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7/06 08:42:23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역사잡담]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인물 - 중국의 김정호 서하객과 그의 어머니
16세기말 중엽에서 17세기에 중엽의 기간동안 명나라는 무능한 정권과 환관의 발호로 정

치적 혼란이 극심했습니다. 그러나 상공업과 수공업은 눈에 띄게 발전하였고 이러한 사회

적 풍토는 사물에 대해 분석적 합리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과학자들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

습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 서광계의 농정전서, 송응성의 천공개물 등의 약학, 농학, 과학기술에

관한 저서들이 나온 시기였습니다. 이때 중국의 심산유곡을 샅샅이 탐험하고 상세히 기록

한 여행가이자 탐험가인 서하객은 서하객유기라는 지리서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서하객은 30여년간 중국 각지의 오지를 탐험하여 지행선인(地行仙人)이라는 별명을 얻었

습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부유하였고 재산을 잘 관리하여 먹고사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

었습니다. 그러나 서하객의 증조부가 과거 시험에서 부정행위에 연루되어 곤혹을 치른 후

집안이 관리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서하객은 어려서부터 지리서를 좋아하여 글공부보다는 지리서를 탐독하였습니다. 동시

(童試)에 떨어지자 그의 부모는 과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여행을 말

없이 후원하였습니다.

그의 나이 열아홉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집안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호탕하고 활달한 성품으로 누구보다 막내인 서하객의 뜻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서하객이

스물 둘에 결혼해서 금술이 좋았는데 여행을 떠나지 못해 시무룩한 아들을 보고 "천하사방

을 지향하는 것은 사나이로서 당연한 일이다"하며 아들을 여행길에 오르게 합니다. 이때부

터 34년 간을 서하객은 탐험의 길에 오르게 됩니다. 어머니가 생존해있을때는 동정산(장

쑤성), 태산(산동성), 천태산(저장성), 황산(안후이성), 여산(장시성), 숭산(허난성)등 주

로 명산을 탐방하였습니다. 명산을 탐방하였지만 서하객은 유람이 아니라 탐험으로 폭포

나 호수의 수원지를 찾아내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전인미답의 봉우리를 오르는 등 탐

험을 위주로 하였고 이때의 기록이 서하객유기입니다. 그가 여행을 한지 삼년만에 그의

첫 번째 부인이 사망하자 서하객의 어머니는 젖먹이 손주들을 안고 "이 아이들은 걱정말

고 너의 길을 가거라"하며 서하객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1624년 어머니 왕씨가 여든이 된 것을 계기로 서하객은 여행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그

러나 그의 어머니는 "나는 건강하다, 못 믿겠으면 함께 여행하자"하며 인근의 명승지를 서

하객과 함께 여행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 마흔이 된 서하객을 두고 어머니는 세상

을 떠났습니다. 서하객은 자식과 아내들의 만류를 무릎쓰고 어려운 탐험을 떠나기로 결심

하고 당시 오지였던 중국 서남부 지역을 탐험하기로 합니다. 그는 이미 손주까지 둔 53세

의 나이로 힘든 여정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때는 친구인 정문화상과 고복이라는 하인

과 동행합니다. 정문화상은 자신이 피로 쓴 법화경은 계족산의 실단사에 봉납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서하객은 이 여행에서 산맥의 경로와 강의 수원지, 석회암 동굴등을 탐험했고 이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서하객유기에 남깁니다. 이 기록은 걸음 수 등으로 거리를 재고 측정하였는

데 현대의 계측기로 측정하여도 거의 일치할 정도로 정밀하였습니다.

이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는데 결국 산적을 만나 친구인 정문화상은 자신의 유골을 계족

산에 묻어주고 자기 피로 쓴 법화경을 봉납 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

다. 1년여의 여행 끝에 서하객은 친구의 법화경을 봉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사건이

생기는데 같이 동고동락하던 고복이 돈을 모두가지고 도망을 쳐버린 것입니다. 하인이 아

니라 고생길의 동반자로 친구나 다름없던 고복이 도망치자 서하객은 깊은 실의에 빠지지

만 계속 탐험을 하였습니다.  무일푼인 서하객이 어떻게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당시 정치의 주세력인 환관파에 대항하는 정치세력인 동림당이 그의 고향과 가까

워 그는 동림당의 젊은 개혁정치가들과 어울렸으며 이들은 중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가지

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행 중에 끊임없이 동림당 사람들로부터 원조를 받고 그의 탐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명나라는 기운이 쇄하여 가고 있

었고 젊은 선비들인 동림당 인들은 울분에 찬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중앙의 정치 세

력인 환관파를 견제하지 못하고 기울어 가는 나라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던 그들에게 서하

객의 여행은 자신들의 국토를 알아 가는 중요한 의식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힘차게 여행

을 하던 서하객도 결국은 병을 얻어 귀향길에 오르게 되고 1641년 고향에서 사망하게 됩니

다. 이후 불과 삼 년만에 명나라가 멸망하고 다시 2년후 청나라 군대에 의해 서하객의 일

족은 몰살을 당하게됩니다. 이때 서하객의 필생의 유작인 서하객유기도 대부분 소실됩니

다. 그후 이기라는 인물이 서하객유기의 행방을 필사적으로 찾아서 모으게 되는데 그는 바

로 서하객의 첩의 아들로 서하객의 본처에게 쫓겨나 이씨집안에서 성장하여 성이 다르게

된 것입니다. 얼굴도 본적이 없는 아들의 노력에 서하객의 유작은 일부이긴 하지만 소실

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소실되었다고는 하지만 남은 분량만도 10권이 넘는 분량이

며 그의 세세한 기록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가 젊은 시절 어머니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를 낼 수도 없었을 겁니다.

결국 서하객유기는 서하객과 그의 어머니 왕씨가 함께 이루어낸 걸작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젤란 Fund
04/07/06 09:58
수정 아이콘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중국사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잘 몰랐던 역사적 인물좀 올려주시면 더 도움이 되고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04/07/06 16:37
수정 아이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위대한 사람의 뒤에는 언제나 더 위대한 어머니가 계신것 같습니다~^^ 물론 이세상의 어머니는 다 위대하시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48 제멋대로 해석하는 도덕경 (1) [12] 라뉘3467 04/07/07 3467 0
5846 [잡담] "서울 하나님 것 됐으니 수도 옮겨야" [19] 루이3511 04/07/07 3511 0
5844 [올드리뷰] 임진록.. 그 최고의 승부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 1차전 [20] 하와이강5364 04/07/07 5364 0
5843 [역사잡담]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인물 -고구려의 명재상 을파소 [8] 총알이 모자라.3287 04/07/07 3287 0
5842 삼성에게 바란다 [36] 하늘사랑4516 04/07/07 4516 0
5841 김성제선수의 mbc게임 올킬 축하하며~ [9] desire to fly4778 04/07/07 4778 0
5840 여성디자이너가 쓴 "한국 남자들이 옷을 못입는 이유" [74] 샤오트랙14738 04/07/07 14738 0
5839 Boxer! 당신의 컨트롤이 그리워요~ [12] swflying4605 04/07/07 4605 0
5838 박경락 선수 어머니께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39] 하누라기4166 04/07/07 4166 0
5837 [영화]아는여자를 봤습니다. [20] 밀림원숭이2939 04/07/07 2939 0
5836 올드 게이머의 넋두리.. 라고 해야 하나? [6] Sulla-Felix3884 04/07/07 3884 0
5835 김성제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All kill 이라니...... [21] 클레오빡돌아5537 04/07/07 5537 0
5833 살을 빼기 위해 신문 배달을 하려 합니다.. [17] Ryoma~*3784 04/07/06 3784 0
5832 듀얼토너먼트 대진표 예상 [23] Altair~★4502 04/07/06 4502 0
5830 대한민국 군대가는 남자들에게 넑두리..~ [23] 니드2891 04/07/06 2891 0
5829 현재 확정된 듀얼 진출 선수...그리고 자리. [9] hero600(왕성준)4015 04/07/06 4015 0
5828 2년 동안 함께할 사람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17] 네오 이드3095 04/07/06 3095 0
5825 [끄적끄적] 한바탕 청소를 하고... [1] 케샤르2912 04/07/06 2912 0
5824 [잡담] 오늘 했던 어떤 분과의 아주 재밌었던 한판 [21] 티티3830 04/07/06 3830 0
5823 [잡담] '기생수'를 아시나요? [82] 동네노는아이5593 04/07/06 5593 0
5821 [역사잡담]내가 좋아하는 역사속의 인물 - 조선의 알려지지 않은 천재 송구봉 [10] 총알이 모자라.3441 04/07/06 3441 0
5820 [역사잡담]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인물 - 중국의 김정호 서하객과 그의 어머니 [2] 총알이 모자라.3460 04/07/06 3460 0
5819 신기한 우리주변의 일들~! [21] 샤오트랙3318 04/07/06 33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