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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30 02:15:52
Name 뉴[SuhmT]
Subject 즐거우면서도 우울한 기분이란..

에.. 안녕하세요. ^^; PGR 에 들어온지는 꽤나 되었습니다만, 이제 처음 글을 남겨봅니다
(사실 꽤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하하)

오늘 프로리그 최연성 선수 와 전태규 선수와의 경기는 다들 보셧을테고,
또, 다른 분들이 멋진 필력으로 감상을 잘 써놓으셨더라구요.
음, 그래서 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론, 전 필력도 모자라고, 스타실력도 미진해서 제대로 된 분석인진 모르지만,
일단 읽어주시고 틀린 부분이 있으시면 지적해주세요;

음.. 오늘 경기는 사실 한 가지의 사실을 알게해주었고,
한 가지의 기쁨과.. 또 한가지의 우울함을 남겨주었습니다.

일단 한가지의 사실.. 최연성 선수의 테크가 틀을 깨는가? 라는 답에 대해서는
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라구요.
대신, 이렇게 말해주겠습니다.
' 우리가 다 알고는 있지만, 새삼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준것 뿐' 이라구요.

일단 최연성 선수가 scv 안찍고 팩토리 빨리짓고 마린벌쳐 추가해서 그냥 밀고
내려왔다.  이게 뭐 간단한 요약입니다.

정상적인 '일꾼 제조' 시간에 그 돈 50을 아껴서 당장의 생산 타이밍을 앞당긴것,
그리고 제가 위에 말씀드린 '사실을 상기시켜준것' 이라는 것을 사용했다구요.

아, 뭐 복잡하고 어렵고 거창한것도 아닙니다. 기본이라면 기본인 사실이죠.
프로토스의 유닛은 토탈 hp가 많습니다만, 실드+HP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벌쳐는 소형유닛에게 강한 진동형 공격인데 드라군은 커서 맞아봐야 안아프다

두가지의 사실 다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걸 겹쳐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아시다시피 실드 에너지는 상대가 진동이든 뭐든 순수데미지가 그대로 다 들어갑니다.
즉, 실드에너지 만큼은 벌쳐에게 맞는다고 해서 안아픈게 아니라는거죠.
  
공격속도가 빠른 마린,벌쳐 3기씩이 아주 조금만 때려줘도 실드는 금방 닳아버립니다.
그럼, 남는건 실드 를 제외한 리얼 HP 만 남게되죠. 그런데, 아무리 데미지를 적게
받는다고 해도, 이미 실드 가 날아간 드라군과 벌쳐3기 마린3기의 싸움은
(나중엔 이동속도 때문에 벌쳐만 따라오더군요) 정말이지 상성과 벨런스가 무색해질
만큼 벌쳐의 압도적인 승리더군요.

전태규선수가 드라군을 무조건 본진으로 무빙만 시켜서 그런가? 싶어서 공격해봤더니
맞는 녀석 살짝 뒤로 빼주는 간단한 컨트롤만 해줘도, 단 1기도 못잡더군요.
결국 '프로토스의 실드 공격은 데미지를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게 되어있고'
        'HP가 적은 드라군 1기를 상대로, 벌쳐가 3기이면 상성을 논할수 없게된다'
        '상성이라 함은 서로가 비슷한 숫자를 보유하고 있을때 논할수 있지,
         1 대 다수의 싸움에서의 상성은 의미가 없다'
라는 간단한 사실들을 최연성선수가 경기로 알려주더군요.
새삼 느꼇었습니다.(앗, 저만 그런가요; 하하)

대각선이라는 점도 상당히 최연성 선수에게 웃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속도 업그레이드를 해주던 안해주던 벌쳐의 기동력은 좋은편이니까요.

한가지 기뻣던 사실이 있습니다.
해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를 즐기지 않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종종 나오는
부정적 소리중 대표적인것이.. "스타는 전략 게임인데 더이상 나올 전략이 어딧냐?"
였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도저히 기존의 빌드를 응용해서
(노스텔지아에서 6드라군 이후 패스트 발업 질럿으로 앞마당 먹는 타이밍 치고들어가기)
등의 그야말로 '응용판' 전략을 써보거나, 상대방의 테크를 잡아먹는 테크를 써보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분에게 '전략이야!' 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없지않았거든요.

이제 말해줄수 있겠더군요. " 프로들이 새 전략을 만들어가잖아?" 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스타크래프트의 ..아니 eSports 로서의 장기적인 미래를
조금은 엿본거 같아 기뻣습니다.

아, 우울한 점도 있었어요..
이제부터 배넷에서 연습할때 1드라군 찌르기 들어가는데 벌쳐랑 마린이 나올 생각을
하니.. 좌절감부터 느낍니다.(최연성 선수만큼 타이밍 앞당기거나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주는 분들..에게는 더더욱이)

몇일전부터는 배넷에서 저그분들이 한겜하자고 말걸어주시면 4드론이 걱정되었는데..
이젠, '언덕형' 맵이 아닌 다른 곳에서 테란분들이 한겜하자고 말걸어주시면..
도망쳐야하나요; 하하하

곧, 강민,박정석,박용욱,전태규 선수등이 저런 멋진 전략들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한사람의 토스유저로서..

그럼 늦은밤 못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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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의 아들
04/05/30 02:27
수정 아이콘
음 결론은 '테란이 무섭다' 이군요^^;

잘 읽었습니다(_ _)
04/05/30 02:54
수정 아이콘
그 전략은.. 언덕이 없는 맵에서 가능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언덕이 있다면 프로브만 타이밍 좋게 나와도 무난히 막지 않을까 합니다.
뉴[SuhmT]
04/05/30 03:14
수정 아이콘
아..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언덕형' 맵이 아닌..이라고 적어놨는데^^;
에..;^^;뭐 그렇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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