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쌀밥보리밥이란 글을 유게에 올렸었습니다.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제 와이프가 임신 중인데, 임신 초기에 있었던 태몽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재미를 위해서 아내의 입장에서 재구성하였습니다.
물론 와이프의 검열(?)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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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한 줄 모르고 자꾸만 몸이 피곤하고, 조금만 음식 냄새를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 등, 여러 가지로 볼 때, 임신의 증상인 거 같았다. 그래서 임신진단키트를 사서, 검사를 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임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울음이란..., 물론 해서는 안 되는 임신이었기에 나오는 절망감의 울음이 아니라,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임신이 안 되는 게 아닐까 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결혼생활을 해오던 터였기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샤워하던 도중에 물을 줄줄 흘리며,놀란 목소리로 ‘무슨 일이고?’ 라며 대충 걸치고 튀어 나오던 남편의 모습이 어찌나 우습든지.. 하지만, 알다시피, 남편은 경상도 남자였다. 난 임신으로 인해 울만큼 기뻤는데, 남편은 기분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표현을 안 하니 알 수가 없었다. 말로는 ‘나도 기분 좋다’ 라고 하는데… 분위기는 영 아닌 것 같고.. 나중에 보니 정말 좋아하긴 하더라. 어쨌든 내 뱃속에 하나의 생명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는 거 같다.
그렇게 임신하면서 시간은 지나가고, (정말 입덧이 심해서 너무너무 고생했다 ㅠㅠ) 아직 아이의 성별을 모르는 우리는 뱃속의 아이를 그냥 주니어를 줄여서 ‘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은 임신을 하면 보통 태몽을 꾼다는데, 난 도무지 어떤 태몽을 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어느 때인가 꿈을 꾼 것 같았는데…. 남편도 계속 나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냥 기억 안 난다고 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을 했을 시기쯤에 꾸었던 꿈이 생각 났는데, 그것은 바로, ‘두꺼비’ 꿈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래도 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에겐 비밀에 부치고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남편이 물어보다 난 모른다, 기억 안 난다 라고 그냥 얼버무렸다. 그 후로, 성별은 아직 모르지만, 뱃속의 아이를 주니어를 줄여서 그냥 ‘준’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준’이라고 불러 주고 그랬는데….
산부인과에서는 임신하고, 대략 16주 정도가 지나면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기 미국에서는 성별을 물어보면 의사가 아들, 딸 상관없이 알려준다. 그래서 나도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살짝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우리 아기가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그러자, 의사 왈,
“딸이구만”
내심 아들이기를 바랬던 나는 약간은 실망은 했지만, 남편에겐 내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은 첫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딸을 원하고 있었더랬다. 검사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주고는 병원을 나설려고 하는데, 남편도 궁금했던 터라, 나에게 물어보았다.
“아들이가 아님 딸이가? 뭐라 카데?” (경상도 사투리 버전)
잠시 미적거리다가,
“딸….”
그러자, 남편은 무엇이 좋은지 입이 씨~익 벌어진다.
“그럼 앞으로 준이 아니라 줄리라고 불러야 겠네, 난 딸이 더 좋다.. 자기도 혹시 아들이 아니라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그래서 우리는 뱃속의 아이를 ‘줄리’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아예 이것을 영어이름으로 결정하였다. (줄리의 정식 이름은 줄리엣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중에, 임신한 얘기가 나왔고, 그 와중에 태몽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두꺼비 꿈 얘기를 했더니, 엄마는 아들이냐고 물어보길래, 엄마는 손자를 내심 바라던 터라 그냥 모른다라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통화를 우연히 듣던 남편이 하는 말,
“뭐? 두꺼비 꿈?, 그럼 떡 두꺼비 같은 딸? 하 하 하 ”
누가 경상도 남자 아니랄까봐, 이 말에 난 그만 울음을 터뜨려 버렸고, 남편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줄리’만 보면 싱글벙글이다. 떡두꺼비 같아도 좋다나?
난 걱정이 태산인데, 내 맘을 알란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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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줄리는 뱃속에 있습니다. 이제는 자기도 줄리라고 불러주는 걸 아는지, 이름을 불러주면 태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은 생명이 이렇게 살아있는 또 다른 사람의 몸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옆에서 직접 보니 신기하고, 너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줄리는 7월 중순 무더울 때 이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잘 자라고 있었는데 이제 순산하는 일만 남았지요. 와이프가 건강하게 순산해서 건강한 줄리가 태어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와이프의 배가 아무리 불러도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