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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7/17 02:17:04 |
Name |
lovehis |
Subject |
'유통기한'에 관한 이야기 |
1.
한동안 혼자 살던 버릇인지 요즘 뭔가 먹는 것을 보면 '유통기한'을 보게 됩니다.
사실 그 동안 몇 번 유통기한을 넘긴 무엇인가를 먹고 맛이 이상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먹다보니 몇 번 곰팡이균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생기고 난 후에 생긴 버릇입니다.
뭐 아무거나 잘먹고 위장도 비교적 튼튼해서 먹고 탈난 적도 없지만, 그래도 뭔가
수상한 맛이 나면... 하루종일 좀 찜찜했지요.
하긴, 아무런 느낌 없이 잘 먹다가고 다 먹은 후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보면 조금
많이 찜찜하지요. '유통기한' 그거... 사실 단순한 숫자일 뿐인데 사람을 찜찜하게
만들다니... 숫자가 주는 무서운 힘 이랄 까요?
2.
아참... '유통기한' 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서움 보다 '유통기한' 이 써있지 않는 것들이
주는 것이 더 크다는 것도 부엌의 상식이죠. 예를 들어 제가 만든 반찬 이라던 지, 마늘
을 깐 후에 잘 다져 놓은 것 등등등... 부엌생활(?)을 하다보면 도무지 '유통기한'이 얼
마쯤 가는 것인지 상상이 잘 안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음... 그럴 때 저의 비장의 기술
을 알려 드릴까요? 무엇인가 의심 갈 때는 일단 먹어보고. 맛없으면 버립니다. 뭐 음식
은 맛 있어야 하니까. 조금 상해도 맛있다면 그냥 먹어버리죠. 음 맛있게 먹은 것은 배탈
이 날수가 없어 라고 굳게 믿으세요. 뭐 이런게 비장에 기술 이냐고요? 음... 뭘 모르시는
말씀, 그거 맛을보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를 모르셔서 그러는 것 입니다.
정말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릴 정도로 무섭죠.
한번은 소고기 장조림을 많이 했는데, 그 날 어딘가 가게 됐답니다. 그리고는 한 며칠
후에 집에 와서... 찬장 한구석에 놓아둔 장조림을 까먹고 한 1달쯤 지났나, 찬장을 청소
하다 보니 장조림이 살풋이 웃고 있더군요. 저도 웃으면서 먹어 주었죠. 음... 전 달인
이니, 사실 무서워서 가슴은 두근 거렸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맛이 좀 영... 그거 있잖아요. "쉰 장조림" 맛. 헤헤헤 아무튼... 그 뭐냐..."쉰 장조림"
맛이 나더군요. 무슨 맛인지 물어보지 마세요. 생각날려고 하네요. 아무튼 그래서 '눈물에
안녕'을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3.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유통기한'은 존재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된 사람이 2명 있는데, 아...사실 더 많이 있지만... 어째뜬
그 두 명은 얼굴도 본적은 없는 사람입니다. 단지 그냥 4천만의 메신저로만 알고 있는
사이죠. 그 중 한 명은 제가 뭘 잘못했는지. 요즘 좀 말 걸기 무섭더군요. 그 친구는
이제 저와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인지... 차라리 숫자로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않으니 유통기한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많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랫동안 알고 지네고 싶었는데... 사실 제 마음속에
'유통기한'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친구 마음속에 그것이 이미 지난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다른 한 명의 '유통기한'은 조금 더 특이하네요. On-line에서만 우리의 '유통기한'이
유지되는 것이지, 그것을 Off-line에까지 가지고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만나기를 이젠 포기했습니다. 뭐...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 착하니까...
'유통기한' 지난 것을 먹기는 싫으니까 말이죠.
4.
나 자신의 '유통기한'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 대략 60년 정도... 사실 태어
나고 한 10년 정도는 그 기간에서 빼고... 또 70세 이상은 이제 인생을 정리해야 하니까
또 빼고... 그러면 한 60년 정도 될 것 같네요. 뭐 크게 사고나거나 병들지 않는 다는 조
건하에서... 그럼 이제 한 3분의 1정도 지났군요.
"다행입니다. 아직 3분의 2나 남아서..."
30이 넘었다는 것이 이젠 초조하지 않군요. 아직 3분의 2가 남아 있기 때문에...
사실, 요즘 저 초조해 지고 있었거든요.
5.
"요즘 뭐 하냐?" 라고 저에게 물으신다면. 살살 도망가면서 "비밀 입니다..." 라고 소리
치면 '낭패'겠고... 사실,
예... 저 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얻는 휴가 같은 기분이라 까요? 책과 연애를 하고
있고, 가족과도 연애중 입니다. 동시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보니 조금 바쁘군요.
그래서인지 PgR에도 잘 얼굴도 못 비치고, 뭐 그런 것이죠. 연애질을 하면 친구들과
멀어 지잖아요. 그죠? 사실 될 수있으면 잠시동안저의 첫 번째 애인인 노트북과 따로
놀기로 해서... 다른 애인들이 제 첫 애인 을 질투하거든요. 역시 '인기남'은 후후...
아무튼 요즘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요즘 저의 조금 긴 휴가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음... 휴가의 끝은 언제나
서글프죠. 그 기분 아시나요? 냉장고에 먹을 것을 잔득 사다 놓고 행복해 하다가,
어느새 보면 하나도 없거나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의 기분 바로 그것이죠. 음 그래도
뭐... 쇼핑은 다시 하면 되고, 더 새로운 먹을 것들이 저를 기다릴 테니 그것으로 위안
을 삼죠.
"와라!!! 다 '먹어'주마..."
6.
'스타'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이지요. 뭐... 낙관론자들은 '좀 생각보다 오래 갈 것
이다' 라고 말을 하고, 비관론자들은 '지금도 시들고 있는 중이다' 말 을하고... 뭐 둘 다
맞는 이야기 같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유통기한'이 지나겠지요.
걱정이군요. 에잇!!! 그래도.... 저는 그러렴니다. 저의 비법을 동원하여...
"'유통기한'이 지나도 맛을 보고 맛있을 때까지 맛있게 먹는다" 입니다. 뭐... 맛있
으니 계속 먹어야겠죠? 음, '올드보이'에 '오대수'씨는 만두를 15년인가 먹어서 질렸
다고 하지만, 전 그보다는 더 오래 먹을 자신 있습니다. 전 만두만 먹는 것이 아니
니까요. 만두와 같이 오는 단무지도, 양파도... 그리고 짜장면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PgR가족 여러분 제가 만두를 좀더 오래 먹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은 저에게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짜장면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제가 맛있게 '먹어' 드리지요.
"잘 먹겠습니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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