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 없는 홍진호는 있지만, 홍진호 없는 임요환 는 없다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제가 그런게 아녜요 ㅠ_ㅠ; 저 옐로우 팬입니다)
냉정히 따지고보면 그럴법 하다..싶기도 합니다. 가장 강력한 임요환선수의 라이벌,
그러나 황제의 자리에 있는 그였기에 그를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은 모두 그의 라이벌
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역시나 임요환선수의 진정한 라이벌은 폭풍저그 홍진호 선수라고 생각되는건,
저 뿐만은 아닐겁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딜가도 전 항상 서론이 길군요^^;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전 스타크래프트를 2년 정도 했습니다.
(2002스카이배 박정석선수의 우승을 보고 스타에 빠졌죠)
그 후로 방송에서 보여주는 옛경기들..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그때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맛깔스러움' 도 즐겨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온게임넷은, 그런 올드팬을 위해
과거로의 회귀 를 노리는 듯한 맵들도 더럿 나오더군요.(레퀴엠의 테란 vs 저그의 관계가
주로 그러하다고 봅니다. 물론 후반가면 좀 테란이 많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그때랑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전 스타크래프트에 빠졌습니다.
전 이것저것 모든 게임을 거의 다 해보려 합니다. RTS, RPS,FPS,Sports, Adventure,
심지어 야겜까지..;; 저희집 사양이 허락하는 한에서 거의 다 해보려고도 하고, 많이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한 반년쯤 하다가, 어느정도 초보분들을 이길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
스타를 한 1년 그만뒀었습니다.
그러다가, irc 를 같이 쓰는 (irc 란 인터넷에서 지원하는 채팅서비스이며, mIRC 등이
그 채팅을 사용할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친구를 만나서 한게임 해봤습니다.
결과는 2배럭스 scv 6,7기를 동원해 들어오던 그에게 완패, 그 친구녀석이랑은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물어봤습니다. "지금 나 봐주는거여?" 라구요.
그 친구는 한참 대토스전 상대로 타이밍 2배럭 러쉬를 곧잘 하던 친구여서,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날부터 그 친구는 저의 라이벌이 되었습니다. 라이벌이라기에는 기량차이가 아주 많이
났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의 라이벌이었고 목표였습니다.
그를 따라잡고 싶어서 방송경기는 재방송까지 2,3번을 꼭봤으며.. 하루에 5,6시간씩은
꼭꼭햇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듯이 한거 같습니다. 하루에 10시간씩하는 프로들은..
초인이랄까나요^^; 그 친구에게 바요닉으로만 80연패, 메카닉으로만 50연패..
도합 130연패를 하면서, 전혀 늘질 않는 제 실력에 좌절해버렸죠.하하
(우습게 보이지만, 저에겐 그가 임요환 선수였으며, 이윤열 선수였습니다.)
그 무렵에 한참 우승자 징크스에서 허우적 거리던 박정석 선수.. 그리고
에버컵 프로리그에 진출해서 신기에 가까운 임팩트를 보여주던 최연성선수,
그때에도 이미 최강이란 소릴 들었던 이윤열 선수 를 보며 종족을 바꿀까 싶기도 했엇죠
...아, 이런.. 어쩌다보니 말이 엄청나게 어긋나버렸습니다; 하하 제가 뭐 언제나 이렇죠
-_-;;;
그리고 13X연패를 하던날, 전 이것저것 시도하던 테크들, 몰레 시리즈들 다 집어치우고
게이트-사이버-게이트 로 무조건 죽자고 몰아쳤습니다. 입구가 뚫린 그 친구 가
GG 를 치는 그 순간 정말 날아갈듯이 기쁘더군요. 그리고 다시 연패들이 이어졌지만요^^
제 스타일은 이것저것 다해보는 스타일이라고 평하고 싶지만 남들은 무식한 물량과..
라더군요. 그 시절 2002 스카이배에서 보여준 박정석 선수의 모습이 아직도 제 손에,
머리에 남아있는듯 하더군요.
여튼, 드디어 라이벌이라고 말할수 있는 입장까지 올라간 그 순간.. 그와 전 어느새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있었고, 매일밤을 같이했습니다.(이봐요..그게 아니라 노스텔지어
랑 신개마고원에서 매일밤을 같이했다구요-_-+)
자기랑은 안놀아준다고 토라진 애인의 잔소리를 들으며, 매일 같이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던 그 순간이.. 결국 절 삼수생으로 몰았지만(윽..;) 그리고 가끔은 놀지 말고
공부좀 할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게이머 인생 21년 중 가장 기쁘고 알찬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군대에 가버린 그..지만, 아직도 가끔씩 스타를
켜서 테란들을 만나면, 그보다 더 한 실력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만한 테란을
겪진 못했다고 생각이 드는건, 단순히 착각일까요. 아니면 그가 남긴 임팩트 일까요..
여튼, 제 경우에도 그랬습니다만, 어딜 가든 라이벌은 참 축복받은 존재인듯 합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수 있고 노력할수 있게 해주며, 절대 미워할수 없는 최강의 적.
이니까요. (여담입니다만 저와 그 친구가 게임 시작전에 주고받는 채팅은 GG,G_GL
이 아닌, juk il te da!!, juk yu ju ma..였습니다;)
여러분들은 각기 직업이 있고, 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입니다만,
대부분이 한사람의 게이머 이기도 할겁니다.
게이머로서 가장 축복받은 그 순간.. 라이벌이 생긴 경우가 아닐까요?
ps. 이 글은 3920 번째 글인 pritana 님께서 쓰신 '넘을수 없는 벽은 없네요' 를 보고
씁니다^^;
ps2. ...지겹게 긴 주제에 정작 쓴건 제 이야기 밖에 없군요;하하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