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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03 05:26:01
Name 라뉘
Subject 손가락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짦고 못생긴 손가락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르다는것이 무엇일까..

제 손가락의 모양은 모두 각기 다릅니다.

또 엄지와 검지의 쓰임새가 다르고 손가락 마다의 쓰임새가 다르기에 내 손의 손가락은 5개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러면 제 손은 5개일까요?
손이 5개라면 더 많은 일을 동시에 할수 있겟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제 왼쪽 오른쪽에 하나씩 달려있을뿐이죠..

서로 그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너와 나는 다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봤자 같은 손가락이고 하나의 손이라는것입니다.

어떤것은 길고 어떤것은 짦지만 필요하지 않은 손가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길던 짦던 다 같은 손가락일뿐이죠.

우리는 나와 다른것을 너무나 쉽게 구분합니다.
나와 너는 다르고 우리와 너희는 다르다고 말이죠.

우리와 너희는 아군과 적군이 되고 나와 다른 너는 우리의 원수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편을 가르고 서로를 미워하는것은 같은 손가락끼리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꼴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모양도 다르고 힘도 다르지만 그래봤자 같은 손가락이거든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

어느날 손가락들 끼리 서로가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혔는데 아무런 할말이 없었던 약지 손가락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내가 없으면 니들 다 병-신손이야"

──────────────────────────────────────


물론 의학적으로 약지 손가락의 역활은 대단히 큽니다만 이 재밌지도 않은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수 있는것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는것이겠죠. 우린 다른것들을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하고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정말로 불필요한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것을 아껴주고 존중해야 하는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것을 미워하거나 증오하기 보다는 사랑해야 하는것입니다.


손가락들이 모여서 하나의 같은 손을 이루듯이 우리는 그 모양이 다르지만 같은 하나을 이루고 삽니다. 너와 나는 다르지만 같은 한국인일것이고 한국인과 일본인은 원수지간이라고 하지만 같은 동양인일것이고 동양인과 서양인은 다르지만 같은 사람일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힘없는 약지 손가락을 없애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자신을 4개의 "병-신손가락"으로 만드는것에 지나지 않을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은 우리 스스로를 병들게 할뿐이겠지만 왜 이런 사실을 항상 잊고 사는지 .. 이 세상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나 봅니다.

지금 키보드위에서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들도 내 일부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손가락들이 저에게 커다란 스승이네요. 이런 고마운 마음을 내 이쁘고 못생긴 손가락들은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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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 에서 로그인을 한게 오늘이 처음입니다.
꽤나 오래전에 가입을 했었는데 바보같이 가입하자마자 비밀번호를 잃어버렸었거든요.

그러다 몰래 동생 주민등록번호로 재 가입을 하려는 흑심을 품고 조인버튼을 누르고 하나 하나 작성해 내려가다가 갑자기 예전 비밀번호가 떠올라 로그인을 해보니 오른쪽 밑에 write 버튼이 이쁘게 자리잡고 있군요.  

pgr 의 많은 글들을 보면서 참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리플을 달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습니다. 많은 분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보며 정말로 멋진 글이라고 리플을 달고 싶었고 다른 게시판에서 끄적거리다가  스스로 마음에 드는글들은 이곳에서 평가받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러다 막상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때 보다 설레고 떨리네요. 다른 게시판의 가벼운 분위기가 아닌 글의 무거움이 잘 배여있는 이곳을 동경해왔기 때문이겠죠.




쓰고 나니 글이 참 길어져 버렸네요.
하지만 15줄이 넘으면 되는거죠?
너무 길다고 뒤로 버튼을 누르실까봐 3줄 요약 들어갑니다.  


"pgr 에 처음 로그인을 하고 처음 글을 쓰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떨리네요.
write 버튼을  누르는것이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지고 긴장되고 말이죠.  
손가락이 모두 다르지만 각자의 역활이 있고 각자의 가치가 있듯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pgr 이 저는 무척이나 좋습니다. "





ps: 박성준 선수가 우승한다에 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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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04/07/03 05:27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
왠지 굉장히 유쾌하게 읽어버렸습니다.^_^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뵈요~^^/
04/07/03 06:01
수정 아이콘
pgr에서 보고 싶은 글...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남겨주시길... ^^
04/07/03 07:20
수정 아이콘
아~ 좋은글이네요^^
이창우
04/07/03 08:27
수정 아이콘
"동감"이라는 영화대사가 생각납니다. 전부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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