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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탕과 정리되지 않은 수염.
만약에 한지훈이 강태석을 두가지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럴 것이다.
그는 항상 새우탕을 먹었다 - 낮이든, 밤이든, PC방이든, 편의점이든. 라면을 먹을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을 추구했다. 그것이 심해 지훈은 자주 그가 편집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의 수염, 마치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의 그것과도 같은 그의 수염은 항상 그를 ‘폐인’ 취급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가 면도를 안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절대 귀찮아서도 아니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은 항상 깨끗했기 때문에, 분명 태석은 자신의 미용관리를 철저하게 함이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그 수염이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훈이 봤을때도 그 수염은 그에게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과 같았다.
지훈은 그런 강태석을 상징하던 두 가지 - 새우탕과 정리되지 않은 수염 -를 오늘 볼수 없었다. 그는 수염을 깎고 왔고, 4강을 앞둔 점심시간에도 근처에 편의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패스트푸드점을 택했으니.
분명,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꺼다. 그랬을 거다. 그렇지 않고선 그 좋아하던 새우를 먹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새우버거 하나요. 꼬맹아 니는 뭐 먹을래?”
“...” 그런 추측이 무안하게끔 하는 태석의 말에 지훈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좋아했던건 ‘새우탕’이 아닌 ‘새우’였다.
“전... 불고기버거. 석이형은?”
“난 안먹어.”
“왜요?”
“내 패배의 충격으로 단식투쟁을 해야 겠어.”
“... 뭔소리에요 그건 또.”
그는 계속해서 횡설수설 대고 있었다. 아까의 패배의 충격이 컸나보다.
“석아, 근데 그놈이... 잘하드나?”
“음... 내가 삽질한것도 있지만 잘하던데...”
“태석이형 만큼요?” 도중 지훈이 물었다.
“태석이형? 에이, 저 마스터는 잘하는게 아냐.”
“무슨 소리에요?”
“마 슥이. 내 그래도 니보단 잘하니까 마 조용히 하그라. 1차 탈락한주제에... 어어. 니 뭐 쳐먹노. 내 포테이토 가져가네 이 쉐키. 그러니까 니도 좀 뭐 묵으라고.”
태연했다. 너무나도 태연했다. 그의 행동은 평상시의 강태석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하지만 지훈은 그런 ‘평범한’ 강태석이 평소의 강태석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상대는 난데, 나 한지훈인데...
그런데 그는 왜 여기 온거지? 그걸 물어보지 못했다. 설마, 그도 게이머가 되고 싶어서였나?
“형... 근데 여기 왜 왔어요?”
“어? 뭐라고?”
“여기 왜 오셨냐구요... 형도 게이머가 꿈이였어요?”
순간 태석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쿨럭. 헛기침 하더니 크게 소리쳤다.
“얼레? 시간 와이리 늦었노? 꼬맹아 빨리 가자 빨리!! 늦겠네! 우리 둘다 실격패 당하는거 아이가? 슥아, 니 내 남은거 묵으라. 알았제? 내 먼저 간다. 빨리 온나.”
그리고는 태석은 바로 그 자리를 떴다. 지훈의 질문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지훈은 어이없어 했다. 그는 옆에서 태석의 남은 새우버거를 먹고 있던 석에게 다시 물었다.
“형은 왜 왔어요?”
“...나? 나는 태석이 형이 해라고 해서...”
“왜 저 몰래?”
석은 새우버거에 맛에 감동한 듯 한 표정으로 음, 음 이라고 감탄하더니 답했다.
“너한텐 말하지 말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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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처음 만났을때부터 태석형은 이상했어. 분명 뭔가가 있는듯한 사람이였어. 그리고 지금도. 내 실력을 늘려준 가장 핵심적인 사람이였지만... 지금은 내가 넘어야 할 벽들 중에서 가장 높은 벽으로 와버렸다.’
“그럼 각조의 4강전을 진행하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번 커리지매치 최종예선은 온게임넷과 엠비시 게임에서 동시에 중계를해줍니다.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온게임넷 A조와 F조, 엠비시게임 C조와 G조. B,D,E,H조는 시간관계상 녹화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승리하시는 분들은 곧 나올 지시사항에 맞춰서 다음주 일요일에 지정장소로 가시면 됩니다.”
‘강태석씨. 당신은 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저에게 나타났으며, 제 앞에서 이제 저를 꺾으려 하시는 겁니까.’
“...계속해서 F조, F-4 강태석 대 F-7 한지훈, F-11 이승혁 대 F-13 정승효. 각자 10,11,12,13번 자리에 가주세요.”
“꼬맹아, 잘해보자! 내한테 지면 니는 끝장이다. 알았제?”
태석은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마치 게임을 즐기는듯한 저 분위기... 지훈은 힘없이 ‘네’ 라고 대답한 뒤 게임 세팅을 시작했다. 몇 분 뒤, 세팅이 끝나고 스타크래프트를 실행했다. M-E, Local Area Network(IPX), 엔터. New ID, F-7_OnlySilver. 들어왔다.
F-4_LPGMaster 라는 아이디가 보였다. 그였다. 바로 조인했다.
F-7_OnlySilver has joined the game
F-4_LPGMaster : hi
F-7_OnlySilver : ...
처음이다. 이렇게 긴장된건... 톱 클랜과의 팀배틀도 이런 적 없었고, 커리지매치를 하는동안에도 이런적은 없었다. 그리고 평상시에 태석과 연습할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어쩌면 상대의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더 수월한 상대일수도 있는데, 그는 계속해서 떨고 있었다. 잠시 기다림. 그리고 지훈은 자신의 몸이 이끄는 대로 타이핑을 했다.
F-7_OnlySilver : ...
F-7_OnlySilver : why na wat so yo...
F-4_LPGMaster : -.-
F-4_LPGMaster : go?
F-7_OnlySilver : ...Go.
F-4_LPGMaster : gg/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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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아에서는 어떻게 운영해요 형?』
『...홍진호의 플레이를 본받으면 된다.』
『홍진호의 플레이?』
『올림푸스 결승 1차전, 홍진호와 서지훈 in 노스텔지아, 네오위즈 피망배 올스타전 3차전, 홍진호 대 임요환, 복수혈전 1차전, 홍진호 대 서지훈. 챌린지리그 김동진 대 홍진호. 이 네경기는 꼭 보그라.』
언제였을까. 커리지매치를 앞두고 이런 대화를 했던 기억이 언뜻 든다.
그 당시 태석은 지훈에게 홍진호의 경기를 많이 봐라고 하였다. 지훈도 쉽게 받아들었다. 그가 존경하고 좋아하던 게이머가 홍진호고, 게다가 자신의 사부인 태석이 추천해준 게임들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상대가 태석이였더라면 그의 제안을 거절할 걸 그랬나보다.
그가 대 테란전에서 선택한 전략은 9드론 스포닝풀 이후 12햇. 노스텔지아의 맵 특성상 미네랄이 다른 맵보다 빨리 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9드론으로 끝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피해를 주고자 함이였다. 하지만, 태석의 5시 진형은 이미 배럭과 서플로 막혀져 있었다. 그는 미리 예측을 하고 입구를 막은 것이였다. 저글링들이 사이를 뚫고 난입했지만, 마린과 scv로 아무런 피해 없이 막게 되었다. 그러나 위안이라도 된 것이 있다면 태석은 메카닉이 아닌 투바락이였다는것을 발견한 점이였다.
지훈은 한기의 저글링을 태석의 앞마당에 갖다놓았다. 상대 병력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자신은 멀티. 저글링+뮤탈 이후 히드라로의 체재변환. 이후의 울트라+럴커+저글링+디파일러를 적절히 조합, 상대에게 가스멀티를 최대한 주지 않고 자신은 무한 멀티로 이겨낸다 라는 생각이였다.
그 때, 저글링이 마린의 진출부대에 잡혔다. 재빨리 크립콜로니를 성큰으로 변태시켰다. 하지만 병력은 오지 않았다. 그냥 한번 보여만 준것일까? 거리가 대각선이라고 하지만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신의 테크트리를 탔다. 스파이어를 짓고, 뮤탈을 뽑은 뒤 최대한 게릴라, 그러면서 9시와 12시 멀티를 동시에 가져간다는 생각이였다.
2햇에서 뮤탈이 6기, 또 기다렸다 2기, 총 8기의 뮤탈이 그의 본진으로 난입할려 했다. 하지만 그의 대비는 철저했다. 터렛과 벙커, 그는 뮤탈을 뺐다. scv 2~3기밖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거둔 성과가 있다면, 태석은 빠른 더블커맨드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아마 최연성이 성학승에게 보여줬던 아카+더블 빌드가 아닐까.
‘그렇다면 마린이 쏟아져 나오겠군.’
지훈은 당장 뮤탈의 생산을 멈추고, 계획보다 빨리 럴커 변태 개발을 했다. 그러면서 12시와 9시 동시 멀티, 하지만 모두 scv에게 발견됐다.
‘발견되라지... 럴커만 나오면...’
지훈은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는 태석의 타이밍을 너무 늦게 잡았던 것이다. 아카더블로 인해 쏟아지는 미네랄. 그것으로 그는 7바락 무한 마린생산 체재에 돌입했다. 그 무서움은 당해본 자만이 알수 있다. 지훈이 막 럴커를 부대단위 생산에 들어가고 멀티가 펴졌을때, 태석은 이미 지훈의 병력을 압도할 양의 마린, 메딕, 탱크 부대를 가지고 있었다. 9시 멀티 파괴, 12시 멀티 파괴. 지훈은 그의 병력에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태석의 플레이는 평소때 로템에서 한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노스텔지아는 강태석의 마린 생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끔 해주는 강태석의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개의 멀티를 아무런 힘도 못써보고 파괴한 뒤, 경기는 급속도로 기울게 되었다. 그의 오버로드가 태석이 6시에 확장을 시도한 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견제할수 있는 많은 병력이 없었다. 기껏해야 럴커 드랍. 그것이 전부였다. 지훈이 이제 쓸수 있는 카드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빈집털이. 태석이 지훈의 7시 몰래멀티를 발견해서 부대를 이동시킬때, 지훈은 오버로드에 저글링과 럴커를 태운 회심의 드랍을 감행했다. 하지만, 태석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본진에 어느정도의 마린과 메딕, 탱크를 적절하게 배치해놓고 있었다.
‘다 보고 있다는 건가... 내 플레이를.’
지훈은 손을 쓸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앞마당이 밀리자, gg를 치고 만다. ‘강태석이라는 사람, 장난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몇 번 이겼던 거지?’
2차전 맵은 테란에게 좋다는 비프로스트, 그리고 강태석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서지훈이 소위 말해 ‘날았던’ 맵, 비프로스트. 지훈은 드디어 벼랑 끝까지 온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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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원래 어젯 밤에 업로드할 예정이였습니다만...
.... 이제껏 써온 희받사 전부가 날라가버렸습니다 ㅠ_ㅠ
19편의 일부도 써놓았는데... 흑흑 T_T
급히 18편부터 써서 업로드 했습니다. 귀차나즘으로 양이 좀 줄었지만... -_- 그래도 희받사 화이팅...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