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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05 11:53:37
Name nuli
Subject 어제 버스에서 생긴 일
어제 일입니다.
저는 종로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퇴근시간이면 흔들리는 버스에서 자리도 없이 서서 1시간 넘게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제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넘 몸이 안좋아서 학원도 빠지고 집에 가려고 버스에 탔습니다. 겨우 자리에 찾아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타시더라구요. 그때는 이미 버스에 자리가 없는 상태였구요. 할머니께 기사님은 바로 뒤에 버스오니까 다음에 타라고 하셨는데 기어코 타시더라구요.
여든이 넘어보이시는 꼬부랑 할머니셨습니다.(비하는 아니고 할머니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할머니께서 "자리 좀 비켜줘유~" 그러셨는데 젊은 사람 대부분은 본척도 안하더군요.
할머니께서 제가 있는 쪽으로 점점 다가 오는데, 속으로 전 몸도 안좋고 하니 오늘만 아니면 다른 날 양보할게요라고 기도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급기야 그 할머니는 제 자리 버스 팔걸이에 앉으시는 겁니다.
전 아차 싶었지요. 절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버스 팔걸이에 앉기까지하는 막무가내인 할머니가 너무 미웠습니다. (힘드셨을테지만...) 모른척한 분들보다 할머니가 더 밉더라구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피곤하고  좌석버스에서 1시간 넘게 서가려면 힘든건 알지만, 운나쁘게 제가 걸려야 했는지에 대해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양보하면서도 기분 나쁜적 처음입니다.
버스에 서서 끓어오르는 화를 삭히며, 할머니의 삶의 지도를 새긴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양보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한동안 할머니를 원망했던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저는 너무 착하다는 생각을.....(헉!)
버스에서 생긴 작은 헤프닝을 써봤습니다. 그냥 일진이 안좋았다고 생각하고 넘기렵니다. 마무리가 이상해도 이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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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05 12:07
수정 아이콘
전 못참습니다 안비켜줘요
용수철~
04/08/05 12:14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나중에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 라고 장담하시겠지만.. 결국은 그렇게 됩니다...
우리가 노인이 되는 시점.. 젊은이들은 더욱 더 냉정해 질텐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죠...
남자는나무다..
04/08/05 13:00
수정 아이콘
제 눈에는 저 할머니가 잘못하신점이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만.....
여든넘는 노인이 흔들리는 버스에 서서 목적지에 가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실런지요...
저정도면 양반에 속하는 정도입니다... 더 심하신분들이 계실지라도...
웃으며 양보하는 禮儀를 알아갔으면 싶네여...
우리도 수십년후 저렇게 된다는걸 생각하시며...^^*
04/08/05 14:58
수정 아이콘
전 혹시 기절이라도 하신 줄...^^;
04/08/05 15:01
수정 아이콘
남자는나무다 님 말씀처럼 저정도면 양반입니다! ^^; 하지만 전 양반 수준을 넘어가면 절대 안비켜드린답니다. 싸운적도 있어요 -_-; 특히 다가와서 머리를 툭툭 치던 할아버지는 정말..
04/08/05 16:39
수정 아이콘
정말 착하십니다. 와우!
04/08/07 11:50
수정 아이콘
전 다리 깁스 하고 앉아있었지만...
어떤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계속 제 머리를 친적도 있답니다..
정말 억울하면서도 짜증이 확 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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