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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드랍! 저것만 막으면...’
그의 본진에 마린 6, 파이어벳 1, 메딕 1의 드랍이 왔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할수 있는 가장 좋은 탈출구였다. 지훈은 미처 대비를 하지못해 자신의 럴커 3기를 본진으로 가져왔다. 버로우... 하지만 그 사이에 드랍쉽에 모든 병력을 태우고 다시 이동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훈의 작전이였다. 이내 스커지 2기가 드랍쉽의 본체를 박았다. 드랍쉽은 그저 ‘펑’ 하고 사라져버렸다. 이제 승기는 다시 지훈에게로 넘어왔다.
네오 비프로스트에서의 조별 16강 2차전, 7시에 위치한 지훈은 초반 뒷마당 해쳐리를 먼저 가져 간 뒤 ‘경락마사지’ 류 저그를 생각했다. 계속해서 scv를 타격하고, 또 타격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은 하나의 가스멀티를 얻었고, 상대테란의 회심의 일격은 히드라+럴커 부대에 막히고 말았다. 결국 그의 마지막 카드는 드랍쉽이였으나, 이것도 히드라 덴 파괴 외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결국 상대 테란은 히드라+럴커 대부대에 의해 gg를 치고 만다. 1차전에 이어 한번 더 패배하면서 결국 2:0, 지훈이 어느정도 쉽게 8강에 올라가는 순간이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훈은 절대 아마추어중에서 초 정상급의 저그가 아니였다. 그는 고수의 축에는 낄진 모르겠지만, 같은 고수층의 테란을 압도하는 저그유저는 아니다. 다만,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지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 상대만을 지켜보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깜빡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석이 형은 어떻게 됐지?’
그는 A조의 대진표를 보았다. 분명 상대의 이름은 홍남봉...
‘에?’
놀랍게도, 지훈이 총 4경기를 치루며 8강에 간 동안 석과 홍남봉은 아직도 결판을 내지 못했다. 스코어는 1:1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당장 석을 찾아보았다.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경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쪽으로 가보았다.
“이야... 1차전 42분, 2차전 47분... 지금도 계속붙는다 계속붙어.”
“저 캐리어 컨트롤 봐. 진짜 대단해...”
“상대방 골리앗 컨트롤은 어떻고!”
그들의 실력은 ‘백중지세’였다. 대충 짐작해보면, 그들은 세 경기 모두 30분이 넘는 긴 장기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승부는 곧 날 듯 싶었다.
“이야! 테란 탱크숫자좀 봐!”
“골리앗만 봤는데, 언제 저렇게 모였지?”
“토스 암울이야 토스 암울...”
“어쨌든 둘 다 괴물이네!”
... LPG 클랜의 또 다른 멤버, 부클랜장 석은 1차전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나 그만 2:1로 안타깝게 패배했다.
이제 남은건 그와 태석뿐이였다. 태석은 아직도 경기를 하고 있었고, 아마 첫 상대에 비해 상당히 껄끄럽나 보다. 그는 태석에게로 다가갔다.
경기는 팽팽했다. 맵은 로스트템플인걸 봐서 3차전까지 온 것 같았고, 태석은 현재 상대의 럴커 게릴라를 막고 있었다. 시즈모드, 펑, 펑, 럴커 사망.
태석의 마린의 부대는 엄청났다. 베슬, 탱크... 저그가 전혀 막을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저그가 몰래 시도한 6시 앞마당을 공격했다. 그 사이에, 상대의 전병력이라고 불리울수 있는 저글링+럴커가 습격했다. 정말 흔히 말하는 ‘우주에서 제일 중요한 교전’ 이였다.
시즈모드, 마린 스팀팩 발사, 진영을 갖추고, 베슬은 탱크에 디펜시브 매트릭스.
단 몇초의 상황인데 태석은 그것을 모두 해내고 말았다. 저그가 못한게 아니라 테란의 진영이 너무 좋았다. 럴커가, 저글링이... 그리고 스커지가,
하나하나씩 녹아들기 시작했다. 지훈은 그런 태석을 보며 다시 경악했다. 그리고 쓴웃음을 짓었다.
“저런 사람을 어떻게 이겨.” 그는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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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조 8강 예선 진행하겠습니다. F-2의 하영우 대 F-4 강태석... 41, 42번 자리에, F-5 박정훈 대 F-7 한지훈 43,44번..., F-9 한현수 대 F-11 이승혁45,46번자리, F-13 정승효 대 F-16 권철현... 47, 48번 자리에... 시작해주세요.”
시간은 어느덧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8강... 그리고 4강... 그리고, 메가 스튜디오에서의 최종예선...
이제 그 길이 멀어 보이지 않던 지훈이였다.
상대의 이름은 박정훈. 저그유저였다. 외모가 상당히 귀엽게 생긴 녀석이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정훈이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지훈은 흥쾌히 받아주었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어린, 중학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같은 저그유저, 하지만 자신의 저저전은 ‘LPG 클랜 공인’ 저저전 최강 이라는 기명과 누구보다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가졌다는 자칭 ‘미륵저그’가 늘 연습해주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사실, ‘미륵저그’의 실력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곧 게임을 만들었다. F-7_OnlySilver의 아이디는 지훈이였고, 상대방은 F-5_gosus21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스 21... 이라, 재미있는 아이디였다.
상대는 종족을 선택, 그리고는 go를 외쳤다. 노스텔지아에서의 저그 vs 저그전이 시작되려 했다.
-84-
그에게 있어서 이제 드론 나누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가사롭기만 했다.
11시에 위치한 지훈은 그 누구와 마찬가지로, 드론을 나누고 생산하고, 오버로드를 1시로 보냈다. 더 이상 ‘초보 한지훈’ 이 아니였다.
노스텔지아에서의 저그 대 저그는 몇 번해본적이 없었지만, 맵이 그렇게 특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어렵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12드론 해쳐리 이후 스포닝테크를 생각했다.
드론이 그의 기지에 왔다. 어느정도 예상한 견제, 그는 자신의 드론을 적절하게 빼주었다. 그 견제를 하던 드론은 잠시 멈칫, 하더니...
그야말로 ‘절묘한’ 위치에 성큰을 박기 시작했다. 동시에 1시로간 오버로드가 발견한 것은 이미 완성이 끝나고 알을 까고 있던 저글링들. 지훈은 자신의 위기감을 깨달았다. 재빨리 짔던 해처리를 취소하고 스포닝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드론을 끌고 나왔다. 이미 저글링은 달리고 있었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드론은 계속해서 크립콜로니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드론을 취소하겠금 만들었지만, 더 무서운건 후속 저글링이였다. 제빨리 자신도 크립콜로니를 짓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저글링이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드론 한기, 두기...가 잡히고 동시에 성큰러쉬, 스포닝풀은 완성됐지만 지훈의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채 5분도 되지 않았을때에 일어난 일이였다.
F-7_OnlySilver : gg
F-7_OnlySilver has left the game.
그의 첫 패배였다.
-8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것이 지훈의 신조였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지훈은 2차전을 아주 간단한게, 무려 ‘5분’만에 끝내고 만다. 그리고 그가 선택했던 카드는 5드론이였다. 네오비프로스트라는 2인용맵에서의 5드론. 상대는 평범한 12드론 테크를 탔지만, 지훈의 보복성 5드론에 의해 gg를 치고 말았다.
그는 정훈의 얼굴을 봤다. 상당히 열 받아 하는 모습이였다. 커리지 매치에서의 두판을 모두 5분짜리 게임으로, 그것도 아무것도 못해보고 끝나다니. (뭐, 그렇다고 해도 피차일반이였다.)
이제 세 번째 맵 - 로스트 템플로 결정짓게 되었다. 지훈은 어느때보다 긴장됬다. 이기면 진출, 지면 탈락이다. 태석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 날 기다리고 있겠지?
5... 4... 3... 2... 1...
경기가 시작되었다. 몇백, 몇천 게임을 해오던 네오 로스트 템플. 그의 위치는 2시. 오버로드를 12시로 보냈다. 아, 무슨 장난이란 말이야. 곧이어서 마주친 상대의 오버로드. 가깝다, 너무나 가깝다. 그는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항상 12드론만을 고집하던 지훈을 9드론을 하게끔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빠른 스포닝풀이였다. 그런데 지훈보다 더 빨랐다. 지훈이 막 스포닝을 펴기 시작했을때, 이미 정훈은 절반이상 스포닝풀이 펴져 있었다. 지훈은 재빨리 크립콜로니를 적절한 위치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스포닝이 완성되었다. 본진에 곧 그의 병력이 올거야...
그런데 먼저 온 것은 그의 저글링이 아니였다. 드론이였다. 그것도 듬뿍. 3기의 드론은 일제히 크립콜로니를 지훈의 진영에 피기 시작했다. 마치 성큰러쉬의 끝을 보자 라는 듯.
당황한 지훈은 재빨리 드론으로 공격을 감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크립을 성큰으로의 변태를 시작했다.. 스포닝 풀 완성, 저글링 6기 생산... 시간싸움이였다. 이미 저글링들은 뛰고 있었다. 크립콜로니 하나가 깨졌지만.. 곧 성큰 2기가 완성되기 직전이였다. 성큰과 드론은 계속해서 두 번째 성큰콜로니를 깨기 시작했다. 상대의 저글링 도착, 그리고 그의 저글링도 이제...
0.1초가 숨막히던 순간, 상대의 성큰콜로니 2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한기는 펴지자마자 깨졌고, 남은 한기도 충분이 깰 수 있었다. 180... 140... 97... 35... 0... 펑!
그는 안전하게(드론 2기의 손실이 있었지만) 성큰러쉬를 막음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gg를 받아냈다. 정훈은 아까전의 침착함은 볼 수 없었다. 신경질을 내며 마우스 선을 뽑아들었다.
“드디어 4강이다...”
생각보다 쉬운 4강 진출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어려울 상대가 눈앞에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경기를 하고 있는 태석에게로 가보았다. 지훈의 3경기가 모두 20분안에 끝난 탓에, 그들은 아직도 1경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는 불보듯 뻔했다. 상대의 토스는 태석의 러쉬를 막아내는데에 급급했다. 태석은 경기자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한지훈이...” 경기를 하는 도중 태석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이깄나?”
태석이 되물었다. 지훈이 답했다.
“네.”
“...기다리라. 꼭 만나자.”
태석은 그 말을 하면서도 게임의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워낙 유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그 어느때 보다 신중한 것 같았다.
약 30분이 지난 뒤, F조의 4강 1경기 대진표에는
강태석(T) vs 한지훈(Z) 라고 쓰여 있었다.
드디어 그가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던 게임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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