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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7/07 22:16:39 |
Name |
Hong |
Subject |
챌린지 리그 다녀오다. |
7월 6일. 챌린지 리그뿐 아니라 스타 경기를 통틀어 처음 찾아가 본 메가웹.
TV에서 볼 때는 꽤 커 보였는데... 직접 와 봤더니 그리 큰 곳은 아니었다.
경기는 7시 시작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찾아간 6시에도 이미 앉을 자리는 없었다. 가방, 책 등이 미리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 짜증이 났다. 관전자들 중 여자의 비율이 컸던 건 임요환이라는 이름의 덕이었을까...
첫 경기의 주인공인 임요환 선수와 박영훈 선수는 6시 반쯤부터 나와 앉아서 손을 풀고 있었다. 메가웹은 점점 더 많은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하고...
'임요환 재수없어!' 임선수가 나타나자 뒤편에 서 있던 누군가가 한 차례 외친다. 뭐가 재수없다는 걸까.
대형 멀티비전으로 보이는 온게임넷의 화면이 챌린지 리그 중계를 예고하면서 장내는 열기를 더해갔다. 임요환 선수 컴퓨터 오른쪽에 자리한 오늘의 치어풀은 '나는 테란의 신이다!'
임요환 박영훈. 서로 2승 1패. 이번 경기를 잡는 자는 챌린지 리그 1위에 좀 더 가까워진다.
임선수의 팬으로 짐작되는 누군가의 선창. 그리고 뒤따른 '임요환 화이팅'이란 합창소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다.
마린 한 기를 생산하자마자 몇 개의 scv와 함께 치즈러시를 감행하는 임요환. 관전석쪽은 한순간 술렁이고, 도박적 플레이기에 왠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싶었지만, 그래도 임요환이기에 기대를 걸어 보았다. 벙커가 거의 다 지어지고... 우왕좌왕하는 드론들을 보며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본진에서 달려오는 저글링 여섯기. 마린 세 기는 잡히고. 빈 벙커 또한 허무하게 파괴된다. 재빨리 본진으로 회귀하는 SCV... 이제부터 자원이 없는 테란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시간이다. 서로 밀고 밀리는 접전이었지만, 초반의 러시 실패로 인해 승리의 추는 이미 박영훈 선수에게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결국 러커와 저글링을 적절히 활용한 박영훈 선수의 승. '지더라도 내 스타일대로 지겠다' 고 하던 어느 인터뷰에서의 임요환 선수의 말이 생각났다.
이 경기가 끝나고 몇몇 여자분들은 우울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경기 시작 전 누군가가 외친 '임요환 재수없어' 가 떠올랐다. 그가 임선수를 '재수없'게 생각하는 건 정말 임요환이 싫어서일까. 아니면 그를 좋아하는 팬의 맹목적인 추종때문일까. 나도 임요환선수의 팬이긴 하지만, 임요환선수를 신격화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행동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임선수가 정말 테란의 신인가? 임요환은 항상 이겨야 하는가?... 하지만 어쩌랴. 그런 팬들이 있음에도 임요환의 경기는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다.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건 주위에서 들리는 임요환에 대한 관심과 챌린지 리그 4번째 경기. 임요환-홍진호 경기가 끝난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관중들이다. 나 역시도 임선수의 경기가 아니라면 보러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번째 경기는 '이주영-홍진호' 두 선수의 경기.
바둑의 '서봉수 9단'과 더불어
'무관의 제왕' 이라는 말이 이 이상 어울릴 수 없는 홍진호 선수.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그에 대한 응원은, 그의 현재를 안타까워하는 이가 나뿐만이 아님을 실감케 해 주었다.
경기는 다수의 저글링을 활용한 이주영선수와 저글링보다는 테크를 빨리 올려 뮤탈로 승부를 보려한 홍진호 선수가 서로 우세를 주고받았다. 승부는 홍선수의 멀티가 결정했다. 홍선수의 멀티를 치러 간 이주영 선수가 잠시 본진을 비운 사이 홍선수의 뮤탈이 빈집털이를 해 버린 것. 신예 이주영선수가 임요환 선수도 이기며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한 듯 하다.
세 번째. 신정민-안기효.
캐논도배하는 프로토스는 짜증거리다. 캐논을 자기 진영에 아무리 많이 박아봤자 이길 수는 없는데... 신정민은 다수 멀티를 바탕으로 가디언을 대량 생산하고, 울트라를 앞세워 안기효의 진영을 공격하지만, 안기효 선수는 잘 막아낸다. 하지만, 역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지리하게 공격과 방어을 수행하던 3경기는 결국 안기효 선수의 gg로 끝이 났다.
네번째. 임요환-홍진호. 일명 임진록. 서로간 전적이 23승 23패라는 엄재경 해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해설자들의 멘트가 너무 작게 들린다. 일부러 그리 한 것인지..)여기저기서 확인한 전적이 제멋대로라 어느것이 정확한 건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선수가 서로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승전에서 만나면 번번히 무릎 꿇었던 건 홍진호선수였지만... 그랬기에 홍선수에겐 안티가 비교적 적은 건지도 모르겠다.
임요환 5시. 홍진호 7시. 맵은 테란과 저그에게 매우 공평한 노스탤지어...
이것저것 다 빼고, 경기는 임요환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예상대로 관중들은 우르르 빠져나갔고... 나는 그 게임이 끝난후에도 오랫동안 자리에서 뜨지 못하는 홍진호 선수를 계속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게임에서 진 선수들은 매우 예민해져 있어서 인터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홍진호 선수도 마찬가지였겠지. 벌처 마인으로 입구 조이기를 당하고, 계속 멀티가 파괴되면서도. 그렇게 승부가 기울어가는 걸 실감하면서도.. 그는 쉽게 GG를 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쉽게 뜨지도 못했다.
임요환선수가 홍진호선수를 상대로 치즈러시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해도 그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로 너무 많이 써워왔고. 그렇기 때문에 두 선수는 상대방을 너무 잘 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임요환선수는 이겼고, 홍진호선수는 진 게 아닐까. 게이머로서의 능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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