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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7/09 06:32:56 |
Name |
skzl |
Subject |
게시판 분위기 지킴이와 게시판 민주주의(?) |
저 같은 사람은 게시판 민주주의 같은 것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은 그 이름에 걸맞게 가능한 자유로워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삭제의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 같은거 말입니다. 최근에는 어쩌면 이것이 현실성은 전혀 없는 다만 '도덕 강박증'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런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제가 '게시판 민주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사이트가 이사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겼던 일련의 트러블 때문이었습니다. 다들 프리첼 유료화 사건은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때에 유료화에 반대하여 사람들이 사이트 이전을 요구했습니다. 논쟁이 있었지요. 한 쪽은 당당하게 돈을 내고 떳떳하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자는 측이었고, 다른 한 쪽은 부당한 요금 지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이트를 매일 찾아오듯 하는, 실제 사이트에 가장 애정이 많았던 사람들은 모두다 사이트의 이사를 반대했습니다. 그 이유는 '게시판의 분위기' 때문이었지요. 이놈의 분위기라는 것이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니까요. 혹시나 사이트를 이사하게 되면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을 했던 것입니다.
운영진, 혹은 핵심맴버들은 사이트 이사를 반대했지만, 결국 합리적 의사결정인 투표에서 사이트 이사가 결정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사에 찬성했던 분들은, 현재 그 사이트에 한분도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프리첼 당시 운영자 측 몇몇만이 친목도모로 사이트를 활용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때 이후로 게시판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모두가 그 곳에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현재 pgr21에서도 제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문제에 놓인 것 같습니다. 이 공간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변해가는 게시판 분위기에 상당히 민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게시판 민주주의는 어딜가나 지켜져야 하는 당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제가 운영자일 때 게시판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본 저로써는, 어느 한 쪽을 쉽사리 손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아직은 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이 규모가 큰 사이트는 몇몇 깊은 애정을 가진 분들만의 열정으로는 운영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와 같이 가끔씩 문제제기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가끔은 실 없는 소리를 던져주는 사람들도 있어야 게시판에 활력이 도는 법이니까요.. 단소리 하는 사람도, 쓴소리 하는 사람도, 모두가 게시판을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주인공들이라 생각을 합니다. 물론 특별히 애정을 가진 몇몇 분들께 비하면 송구한 말이겠지요..
결과적으로 요약하자면, 위의 두서 없이 긴 글은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라"는 식의 발언이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야겠군요. pgr21을 찾는 사람들 즐거운 마음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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