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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6/27 08:40:14 |
Name |
해피 |
Subject |
누군가를 싫어하고 좋아하고 비난하고 응원한다라는 것... |
많은 선배 여러분들이 그러셨듯이 저도 2달간을 기다려서 이제야 글을 올릴수 있게
되었군요 ^__^ (그런데 글 쓰기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내일 군입대를 하게 됩니다.하하하)
우리는 당당히 게임도 스포츠라고 부를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포츠엔 선수가 있고 또 그 선수를 응원하는 팬이 있죠. 물론 안티팬도 존재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스포츠를 이루는 구성요소이고 또 이것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스포츠라는것 자체가 성립할수 없다라고 봅니다.
"더 팬" 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랍니다 ^^)
바비브라운 역을 맡은 웨슬리 스나입스는 극중 4000만 불을 받는 슬러거 타자입니다.
반면 길레나드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는 약간(?) 광적인 팬이죠.
'바비 브라운'은 '선수도 그저 한 인간에 불과하다.'라고 말하지만
'길 레나드'는 '선수는 팬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합니다.
(이런 입장차는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되지요.)
당연히 둘 다 옳습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되지는 않더군요.
전 선수가 아니니까... 팬 이니까... 후자의 관점에서
어떤 선수를 비난하고 싫어하고... 그런건 내 마음이다 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고 당연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금요일 질레트배 스타리그 8강의 첫경기. 최연성 VS 전태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 최연성 선수를 좋아하고 응원합니다.
싫어하는 선수는 딱 두명이 있는데... 그중에 한명이 전태규 선수 입니다.
당연히 저는 최연성 선수를 응원하고 전태규 선수를 비난하겠죠 ^^
그렇게 시합은 시작되고 갑자기 디스커넥트가 되었을때...
제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아시겠죠? ^____^
환송회다 머다 술을 마시고 재방송으로 보는지라 흥분도는 거의 극에 달했습니다.
재경기를 한다더군요. 온겜넷 규정에도 화나고 전태규 선수에게도 화나고
솔직히 그때 심정은 "전태규 불리하니까 일부러 한거다."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재경기가 끝나고... 결과는 최연성 선수의 승리 였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응원하던 선수가 이겼지만 기쁘지 않았고
싫어하고 비난하던 선수가 졌지만 기쁘지 않았습니다.
왠지 전태규 선수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도
이기든 지든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어보였고...(일부러 졌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영향을 준 사람중에 제가 있다라는 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경기하는 선수를 내가 욕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서도 회의감이 들더군요.
물론 경기 결과가 반대였다면 제 입장은 또 달라졌겠지요.
사람이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황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 이제 더이상 그 두 선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__^;;)
흠... 더이상이라고 말하기엔 제가 모자란 인간이라는 점이 좀 걸리는군요....
당분간은 어떤 선수를 싫어하고 비난하지는 못할거 같습니다.(그럴 여유도 없겠지요)
앞으로 당분간 PGR21 에도 거의 못들어 올거 같고.
스타를 보는 즐거움도 2년간은 맛 볼수 없을거 같아서 많이 섭섭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2년 뒤에는 다시 스타 중계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또 다시
... 누군가를 싫어하고 좋아하고 비난하고 응원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__^
그럼 전 이만 물러가고 2년뒤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남아계신 분들이
편안하게 스타 생활 할수 있도록 국방을 지켜야겠지요. 충 성 !!
P.S : 배경음악을 깔아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간에 언급했던 '더팬' 영화
엔딩송을 집어 넣어봤습니다. 문제가 되면 배경음은 안나오도록 수정하겠습니다.
제목은 02. Letting Go - Terence Trent D'Arby
(Written by Hans Zimmer & Terence Trent D'Arby)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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