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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20 02:54:27
Name 풍류랑
Subject [수필]마우스의 광택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USB 광마우스를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그냥 볼마우스를 사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어렸을 적에 내가 쓰던 볼마우스는 2버튼짜리로 만든 거친 것이었다. 심심할 때,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그리고 인터넷 전용선이 먹통이 될때, 나는 그 볼마우스를 길들이기 위해서 마우스질을 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문지른다. 그렇게 해서 길들여져 반질반질해진 그 마우스의 패드 위에는 상기된 내 얼굴이 어른거린다.

너의 매끄러운 USB 광마우스는 처음부터 부드러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길들일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알콜묻힌 면봉으로 렌즈를 닦아 내는 수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결코 너의 USB 광마우스는 옛날의 그 볼마우스가 지니고 있던 미세한 움직임, 볼의 움직임 그 밑바닥으로부터 솟아 나온 그런 미세 컨트롤의 의미를 너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우스만이 아니었다. 옛날 사람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문지르고 닦아서 광택을 나게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키보드나 모니터 스크린들은 그렇게 닦아서 길을 들였다. 키보드를, 스캐너를, 그리고 패드를 그들은 정성스럽게 문질러 윤택이 흐르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오랜 참을성으로 얻어진 이상한 만족감과 희열이란 것이 있다.

길드원들이여, 그러나 나는 네가 무엇을 닦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옛날 애들처럼 키보드나 마우스볼을 윤이 나게 닦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USB 마우스나 무선마우스는 너의 광마우스처럼 처음부터 인공적인 움직임을 지니고 있어 길들일 필요가 없고, 또 길들일 수도 없다.

길드원들이여, 무엇인가 요즈음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닦고 또 닦아서 사물로부터 광택을 내는 일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프로게이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문규라는 계성길드의 마스터는 프로게이머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무한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프로게이머가 부드러운 마우스질을 하고 상대에게 GG선언을 받아낼 때, 사람들은 그 순간, 그 부드러운 작업이 끝났거니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바로, 그 억척스러운 손이 다시, save replay를 눌러 리플레이를 저장하고, 또 리플레이를 재생하고, 자신의 경기를 돌아보는, 이중의, 정말 최종적인 광택이 솟아나게 한다.

길드원들이여, 우리도 이 생활에서 그런 빛을 끄집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맵핵 프로그램으로는 도저히 그 영혼의 광택을 끄집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투박한 마우스에서, 거친 패드에서 그 내면의 빛을 솟아나게 하는 자는, 스타와 승리의 희열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다.

-길드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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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년전쯤에 장난삼아 써본 글입니다. Jealousy.. 님의 요청으로(고맙습니다...ㅡㅜ) 용기내어 pgr의 첫글로 올려봅니다. 원래 작품은 제가 중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있었던 이어령 님의 '삶의 광택' 이란 수필입니다.

자유게시판이니까...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거죠?
에에잇, 계성길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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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20 07:21
수정 아이콘
볼마우스가 광마우스에게 서서히 밀려가는 시점에서 참 좋은글이네요
스타를 제외하고는 다른분야에선 이미 오래전에 광마우스의 시대가 초래하였지만 ..
글을 읽고나니 임요환선수가 생각나는군요
팬은 아니지만 요즘 쓰던 볼마우스를 못구하여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가 봅니다
마소구형, 미니휠, 게이밍 마우스... 전설의 3대마우스라 불리우는...
이제는 단종이 되어버려 오랫동안 쓰던 게이머들 조차 다른마우스로 바꾸어 가는걸 보면 가슴이 아프더군요
대부분의 패러디 를은 웃음을 주는데 이글은 감동을 주는군요
04/07/20 08:14
수정 아이콘
흠... 임요환 선수는 저번 첼린지 리그 이후로 마구에서 케텍이나 mx300쪽으로 옮길 생각이 있으신것 같군요 .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 쓰고있는 mx300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 ^^
게이밍 마우스는 임성춘 선수와 김동수 선수가 사용했었나요? 다른건 몰라도 게이밍마우스로 플토플레이 해보고 싶네요 ^^
04/07/20 09:53
수정 아이콘
마구.미니휠.다 써봤지만 역시..
제일 좋은건~ Mx300이더라.
wnrhkswjs~
MistyDay
04/07/20 10:11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박신영 선수 관련된 글인줄 알았습니다-_-;;
Jealousy..
04/07/20 10:17
수정 아이콘
흠 멋진글 -_-!
Jealousy..
04/07/20 10:18
수정 아이콘
저는 미니옵 쓰는데 친구 트래커+서페이스 써보니까 엄청나게 좋더군요
ㅠㅠ;; 후회하고 있음..미니옵두 처음 살 때 삼성마우스 대신 쓰니까 좋긴 좋았지만..
Jealousy..
04/07/20 10:19
수정 아이콘
계성길드라는 말은..닭 울음소리 길드?-_-+
김재용
04/07/20 11:40
수정 아이콘
미니옵과 미니휠을 둘다 꽂아놓고 사용하는데,
처음에 미니휠을 잡고 게임을 시작하다가
게임이 어려워지면 잽싸게 미니옵으로 바꿔잡고 플레이를 계속하곤 하죠
역시 볼마는 참 적응하기 힘들어요..
04/07/20 12:54
수정 아이콘
모카님// 초래보다는 도래가 더 어울릴듯 하네요 :)
자유시간
04/07/20 12:56
수정 아이콘
저두 미니옵과 미니휠 둘다 꽂아놓고 사용하는데.. 워크 할대는 미니옵으루..스타할대는 미니휠로 손이 가더군요^^;; 원래 온리 미니옵 유저였으나.. 미니휠을 손이 쥔 이후로,, 미니옵은 워크 계열로 밀려났죠,.
04/07/20 17:30
수정 아이콘
저는 mx300이 를 쓰고 있는데 전 광마만 써서 그런지 볼마보다 광마가 더 편하네요
케샤르
04/07/20 17:49
수정 아이콘
볼마를 써본지 어언 1년이 넘어가네요..
저의 광마 스토리는 오직 케이텍이라는^^;
버젼별로 다 써봤죠. 임요환 선수 아무래도 케이텍 신형 쓰실듯하네요.
계성길드...꼬꼬댁? 꼬끼오?
풍류랑
04/07/20 18:38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동문들끼리 만든 길드입니다. 학교 이름이에요. 啓聖...성스러움을 일깨운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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