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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나왔습니다.”
그들이 주문한 탕수육이 나왔다. 지훈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였지만, 그 때 지훈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아버지가 질문을 건넸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했다. 지훈은 그 3개월간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단순히 스타크래프트의 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신과 삶과 같은 철학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에 생각했던 ‘단지 멋있고, 주변사람들의 말로는 재능도 있다고 했고, 이 빌어먹을 내신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라는 명분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이 겪은 수많은 일들을 아버지께 몇 문장의 말로 표현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무언가 중요한 핵심이 떠오르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첫째로 좋아요.”
아버지가 약간 눈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 아뇨. 그게 전부다 가 아니지만, 아무튼 좋아요. 무언가를 할려면 자신이 좋은걸 하는게 훨씬 낫잖아요? 안 그래요?”
“왜 좋니 그러면? 단순히 공부를 탈피한 게임이라서? 만약에 니가 프로가 된다면, 그 스타라는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 니 삶이 달린 일인데?”
‘...그래도 공부보단 낫다구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만, 왠지 설득력 없어 보여서 그렇게 말하진 못했다.
“그래, 그리고 또?”
지훈은 다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했다. 프로였던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선 먼가가 필요했다. 그 때, 태석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건방져 보이는 말이지만, 스스로 저는 게임에 센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사람들도 그랬고. 그리고 그 형도 피시방 아저씨도 그랬지만 3개월만에 이까지 온건 정말 대단한거라고 했다구요. 그리고, 그렇게 제 능력을 발휘해서 프로게이머가 된 뒤에는...”
그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단순하지만 제 게임을 보고서라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프로로 성공해서 단순히 ‘게임만 하기 때문에’ 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받고 한다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일 것 같아요. 아빠가 저한테 어릴적 그러셨잖아요. 커서 무엇이 되든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구요. 제 말이 스스로도 왠지 우습게 들리지만, 전 그래서 하고 싶어요. 제가 흥미가 있고, 능력도 안되는것도 아니구요. 이 길이라도 그럴 수만 있다면 전 정말 해보고 싶어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끝냈다. 그 때 자장면이 나왔고, 아버지는 아무 말 안하고 ‘먹거라’ 라고 말하였다. 지훈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난 니가 아직까지 철 없는 어린아이인줄 알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게임을 즐길려는 줄 알았고, 그래서 단순히 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줄 알았다. 그런 너를 처음부터 막고싶었지만, 난 너에게 시간을 줬었다. 시간을 주지 않고 무조건 니 생각을 짓밟아버리기엔 아버지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기 때문에였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잘 해주었고, 다시 한번 묻고 싶었다. 니가 정말 그 직업에 알맞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넌 내가 보지 않은 사이에 많이 성장했구나.”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가 말을 계속했다.
“프로라는건 힘든거다. 넌 아직 프로라는 골에 조금도 오지 않았어. 아직까지 니가 이룬건 아무것도 없지만... 너의 게임을 나도 기대하면서 지켜보겠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웃으면서 단무지를 건네줬다. 지훈도 그렇게 이해를 해준 아버지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방금 했던 자신의 말이 너무 멋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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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언제 오는 거라구요?”
“오늘은 Tomorrow game을 위해서 일찍 갔고, 내일 1 o'clock game finish 한 뒤에 온다고 했는데.”
어느새 커리지 매치 최종예선이 2일앞으로 다가 왔었다. 지훈은 아버지의 격려속에 더욱 더 실력이 향상되는것만 같았고, 이제 필요한 것은 태석과의 연습이였다. 그러나, 피시방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그는 내일 있을 야구 친선 경기를 위해서 오늘은 푹 쉬겠다고 하며 집에 갔다고 한다. 지훈은 그런 그가 과연 야구는 얼마나 잘 할지 궁금했다. 자신도 야구를 좋아했기에(특히 LG의 팬), 태석의 경기를 보면서 긴장도 풀고 싶었다.
“혹시 어디서 하는지 아세요?”
그 다음날, 학교를 마친 지훈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주까지 휴식을 취하신다던 아버지가 집에 와 계셨다. 지훈은 예전에 태석에 관한 얘기를 언급한 바도 있고, TV만 보시는게 심심하실 것 같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태석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은 한 고등학교였다. 지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에서 태석이 경기하고 있을 것이다. 지훈과 아버지는 그 곳에 도착하였다. 이미 경기가 진행된 듯 ‘한방 치자 한방’과 ‘삼진 잡아라’ 라는 말이 오고갔다. 러너는 1루에 한명이 있었다. 그들은 경기장과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지훈은 태석을 쉽게 발견할수 있었다. 61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당당하게 서있는 한 사람. 태석은 그곳에서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와인드 업. 주심이 ‘스트라익! 삼진 아웃!’을 외친다. 강력함이 묻어있는 포심 패스트볼이였다. 다음 타자도 삼진, 이제 2아웃에 주자는 1루였다.
“저 투수 잘 던지네... 제가 니가 말한?”
“네, 태석이형이요.”
순간 아버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조용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입으로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계속 중얼거리더니 크게 충격을 받은듯했고, 곧장 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태석? 혹시 이름이 강태석?”
“네, 맞는데요. 아세요?”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혼잣말 내뱃듯이 말했다.
“...모를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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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익! 삼진 아웃!’
태석이 세타자 모두 삼진을 잡으며 무사 1루의 위기를 잘 넘겼다. 지훈은 그런 그를 놀래키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있으세요. 제가 만나고 올테니까요.”
“아니,”
그의 아버지는 무릎을 잡고 으음 하면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같이... 가자.”
지훈과 아버지는 몇 걸음 걸은 뒤 태석의 눈에 띄었다. 지훈은 그가 자신을 환영하면서 반겨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먼저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하지만, 태석은 처음에는 웃는가 싶더니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갔다. 마치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사람같이.
지훈과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태석은 그 두사람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훈은 갑작스런 태석의 침묵에 순간 당황했고, 곧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분위기를 곧 이해가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지훈의 아버지였다.
“...계속하고 있었네, 태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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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점점 연재하고 싶지 않아지고 있습니다. 조회수도 적고, 반응도 시큰둥 하고, 제가 하는 노력에 비해서 왠지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지 않는것 같아서 이상하게 속상하네요. (물론 제 필력이 딸려서 그런거지만 말입니다.. T_T)
하지만, 몇 안되는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결까지 갈것이라고 다시 약속합니다. 그리고, 무기한 잠적기간 전까지 완결을 끝내기 위해서도 힘내야 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