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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22 13:26:00
Name morncafe
Subject E-sports, 하는 게임에서 보는 스포츠로
프로 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요소 (이를 테면, 재미나 흥미 유발, 일반 사람들의 친숙도 등이 될 수 있겠지요) 외에 가장 중요한 외적인 요소가 바로 미디어방송입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볼 수 있도록 만들지요.
프로 스포츠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의 예를 들면, 프로 스포츠의 인기도는 바로 중계방송 시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기가 많을 수록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에 경기 시간이 편성이 됩니다. 물론 서부와 동부의 시차가 3시간이나 생기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방송시간을 편성합니다만, 인기 있는 경기의 경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시간에 열리는 게 보통입니다.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서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 수는 한정되어 있고, 또한 그것만으로는 그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거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그 프로 스포츠는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스포츠 종목이 재미있고 인기도 있어야 겠지요.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라면 메이저리그 야구, 풋볼 그리고 NBA 농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 풋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보지는 않습니다만, 풋볼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풋볼 시즌엔 남자들 둘 셋이 모이면 여자(?)얘기가 아니라 풋볼 얘기밖에 안 할 정도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야구나 농구를 곧 잘 보곤 합니다. 특히 이곳 시카고에 와서는 컵스 팬이 되었구요. 농구는 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미국 내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가라 앉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이러한 프로 스포츠가 더욱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지금의 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티브이나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 즉 미디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스타크래프트라는 겜을 알고 나서는 다른 컴퓨터 게임은 하질 않습니다. 물론 그 이유가 스타크래프트가 여러모로 가장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하는 재미도 있고,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직은 직접 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좋은 리플레이나 VOD도 구해서 보기는 합니다만, 무엇을 배운다 라기 보단, 그냥 즐기면서 보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전 리플레이를 보더라도 잘 따라가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전 리플레이는 더 그렇구요. 제가 팀플유저라서, 좋은 팀플레이 (주로 3:3) 리플도 몇몇 클랜 홈페이지에서 구해서 봅니다만, 여전히 잘 따라가지를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냥 즐기는 편이지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찾아서 보는 편입니다. 그래도 안보는 것보단 보는 게 도움이 되더군요.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E-sports의 중심 축으로서 자릴 잡아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심 축의 중심엔 분명 미디어, 즉 방송과 인터넷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배틀넷에서의 고수들이 방송을 통해서 전면으로 나오게 되면서 명경기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계속된 걸출한 신인들의 출현과 기존 게이머 간의 경쟁, 그들 간의 명경기들이 연출이 되면서, 그냥 겜을 하면서 즐기기만 하는 우리들에게 스타크래프트의 보는 재미를 제공해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었고, 그들의 자리매김을 통해서, 우리같이 스타크래프트를 잘 알고, 즐기면서 겜을 하는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재미도 선사하며, 우리로 하여금 따라 하게 유혹(?) 할 뿐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방송을 통해서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 주고, ‘아, 컴퓨터 게임도 이런 재미를 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끔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도, 겜은 할 줄은 모르지만, 보는 게 재미있어서 시간 날 때 마다 VOD를 찾아 보시는 것을 옆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크래프트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충분히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하나의 프로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보고있습니다. 하나의 문화로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처럼, 한경기 한경기 마다 팬들 사이에서 일희일비가 엇갈리며 때로는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통해서도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스타크래프트는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하나의 프로 스포츠로서 자리 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프로 게이머들은 승리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플레이를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미디어 방송입니다. 그 모습에 팬들은 열광하는 것이구요.
이제는 ‘하는 게임에서 보는 스포츠’로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볼 수 없는 스타크래프트는 상상하지도 못 할 것입니다. 아마 그랬다면, 어쩌면 스타크래프트는 벌써 잊혀진 게임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E-sports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E-sports의 정착을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미디어방송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지금이 더욱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 방송이 더욱 확고한 자리를 잡아 가고, 팬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E-sports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미디어 방송과 E-sports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승리를 위해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프로게이머 선수들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장에서 방송중계를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각종 관련 미디어에 종사하시며 E-sports의 발전을 위해서 애쓰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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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N.ex.T
04/05/22 15:20
수정 아이콘
저역시 좋은글에 감사 드립니다...
초콜렛
04/05/22 17:27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글이네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에는 친구들과 게임을 했지만 곧 그만 두었습니다.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순전히 집에
케이블이 나오면서 방송경기를 보게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sports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하시는데요.
해답은 역시 '보는 스포츠'로써의 기능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안합니다.
하지만 보는 것 만큼은 정말 좋아합니다.
가끔은 '보기'때문에 '하기'도 하죠.
아케미
04/05/22 21:25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하기 때문에 보았지만 이제는 보기 때문에 합니다. ^^ 이제 많은 이들의 공통분모로 자리잡은 'E-sports를 좋아한다'는 것, 식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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