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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26 03:01:55
Name legend
Subject 낭만...그리고 프로토스 그리고 우주류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다시 시작하던 그 시절은 프로토스의 낭만이 살아있었던 시기였습

니다.그 낭만에 반해서 프로토스를 선택하게 되었구요.요즘은 프로토스의 낭만은 사라지

고 어느새 실리와 이성으로 무장된 프로토스,하나의 법칙에 따라 전진하는 그런 프로토

스가 되가고 있고 저도 그렇게 프로토스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바둑계에는 우주류라는게 있죠.다케미아9단이던가..?그분이 창안하신 중앙을 선점하는,

기존 바둑의 구석(?)먹기가 아닌 중앙을 먹는 자신의 길을 걸으련다하는 형태의 바둑이

라고 들었습니다.

제 꿈은 낭만 프로토스입니다.낭만이 뭐냐?결국 그게 그거 아니더냐?그렇죠.낭만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뭐가 틀려지는건 아닙니다.단지 마음자세가 바뀌는거죠.전투에서 승리하

여 얻는 승률과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전투 자체를 즐기고 계산된 플레이가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런 플레이를 펼치는 프로토스.도저히 불가능할듯한 플레이라고

모두들 생각하지만 이게 내 길이다라며 전진하는 그런것...

지금까지 정석을 익히려고 하루에 10게임이상씩 하고 베스트리플레이들을 보며 그들의

플레이를 분석하였습니다.이제는 바꿀겁니다.

낭만 프로토스,우주류 프로토스.나의 길을 걷는 플레이...

...........앞으로 수백패정도해야겠군요^^;;;



ps.스타크래프트에서 우주류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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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4/07/26 03:10
수정 아이콘
우주류라는 말. 오랜만이군요.

스타계에서는 이미 낭만시대의 추억입니다. 낯선 말이 아니죠

[NaN]aozora 아이디를 쓰셨던 테란유저 김대기 선수가 우주류였죠. 독특한 플레이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했던.. "이기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이고 싶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선수였습니다.
04/07/26 03:11
수정 아이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의 우주류, 수많은 바둑팬들을 그의 우주로 끌여들였었죠. 저 역시 이국수, 조국수등 한국 기사들의 팬이긴 하지만, 다케미야 9단의 우주류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주류의 참맛은 넓은 중앙을 향해 나가는 그런 시원함과 호방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스타일, 불현듯 스타크래프트의 강민 선수가 생각나는군요.
04/07/26 03:13
수정 아이콘
아~ 김대기 선수가 그런 말을 남겼었군요. 정말 멋진 말이네요.
승리를 추구하는 프로의 세계에는 걸맞지 않은 말일수도 있겠지만, 우주류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즐이
04/07/26 03:25
수정 아이콘
낭만시대였죠 ^^
[S&F]-Lions71
04/07/26 04:14
수정 아이콘
김대기 씨의 여자친구가 무척예뻤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김대기 선수는 여러 스타크래프트 관련 게시판에서 항상 "적절한 운영"을 강조했었지요.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고수들은 "적절한 운영"의 의미를 깨닫겠지만 (특히저그)
어린 게이머들의 몰이해와 무지로 거의 매장되고 "아오조라"라는 아이디는 놀잇감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어쨌든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전술운영으로 한시대를 풍미했었는데
다케미야의 완성된 우주류에 비유되어 우주류라고 불렸다고 생각됩니다.

다케미야의 9단은 당시 귀와 변의 변화가 대부분 밝혀진 가운데 미지의 세계로 남겨진 중앙을 중시하는 기풍을 가졌었는데
어려서 부터 교육받아온 바둑영재가 아닌 뒤늦게 시작한 탓에 틀에 박힌 사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귀와 변을 지킬때 세력만을 두텁게 쌓던 시절에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으나
후에 상대가 귀를 지키면 변을 차지하고, 상대가 변을 파고들면 중앙에 세력을 쌓고, 상대가 두텁게 두면 실리를 차지하는 등
상대의 운영에 따른 유연한 운영으로 우주류를 완성하게 됩니다.
이런 부분이 아오조라 김대기 선수의 전술운영, 병력운용과 유사하여 "우주류 김대기" 라고 불릴만 합니다.
LowTemplar
04/07/26 05:14
수정 아이콘
우주류의 아픈 기억이.. ㅡㅡ;; 어릴 때 바둑 둘 때는 멋도 모르고 따라해 봤더라지요...
게다가 중앙에 집 지어 놓으면 변이나 귀 보다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이 존재하다보니 더 그랬을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중앙에 집 커다랗게 지어놓고 '이겼다 음화화' 하고 나서 계산해보면 역시나 집부족증.. 실리 부족증.. 오만가지 증상이 다 나타나서 쓰러져 버리는.. ^^;; 아무튼 그렇기는 해도, 다케미야상의 바둑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흑이건 백이건 삼연성이다!에, 여차하면 사연성까지 펼쳐내는 그 자유로움과, 저렇게 하면 어떻게 이기나.. 하는 상황에서도 이기는 모습을 보고 이상스러워 했더라지요.. 특히 모양 중시! 원칙 중시! 빈삼각은 NO!했던 미학적 일본바둑의 반항아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듯 합니다.

지금 바둑계도 예전과 같은 낭만은 적어졌지요. 연구생이나 원생을 거쳐 빠듯하게 경쟁하면서 이론에 능하고 완벽에 가까워지는 젊은 기사들이 득세하는 세계가 되었고, 옛 한국기원이 있던 종로 관철동의 낭만도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지 않을까요?
김재용
04/07/26 05:26
수정 아이콘
우주류가 반드시 '낭만'이나 치열한 승부와는 거리가 먼것이라고 할수만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상황에따른 대처방법이 딱딱 정해져서 굳어버린 정석과는 달리 미완의 여지가 많이 남이 있기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겠죠.
그러나 그것도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혹은 게이머라면
미완의 여지는 승리의 여지로 바뀌게 됩니다.
김대기선수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활동하고있는 선수중에는
강민선수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들면, 저그전에서 본진자원만으로 커세어,리버,발업질럿,사업드래군
템플러까지활용하는..
꿈에나 나올법한, 저 먼 우주 저편에서나 쓰일법한 그런 전략을
현실화 시키는 선수죠.
다께미야의 바둑도 그렇습니다. 힘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없이 약하지만
힘이 받쳐준다면 한없이 강해질수 있는..
영혼의 귀천
04/07/26 07:06
수정 아이콘
우주류.....는 피지알 낭만시대(?)의 유머입니다. -_-;;;;;;;;;;;;
초차원마장기
04/07/26 08:12
수정 아이콘
역시 예상대로 강민선수를 우주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그러니까 마인드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전 바둑에 대해선 거의 모릅니다. 그래서 다케미야라는 분도 당연히 모르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강민선수와 김대기 선수(지금은 선수가 아니지만요;)를 우주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보며 느낀바로는 두 선수 모두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 뛰어난 선수들이죠.
평소에 다른 선수들이 보여준적이 없는.. 생각조차 못했던 전술을 사용하니까요. (그래도 강민선수 플레이는 한번씩은 상상해봤던 전술들입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요.)
헌데 제가 받은 느낌은 강민선수는 게임에 이기기 위한 발상의 전환인 듯한 반면 김대기 선수는 그저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요즘 경향도 그러하고 여하튼 제 느낌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제 생각으로는 실리를 추구하는 우주류라면 강민선수를. (사실 박용욱선수도 우주류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정말 딱 틀에 박힌 정석플레이도 아니고 뭔가 변칙플레이를 하는것도 아닌데 무난하게 경기를 이기는 걸 보면 말이죠 -_-;;)
김대기 선수는 낭만을 추구하는 우주류라고 칭하고 싶군요.
초차원마장기
04/07/26 08:14
수정 아이콘
결론은 두 선수 모두 우주류입니다;; 그러나 글쓴분께서 말씀하시는 낭만에 좀더 부합되는 타입은 김대기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souLflower
04/07/26 09:07
수정 아이콘
김대기 선수 게임은 정말 엽기가 많죠....이길수 있도록 만들어온 전략이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게임이 훨씬많았고...실패도 많이했던...반면에 김동수 선수나 초창기 강민선수는 보여주는 화려함과 승리를 동시에 추구했던 선수였습니다....지금은 모르겠으나...챌린지리그때에 강민선수의 엽기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근데 그 엽기플레이가 지금 대저그전에 한 패러다임이 되어버렸더군요...^^;
Milky_way[K]
04/07/26 09:45
수정 아이콘
참 멋진 말이네요 낭만 프로토스...
'프로토스' 화이팅입니다.
04/07/26 11:37
수정 아이콘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NaN]aozora 가 네오게임아이 3위던데 김대기 선수일까요?
04/07/26 11:38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는 우주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플레이는 실리과 이성을 추구하고 그것을 위해 여러가지의 준비가 되어오기 때문에 우주류라고 하기엔무리가 있죠.
04/07/26 13:52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가 우주류죠.
그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사람이 거의없는점
그의 전략성을 따라가는 사람이 거의없는점
대세를 거스르는 점 등이 공통점이라고 볼까요;;
슬픈비
04/07/26 14:20
수정 아이콘
영혼의 귀천님// 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댓글을 쭈욱 읽어가고 있다가, 댓글을 보고 헤죽. 웃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즐거웠던 사람은 나름대로 즐거웠었죠.하하하...
하와이강
04/07/26 14:46
수정 아이콘
피지알 유게의 우주류.. 한때는 피지알의 대세였죠.. 아 옛날이여..
지구사랑
04/07/26 14:56
수정 아이콘
영혼의 귀천, 슬픈비, 하와이강님// 저도 (유게가 아닌) 자게에 왠 우주류? 하고 들어왔답니다. 그런데, 약간 주제가 다르군요. ^^;;;
다케미야의 우주류는 사실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고 본인은 자연류라고 불리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가장 자연스럽게) 이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냈는데, 주변 사람들은 거기서 낭만을 보았던 거지요. 창시자의 의도대로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한 예가 되겠죠. ^^;;;
그에 반해 아오조라님의 엽기발랄한 부분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것도 될까? 이렇게 하면 상대가 정말 놀라지 않을까? 이런 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야, 아오조라의 플레이는 그런 느낌이 강하죠.
엽기 대전 같은 것이 다시 (이벤트 성으로라도)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열린다면 날라가 우승할까요, 박서가 우승할까요? 리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엽기 대전에서 리치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브, 줄라이, 킹덤 모두 포스가 대단하지만 엽기 대전에서는 별로일 듯 생각되는 건 왜일까요? 의외로 저들 중에 우승한다면, 그거야 말로 진짜 엽기. ^^;;;
비오는수요일
04/07/26 17:41
수정 아이콘
스타계의 우주류에 근접한 선수는 몇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완성한다는 자체가 어찌보면 모순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우주류를 유연한 운영, 순간순간 맞서기보단 전반적인 흐름을 빼앗어 오는것으로의 정의가 가능하다면, 플토의 강민, 테란의 임요환으로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윤열선수가 그 끝의 언저리라도 밟을것 같다는 느낌이....
발업리버
04/07/26 18:18
수정 아이콘
김대기 선수가 활약할 당시는 아직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직업으로서의 의미가 미약한 시절이었기에 그런 플레이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기 선수도 나우앤덴에서 그런식의 말을 한적이 있었죠.
SNU medic
04/07/26 22:30
수정 아이콘
내가하면 낭만 남이하면 불륜
04/07/27 23:30
수정 아이콘
몇년 전 한창 바둑을 좋아할 때, 다케미야9단의 우주류 입문(실제 제목은 좀 달랐습니다.)을 보고 따라해보면서 무지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둑 실력이 일천한 것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다케미야9단의 우주류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자신 습관과 같이 되풀이하여 말하듯이, "이기기 위한 바둑은 얼마나 지루한가, 큰 뜻을 품고 자신의 길을 걸어라"가 그의 모토였다고 하니까요. 그가 한 때 일본 명인전을 3(4?)연패 하고 일본 최고의 자리에 다가섰던 것은, 그 자신 생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 크게 기여했지만, 그와 상대한 기사들의 형식에 얽매인 고정관념도 그에 못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둑에서 1집을 짓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돌 수의 계산은 아주 간단합니다. 귀에 지을 때는 세 수, 변에는 다섯 수, 중앙에는 일곱 수지요. 이런 기본 정리는 아무리 돌려 생각해 보아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케미야 이전 일본 기계에서도 "4귀生이면 必勝"이라는 말이 있듯, 일단 귀부터 선점, 변으로 세력을 펼치고, 이어 중앙으로 나아가는 돌의 흐름이 정석으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중앙은 잘만 경영한다면, 귀와 변보다 큰 옥토로 변모시킬 수 있지만(또는 변을 잘만 경영한다면 귀보다 큰 옥토로 변모시킬 수 있지만), 상대가 적절히 대응한다면 처음에 귀 혹은 변을 차지하고 중앙작전을 방해하는 상대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간단히 얘기해서 귀보다는 변의 경영에, 변보다는 중앙의 경영에 더 많은 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귀>변>중앙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인 기사들은 우주류의 중앙 혹은 변을 차지하는 작전에 방해를 해야 할 시점에서도 여전히 귀와 변을 중시하여 중앙의 요충을 빼앗기고 마는 우를 자주 범합니다.

요즘 얘기로 들어가죠. 요즘엔 모든 기사들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를 합니다. 최소한 귀, 변, 중앙의 관계에 한해서는 말입니다. 상대를 귀와 변에 가두고 중앙을 집 혹은 세력화 하려 해도, 상대 역시 귀와 변만 중시하는 한정된 사고를 하고 있지 않기에, 다음 수 혹은 다음 수의 적절한 시기에 귀와 변만을 지향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판 전체를 아우르는 요충을 차지하는 것이죠. "중앙이 귀, 변보다 같은 이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라는 기본 원리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 무리해서 중앙에만 투자하다가는 상대의 효율적 운영에 말리고 맙니다. 모두가 "귀와 변 중시"라는 paradigm에 머물러 있을 때는, "중앙 중시"라는 paradigm이 훌륭한 대체 paradigm이 될 수 있지만, 모두가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경우에는 "중앙 중시"라는 concept이 오히려 고정된 사고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위의 지구사랑님이 언급하셨듯이, 다케미야9단의 플레이는 오로지 중앙만 중시한 외골수 concept에 있지 않고, "귀와 변 (극단적) 중시"라는 당대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에 바탕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그보다 각종 기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위치하던 기사들 앞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있는 것이구요.

단지 그가 제창한 paradigm의 힘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많은 기사들이 이전까지 창조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던 "귀>변>중앙"의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더불어 다케미야9단의 우주류가 얻어내는 승률도 점차 낮아집니다. (모르긴 해도 본인의 기력이 쇠해간 측면도 있긴 하겠지요.)

같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표현해 "고정관념"입니다. 일부러 약간 왜곡하여 표현한 측면이 있어 말을 바꾸면, "얼마나 정석에 강한가"입니다. 여기서 정석이란 단지 돌 몇 수 놓아보는 수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나의 자극에 대한 상대의 반응, 다시 그에 대한 나의 반응과 이어지는 상대의 반응의 연속된 흐름을 정형화하여 파악하고 있는 일종의 지식 전체를 얘기합니다.

다케미야9단이 한때, "뭐하러 정석에 얽매이는가?, 나는 한 이틀걸이 기전에서 7시간 장고하여 눈사태형 정석-귀의 정석 중 가장 변화가 심하고 수순이 복잡한 소목 정석 중 하나-을 그대로 생각해내어 둔 일이 있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정석의 수순만 알고 의미를 몰라 그대로 따라만 두는 것은 독이 될수 있지만, 정석도 알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창의력까지 갖추는 것은, 정석을 몰라 처음부터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보다 분명 실전에서 힘이 됩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는, 기존의 지식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사고에 빠져들때 보다는, 수많은 고정관념을 섭렵하여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그 모든 고정관념을 아우르는 혹은 뛰어넘는 자신의 고정관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보다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게 뻔한 이치겠죠.

임요환 선수는 전성기 시절 (지금도 그런가요? ^) 자신이 자유롭게 사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의 고정관념을 역이용하는데 있어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분명 이 타이밍이 아닌데 나타나는 스팀팩 머린메딕, 타종족의 수송선에 비해 등한시 되던 드랍쉽의 적극적 사용 외 수많은 전략,전술,컨트롤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르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플레이어로서, 임요환 선수가 “엽기의 대가”(김대기 선수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재미라는 요소는 스포츠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죠.)가 아닌 “전략의 황제”로 인식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창의적 사고를 경기 전 충분히 실험하여 “이길 수 있는 정형화된 패턴”으로 만드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볼거리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고, 그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자신의 사고 안에 가두어 결국 승리하는 힘”을 갖춘 플레이어는 그가 어떤 스포츠에 있더라도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을 요소를 갖춘 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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