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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7/18 04:24:36 |
Name |
Perditt |
Subject |
다시보기 - 프로리그 1R 결승전, 개인전 총 4경기 |
1, 3, 5, 7경기. 결승전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예측이 어려웠었고 그래서 더욱 흥미있었던 개인전 경기를 분석해봤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장문이 되었고, 선수들에 대한 존칭이나 경어체가 생략되었는데,
그 점 양해바랍니다.
제 1경기 박용욱(P) : 박경락(Z) - Nostalgia
ZvP에서의 노스텔지어의 왕도, 업저글링
전략의 고착화. 많은 경기가 펼쳐진 맵이라면. 또 그 맵이 일반적인 힘싸움 양상에 솔직한 맵이라면. 피할수 없는 그런 점이다. 특히 지상맵의 ZvP의 양상은 저그가 이른바 왕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고, 이 노스텔지어의 경우에는 맵의 특성상 그 왕도가 업저글링으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박경락이 선택한 체제도 바로 업저글링이었다.
초반의 전진 게이트의 파악은 결과적으로 박경락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전체적인 판도를 놓고 볼때는 단기전을 막았다는 것 이외에는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승부를 가른 순간은 박경락이 약간 드론을 째면서 저글링의 공방업을 기다릴때 들어왔던, 박용욱의 발업 완료 타이밍과 동시에 시작된 러시였다. 이 순간의 컨트롤 싸움은 거의 백중세였다. 둘의 컨트롤 다 무모하지 않았고, 침착한 싸움을 벌였었다.
다만 이 순간 박용욱이 선택한것은, 그 전투에 모든 것을 거는 병력의 추가적 충원이 아닌, 앞마당 확장이었는데, 이것은 틀린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스가 없는 맵의 특성상, 그리고 상대의 체제가 장기전이 될수록 화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업저글링이었던 이상, 그 판단은 박용욱에게 차선의 결과로 돌아갔다.
결국 프로토스의 타이밍이 박용욱의 확장 선택과 저글링 공방업 완료로 막힌 그 후부터는, 일반적인 업저글링 저그의 승리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박경락은 뛰어난 가스 융통 능력을 보여주며 하이브 테크로 가디언까지 띄워서 탄성을 자아냈고, 그것은 업저글링이 하이브 테크까지 타야 진정한 힘을 보여주는 것을 염두해둔 좋은 판단이었으나, 러커에 가스를 투자했더라도 대세가 달라지기는 힘들었다고 본다.
박용욱도 추가 가스 멀티를 계속해서 저지하는, 좋은 전투력을 보여줬으나 스톰과 아칸 공3업에 투자할 가스를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해지는 업저글링을 막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노스텔지어에서 프로토스가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업저글링의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것 같다. 분명 빌드 싸움에 따라 프로토스가 초반에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타이밍이 어영부영 막히면서 장기전으로 간다면,
갈수록 확장 공략에 지극히 유리한 업저글링의 특성상 프로토스가 추가적으로 가스를 가져가기가 너무나 힘들어질 수 밖에 없고, 또 저그는 충분한 가스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 즉 필요하다면 체제 변환이 너무나 자유롭다는 점이 언제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프로토스의 해법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확장을 가져가면서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거나, 저그를 원게이트 계열의 플레이로 흔들어주는 방법밖에 없을텐데, 그것은 단순히 이론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프로토스 유저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제 3경기 최연성(T) : 박영민(P) - Requiem
최연성...
레퀴엠에서 6시 테란이 TvP에서 갖는 어려운 점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입구를 막기 위한 서플라이 디팟의 위치를 언덕에 완전히 딱 붙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른 스타팅보다 다수의 드래군, 혹은 캐논으로 인해 수리를 위한 SCV를 붙이기 조차 어려워지게 만든다. 그렇다고 테란이 입구를 막지 않는다면 그 나름대로 난점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최연성이 꺼내든 카드는 본진주위에 안전하게 심시티를 하며 투배럭 바이오닉 체제였고, 박영민은 투게이트로 질럿을 얼마간 모은 후 사거리 업 드래군. 전략의 상성상으로는 프로토스가 컨트롤만 해준다면 그냥 동등하게 싸워도 이기는 조건이었고, 게다가 박영민은 언덕을 장악하고 있었다.
여기서 최연성의 판단이 진가를 발휘한다. 최연성은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지 않고, 질럿만 어느정도 잡아준 이후 벙커를 건설한다. 벙커의 위치가 너무 좋았는데, 드래군에 공격을 받기는 하지만 그 드래군들을 공격 할 수도 있었고, SCV가 수리하는데도 지장이 없었던 절묘한 위치였다. 이 벙커가 없었다면 박영민은 한번 돌파를 생각 할 수도 있었고, 컨트롤 여하에 따라 그대로 게임을 끝낼 가능성도 있었지만, 벙커로 더 좁혀진 입구와 백업 병력들을 어쩌지 못하고 입구에서 농성하며 확장을 선택한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박영민이 지극히 유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스타포트를 파악하는데도 성공한다.
하지만 이때부터의 전술적인 싸움에서는 최연성이 압승을 거두었고, 이것이 승부를 가르는 전환점이었다. 일반적인 테란의 프로토스 상대로의 드랍쉽 플레이는 일단 예측되면, 메카닉이었을때는 일정 수의 드래군만으로도 방어가 용이하지만, 바이오닉과 조합되었을때는 메딕과 지형지물때문에 프로토스는 다수의 드래군으로 잘 둘러싸던가, 프로토스도 역시 조합으로 방어해야한다.
그러나 박영민은 템플러 테크를 올렸으되 완전히 활성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드랍의 포인트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거기에 레퀴엠의 지형 특성을 이용한 탱크의 백업으로 본진의 넥서스를 지키지 못한다. 이후부터는 계속 여기저기 휘둘리면서 최연성의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프로토스 유저이지만 최연성의 경기 운영은 정말 넋을 잃게 만든다고 말할수밖에.
레퀴엠의 짧은 러시거리는 마치 'Bloodbath'가 생각 날 정도로 기본유닛부터 시작되는 극도의 컨트롤 싸움을 요한다. 그래서 눈을 즐겁게 하는 난전을 만들 소지도 높지만, 밸런스도 밸런스거니와 한번 실수로 끝나는 허무한 경기가 생길 확률도 그만큼 높다. 레퀴엠도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완충장치를 두었지만, 수정으로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는것이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며, 정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완벽한 밸런스라는 것 자체가 정형화라는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제 5경기 임요환(T) : 김선기(T) - Neo Guillotine
TvT Part 1 : 난타전 - 포인트 싸움
TvT는 기본적으로 상성싸움이자, 운영싸움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각 선수들간의 스타일에도 상성 관계가 물리는 1대1 경기에서 가장 복잡하고 오묘한 경기 타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요환의 투팩 애드온 업그레이드 벌쳐의 선공은 타이밍 좋은 골리앗 추가로 막히며, 그에 이은 투탱크 조이기 시도도 마인의 부재로 인해 수에서 앞선 골리앗에 막히게 된다. 김선기는 앞마당을 돌리면서 드랍쉽으로 임요환의 앞마당을 타격하나 레이스로 인해 큰 타격을 주는데는 실패한다.
서로간의 공격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가운데, 임요환의 드랍쉽이 김선기의 앞마당 커맨드를 들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김선기는 하지만 이미 추가 멀티가 완료되있었고, 본진에 드랍을 시도해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지만 SCV를 모두 대피시키고 잠시동안 자원채취를 못하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경기 진행 상황의 나열에 불과하다. 어쨌든 두 선수는 TvT의 여러 양상중 하나인 드랍쉽 난전을 벌이고 있다고 간단히 요약해도 무방한 상황.
그런데, 여기서 김선기는 골리앗, 탱크 반반씩 합쳐서 10기 정도의 병력으로 임요환의 무방비인 앞마당까지 순식간에 진격에 성공한다. 마침 전에 떨어진 드랍쉽에 의해 떨어진 SCV까지 거의 모두 잃으면서, 사실상 자원 채취 불능의 상황에 빠진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것.
김선기의 높은 화력 집중도도 좋은 결과를 낳았지만, TvT의 난전 양상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를 잘 잡은 것이 주효했다. 비슷한 자원 상황에서의 소규모 난전이 지속될때, 그러한 포인트의 장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승부는 급격히 기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포인트는, 중요한 자원줄을 끊는 것, 지상로를 장악해서 많은 가스를 확보 할 수 있게 되는 것, 생산 건물을 장악해서 추가 유닛을 끊는 것. 이 정도를 생각 할 수 있다. 누구나 승리를 위해 생각할 만한 요소이지만, 난전 상황이 되었을때는 이러한 포인트가 더욱 더 중요해진다.
최근에 있었던 서지훈과 이윤열의 패러럴 라인즈 3에서의 일전에서, 서지훈은 지속적으로 각 멀티간에서 교전을 유도하면서 팽팽한 상황을 만들다, 결정적으로 본진을 장악하면서 승기를 잡은 것도 오늘 경기와 비유할 좋은 예이다.
제 7경기 김현진(T) : 나도현(T) - XenoSky
TvT Part 2 : 장기전 - 한타 싸움
지상맵에서의 동족전의 '장기전으로 갈때의' 경기 양상을 간단히 요약해보라면, ZvZ와 PvP의 양상은 어느 정도 한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ZvZ는 저글링, 스커지, 뮤탈리스크 이 셋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느냐, 어느 타이밍을 노리느냐에 따라 초반 빌드와 운영이 달라지고, 후반으로 가면 공중을 장악하기 위한 가스 확보가 주가 된다.
PvP는 주력 유닛간의 상성이 병력의 비율과 테크트리의 상하에 따라 달라지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때문에, 한타 힘싸움을 위주로 견제용 유닛이 겯들여지는, 다른 타입의 종족전에 비해 비교적 무난한 진행이 주를 이룬다. 물론 다양한 기습 전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 두 타입의 동족간의 장기전 사이의 공통점이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시작부터 끝까지 주력간의 지속적인 교전이 이뤄지고, 한번 불리한 자원과 유닛 상황에 몰리는 쪽은 추가 멀티를 가져가기 상당히 어려워지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TvT의 장기전에서는 상황이 약간 달라진다. 빌드간의 가위바위보 싸움이 지나간 이후부터는, 지상으로는 탱크+터렛의 강력한 방어선을 서로간에 섣불리 건드리기 힘들기 때문에, 이리저리 우회하며 가스 확보를 위한 싸움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면, 비교적 열등한 자원과 유닛에 처해져있어도 난전으로 극복되는 경우도 있고, '암묵적인 합의' 하에 서로 싸우지 않고 남북전쟁 또는 동서전쟁의 상황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기는 후자의 경우이다.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길었던 것 같지만,
요점은 '동일 유닛 구성간의 대규모 한타 싸움은 이전까지 갖고있던 모든 이득이나 피해를 상쇄시키며, 그 한타 싸움의 승리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이다.
물론 재역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상대의 레이스 견제에 추가 멀티가 늦어지며, 한때는 가스 멀티의 차이가 2개까지 났던 나도현은, 거의 동등한 상황에서의 한타 싸움에서 완승하며 이때까지의 피해와 불리함을 모두 상쇄키며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
김현진 선수. 레이스 싸움을 하면서도, 배럭의 파괴 이후 재건설을 늦게 하면서 아카데미를 짓지 않아, 초반 4~5기의 클로킹 레이스 싸움에서 스캔의 부재로 그대로 후퇴. 또 멀티 공략중 상대의 레이스에 소극적으로 후퇴하며 다수의 레이스를 잃은 것. 결국 한타 싸움에서의 패배 이후의 표정에서 나타난 그 아쉬움이란...
비록 김현진 선수의 많은 경기를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경기를 펼쳐놓고 지는 경기를 보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점이 '왜 저 타이밍에서 공격을 안할까, 왜 그 상황에서 병력을 뒤로 물릴까' 였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야 선무당에 불과하고, 본인의 안타까움은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니. 하지만 좀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쳐준다면, 지더라도 후회와 안타까움은 더 적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다른 생각이나, 틀리거나 잘못된 부분 등 지적이 필요한 부분은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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