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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6/10 16:12:05 |
Name |
Artemis |
Subject |
[잡담] 솔로 예찬 - 혼자인 시간은 나를 make-up 하는 시간일 뿐! |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이젠 키스하는 법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걷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을 홀로 지내 왔습니다.
그러나 별로 외롭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전혀! 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곁에 연인이 없는 걸 크게 한탄하거나 외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는 않습니다.
전 길 가다가도 제 눈에 예뻐 보이는 커플이 보이면 흐뭇한 미소를 띠면서 그들을 살짝 훔쳐보기도 합니다.
사랑의 열기가 예쁘게 묻어나는 커플들은, 글쎄요, 염장이라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더군요.
대신 공공장소에서 심한 닭살을 돋게 하거나 추태를 보이는 커플들은 요즘 속된 말로 '벩!'입니다.
사랑의 표현이란 드러내서 아름다울 때가 있고, 숨겨서 아름다울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생각해 보니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있어야만 한다,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을 때는 20살 때였던 것 같군요.
그때만 해도 20살만 되면 남자친구가 당연히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한창 빛나고 아름다운 그때, 남자친구가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애태운 적이 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쓸데없는 데 정력을 쏟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아름다웠던 건, 지금보다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이상이 충분했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초창기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죠.
세상 모든 유행가 가사는 다 내 이야기였고, 그 사람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안 되고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그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자유가 느껴지더군요.
그때 당시 엄정화의 <다 가라>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 맞아! 그래, 이런 것이지. 음하하하!" 하고 웃어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혼자 지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내 생활과 내 정신과 내 주변을 더욱 크고 알차게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아이러니하게도 내 세계가 커져 갈수록 그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좀더 둘러보게 되더군요.
'혼자'가 주는 여유로움 안에서 그동안 '함께'였을 때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된 것이었죠.
아주 오래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당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친구에게 그녀의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기다리기 힘들고 외롭지 않냐고.
친구가 말하길, 처음에는 할 일도 없고 심심하고 그리움에 안달도 나고 힘들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만 지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하더군요.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 내내 외려 자기가 정체되어 있을까 봐 겁이 났다고 하면서...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답니다.
그러면서 그러더군요. 남자친구가 제대하고 나면 할 것이 더 많이 생겼다고.
그에게 들려줄 얘기도, 그와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도, 그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도, 그와 다니고픈 곳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어디선가 '사랑은 입체적 거울'이란 대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이란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과 같은 것이라는 거죠.
누구나 한 번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난히도 신경 써서 예쁘게 꾸민 날, 거울 속에 있는 내 자신이 스스로도 예뻐 보여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던 적이 있을 겁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거울을 보면 그날따라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 싱긋 웃어 보인 적도 있을 거고요.
어쩌면 홀로 즐기는 시간들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
'사랑이라는 거울' 속에 아름다운 내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과정 말이죠.
외출할 때,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우리는 평상시보다 좀더 신경을 쓰고 더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관계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세계와 하나의 세계가 만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 세계를 어떻게 더 크고 아름답게 만드느냐는 두 사람의 몫이겠지만, 그렇게 만들기까지의 기본 베이스는 각자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그 시간에 충실한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초라한 커플도 많습니다.
전 실제로 그런 경우도 봤고요.
그럴 경우, 차라리 '화려한 싱글'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단, '초라한 싱글'은 최악-_-입니다.)
그리고 화려한 싱글은 언제까지나 싱글로만 있으란 법 있나요?
곧 또 다른 화려한 싱글을 만나서 화려한 커플을 이루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의외로 또 솔로는 솔로들끼리 통하는 거 아니겠어요?
(노트북 이야기 아니고요...^^;;)
혼자인 지금 이 시간에 애석해하고 외로워하기보다는 무언가 자기 인생을 즐겁게 신나는 것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내 모습에 의식 못 하는 어느 순간, 그 사랑이라는 것은 바로 내 곁에서 나를 바라다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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