서우리만치 무심하다.
“참(斬)…….”
창이란 본래 찌르는 무기. 그러나 검과 같이 양쪽에 날이 서있으니 종횡(縱橫)으로 베어 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래로 내리치는 그 기세가 실로 강맹하여, 그런 일 있겠냐 만은, 진실로 몸이 반쪽이 날 것 같았다.
“피(避)…….”
대련 때 항상 외치는 고언(告言)을 외쳤는지, 외치지 않았는지. 그저 망연한 두려움에 몸이 먼저 반응해, 땅을 구르다시피 하여 겨우 피했다. 허나, 그 와중에도 용케 손에 쥔 도를 놓치지 않은 것이 용했다. 하아. 하아. 몇 합 겨루지 않았는데도 절로 숨이 차온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짓밟고, 주창영은 다시 움직였다. 군동작이 없는 깔끔한 공격에 비해, 붉은 창영이 휘둘리는 기세는 현란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어설프게 맞았다간 그 충격에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무서운 공격.
-네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음을 주겠다.
주창영이 잡아먹을 듯 달려오는 순간에, 강민의 말이 생각난 까닭은 무엇인가. 아니, 이유가 어쨌든 이대로 대련을 끝내는 것은 너무 용렬(庸劣)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너져서야 어찌 훗날 무림을 평정할 최강자가 되랴. 순간 마음속에서 솟은 오기는 급기야 강민의 허리에 허점을 발견한다.
“격(擊)……!”
어떻게 주창영을 피해냈는지. 어떻게 제 몸이 강민의 허리를 향해 돌진하는 것인지. 알수 없는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서지훈의 고언(告言)이 힘차게 울렸다. 대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진실로 허릴 쳐낼 기세로 도를 휘둘렀다.
-도(刀)가 그리는 동선(動線)이 너무 길다. 끊음을 정확히 해야 허점을 감출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니.
아차, 실수다. 강민의 말이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쳤다. 어깨에 지나치게 힘을 많이 넣은 탓일까. 한 번에 끝내려는 욕심이 컸던 것일까. 아아, 이리하면 어떻고 저리하면 어떠랴. 어깨에 힘을 넣으매, 욕심이 컸던 탓이매 따져봤자 뭐하는가. 이미 주창영의 날카로운 끝이 제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을.
“훈아. 역시 많이 부족하구나.”
주창영의 창신 너머로 보이는 강민의 얼굴. 부족하다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 아아, 이제야 강 사형이다 싶었다.
******
예정되어 있었던 강민의 떠남은, 쓰지 못했습니다.
휴우, 이 대련 씬 쓰는데 지나친 정력을 쏟아부었습니다.
어찌나 힘들던지. 정말 더운 날씨에 진땀 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 작가분의
격검씬을 부족한 저의 필력으로 흉내내기엔, 역시 역부족입니까.
그 분은 전투에 대해 꽤나 냉정하게 바라보셨습니다.
초식명을 외칠 여유도, 상대에게 예의를 차릴 여유도 없다고.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전장. 그리고 실제 전쟁씬을 아주
훌륭하게 써내셨습니다. 언제 그런 실력을 가지게 될지, 정말 막막합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열심히 할생각입니다.
빙화를 올릴 때마다, 댓글 달아주셔 격려해주시고
또 보아주신 많은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뿐이 드릴것이 없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글을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봐주시면서-_- 댓글도 많이 달아주십시오.
사소한 것에 많은 힘을 얻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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