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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4/07/20 12:21:23 |
Name |
이끌아이 |
Subject |
팬클럽 / 서포터즈 |
모두가 함께인 것 만으로도 그 자리는 충분히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이유'입니다.
안녕하세요, PGR게시판에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요즘 집안 사정 상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또 그로인해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도 없던 차에 (실로 올해들어 개인적인 일로 외출을 한 것이 10회 미만이랍니다) 게시판 글들을 읽다가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라는 욕망이 강하게 들끓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아마 강도경선수 또래 정도의 여자입니다. 2년 전 쯤 친척 남동생이 게임방송 보는 것을 비웃다가 점점 빠져들어 이제 일꾼만 뽑다가 끝나는 단계를 지나 무조건 모든 테크 올리는 단계로 접어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 월드컵이 끝나고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 등의 선수들이 매우 인기를 모으던 시절에 뜻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축구경기를 구경가자고 계획을 세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수원까지의 긴 여정이었기에 저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후 2시 경기 시작에 맞춰 오전 11시(;;)에 친구 아버지 차를 타고 수원경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마음에, TV에서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기에 그리했던 것인데, 경기장 앞은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도... 직원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허탈한 마음에 매표소 근처에서 입장료를 살펴보며 어디에 앉을 지를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한 입장료에 s석을 제외한 모든 자리를 후보에 포함시켰고, 아무래도 서포터즈와 함께 하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s석을 제외한 자리 중 명당 a석을 꼽았습니다. 경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 골대와 골대 사이인 측면 중 가운데 s석이 있는 쪽이었지요.
오랜 기다림속에 설레임을 갖고 입장을 했습니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관중들이 언제 이 많은 자리를 메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먼저 자리가 메워진 곳은 다름아닌 '저기서 경기가 보이겠어?' 라고 생각하게 만들던 골대 바로 뒷편의 c석!! 그곳이 바로 저희가 기다리던 수원삼성블루윙즈 서포터즈가 차지한 곳이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현대와의 경기에서 샤샤선수와 데니스 선수 등 외국인 용병선수들의 선전 속에 경기도 이기고, 열기도 뜨겁고 꽤나 재미있고 즐겁게 경기를 관전했지만, 왠지 자꾸만 c석쪽으로 눈이 돌아가고 동참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던 날이었습니다.
프로리그 결승전 관람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닮아갈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뜨겁고 가슴벅찰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
한 구단의 팬클럽이 되는 것이 그 구단의 경기 시 좋은 자리를 쉽게 확보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가까운 자리에서 잘 보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모여서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 그냥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번 돌아보게 하고, 웃음 짓게 하도록...
올림푸스 때 두 번 쯤 친구와 일부러 영화표를 그 시간 쯔음에 맞춰 끊고 슬쩍 메가웹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보다는 덜 하겠지만, 꽤나 이른 시간이었는데 의자에 가방들이 툭툭 던져져 있었습니다. 두번 째에는 의자에 왠 a4용지가 떡떡 붙어있었습니다. '이곳은 누구님동의 자리입니다. 2경기 이후 입석할 예정이니 그 전에는 미리 앉아계셔도 좋습니다' 이런 내용의 것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들이 모두 최근의 것들이 아니라 지금은 사정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릅니다. 다만, 어떤 특정 팀, 특정 선수의 팬이고 팬클럽이라도 모두 스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과 함께가 아닌 사람들의 발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나이까지 밝혔는데 상당히 서툰 글이어서 민망합니다. 오랫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뜸해서 더욱 말주변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선수생명도 길어지고, 스타도 계속되서 오래오래오~~~~래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올린 글이랍니다. ^^
축축하고 찌는 날씨지만 마음만은 항상 뽀송뽀송 행복하시고요, 저 심심한데 가끔 들리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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