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4/07/31 10:42:48 |
Name |
morncafe |
Subject |
두꺼비 같은 딸, 제인이가 태어나다.. |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 전쯤에 태몽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지요. 그리고는 안팎으로 바쁜 가운데 지내다가 오늘 우연히 피지알에서 제 이름으로 올라간 글이 어떤 게 있나 보려고 제 아이디를 넣었더니 주간 피지알 리뷰의 글이 두 개나 나타났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댓 글이 하나 뽑힌 게 있었는데요. 그래서 웬걸 싶어서 두 번째 주간 피지알 리뷰를 읽어보았더니, 제가 올렸던 태몽이라는 글이 뽑혔더군요. 그냥 사는 얘기 올렸던 것인데 그렇게 뽑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달하고도 2주나 지난 지금에서야 보게 됐네요.
'태몽' 그때 이 후로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7월 14일 새벽, 두꺼비 같은 딸, 제인이 태어났습니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 먼저 글에서 임신하는 동안 아이의 이름을 줄리라고 불렀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날 아내와 심사숙고한 끝에 영어 이름인 Jane 으로 결정을 했고, 한글 이름도 제인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제인은 피는 한국인이지만, 법적으로는 미국인이 되었네요. 아직 한자 이름은 아직 확정하지 않고 후보만 정해 놓았지요. 예쁠 제, 어질 인을 써서 仁 또는 임금 제, 어질 인의 帝仁 중에 하나를 고를까 합니다. 그냥 딸이라서 예쁠 제를 써 볼까 생각도 하지만, 딸이라 하더라도 크게 키울 맘에서 임금 제를 써 볼까 생각중인데 집안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궁금합니다.
대략 18시간의 진통 끝에 제인이 태어났습니다. 전날 오전 11시에 진통이 시작 돼서 병원에 들어갔는데, 밤샘 끝에 새벽 5시 25분, 사랑스런 제인이 태어났습니다. 전 바로 현장에 있었구요. 그냥 있었던 게 아니라 직접 눈으로 제인이 태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힘 줄 때 다리를 하나 잡아서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진통이 오는 동안에는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옆에서 보는 제가 너무 안쓰럽더군요. 무통분만을 시도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많이 아파하더군요. 마지막엔 마취를 하면 아이를 낳을 때 힘을 줄 수가 없다고 해서, 결국 더 이상 마취는 못했습니다. 진통의 간격이 빨라지고, 시간이 됐는지,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진통에 맞춰서 아이를 낳기 위해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첨에는 까만 머리카락이 붙어있는 머리가 무슨 돌덩이처럼 보이더니 조금씩 커지면서, 아이의 머리가 나왔고, 그러더니 나머지 몸은 그냥 쑥 하고 빠져 나오더군요. 머리 하나 나오는 데 17시간 59초가 걸렸고, 나머지 몸 덩어리는 1초밖에 안 걸리더군요. 잠시 후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그 때까지 힘들어하던 아내가 '내 아기 내 아기' 하면서 아이를 부르니깐, 바로 품에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자 얼굴에 짓는 미소.. 그리고, 아이와의 첫 대면.. 지쳤지만 편안해 하는 얼굴, 아이를 향한 애정어린 눈길.. 음..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고통은 모두 잊어버린 거 같더군요. 마무리 하는 동안, 탯줄은 제가 직접 잘랐습니다. 무슨 신성한 예식을 치루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 아내가 새삼스레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럽더군요. 어머니가 강한 이유를 알 거 같았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새로운 생명을 낳았으니 세상사는 동안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생명탄생의 순간을 직접 목격한 저로써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피지알 회원분들 중에서도 아빠가 되실 분이 있으시다면, 꼭 직접 보고 출산의 경험을 함께 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군요. 아내와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되도록 자연 분만을 권합니다. 첫 출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담 날 되니깐 조금씩 일어나서 입원실 안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더군요. 제 후배 얘기로는 제왕절개하면 출산할 때는 편한데, 그 이후에 산모가 회복하는데 무지 고생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태어난지 이제 2주가 지났습니다. 아빠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유주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그리고 아직도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서 설거지 하기, 그냥 밥상 차려주는 데로 먹기.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배고플 때 말고는 거의 울지를 않고, 우유만 주면 잘 자는 편이라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새벽에도 자주 깨는 편이 아니구요. 아내도 회복을 잘 하고 있는 편입니다. 장모님이 오셔서 도와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되었구요.
근데, 아무리 눈 닦고 찾아봐도 태몽에서 본 두꺼비 같은 모습은 안보이더군요. 제눈에 안경이라지만, 두꺼비는커녕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이쁘기만 하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두꺼비 비슷한 걸(?) 찾았습니다. 다른 데는 모두 가는데, 두꺼비 뒷다리 마냥 팔뚝이 무지 굵더군요. 손바닥도 두툼하고, 뽀빠이의 팔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하품하고 나면 소리를 내는 데 그게 꼭 소주 한 잔 걸치고 나서 내는 소리랑 똑같습니다. 태몽에서 나온 두꺼비가 아마 금복주에서 나오는 두꺼비였나 봅니다. 근데, 사실 애 엄마는 조금 하지만, 저는 술을 전혀 못하거든요. 애가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아무래도 나중에 크면 술이 세지 않을 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아빠입니다.
한국이 많이 덥다고 합니다. 건강하게 올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