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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5/27 05:24:01 |
Name |
utahjazz |
Subject |
I live for the moment |
오늘 트로이를 보고 왔는데 밑에 어떤 분이 감상평을 쓰신게 있길래 저도 잠 안자던 김에 하나 써 봅니다. 일단 영화 트로이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영화이니 만큼 시나리오의 흐름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인물들을 재해석하기 마련인데, 역시 영화 트로이도 과감한 재해석이 뒤따랐더군요. 일단 아가멤논은 패도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 좀 무능력하는건 아무리 영화의 대립구조를 위해서라지만 걸리는 부분이고, 브레드 피트의 아킬레스는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더군요. 영화의 브레드 피트는 단순한 용맹과 영예의 숭배자인 일리아드의 아킬레스와는 달리 고뇌하고 복잡한 성격을 지녔지요. 신의 아들이라는 설정도 어머니의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상당히 애매하게 등장하면서 두리뭉실하게 말하고요.
영화에서 특히 브레드 피트의 대사중에 브리세이스에게 한 말이 맘에 들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말과 비슷한데, '신이 인간의 순간성을 질투한다'는 그 말이요. 이 말은 처음에 브레드 피트어머니이자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그에게 말한 '너의 영원히 이름이 기억될 거다'라는 대사와 트로이 침공직전 함선에서 그가 외치는 'immortality, its yours!'라는 말과 잘 대칭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의 신들은 영원불멸이지만 기독교의 신과는 달리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비슷한 행동양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브레드 피트가 말하는 인간이 사라지기에 그가 존재하는 순간순간이 소중하며 그 순간이 가장 빛나는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신의 아들이어서 반 무적에 가까운 일리아드의 아킬레스와는 달리 현실의 인간에 가까운 브레드 피트의 아킬레스는 자신이 죽을 거라는 어머니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트로이 전쟁을 통해서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려고 참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i live for the moment'='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산다.'는 말도 비슷한 뜻이지요. 인간은 분명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죽을 수 있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사라지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요. 영화에서 아킬레스의 친구로 나오는 아티카의 현명한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후 돌아오는 도중을 그린 오딧세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죠. 신들과 불멸의 삶(immortal)을 줄테니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는 유혹에 오디세우스는 인간의 삶인(mortal)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떠나죠. 인간의 삶이 불완전하고 순간적이기에 아름답고 소중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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