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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니는 임요환이가 좋나?”
사실을 말하자면, 지훈은 임요환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막 스타크래프트를 알았을때의 임요환은 그저 B급 실력을 가진 게이머였고, 그가 본 임요환은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았다. (물론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설사 한때 전성기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추억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뇨.” 그는 고민끝에 간단하고도 굵은 답을 내렸다.
“임요환이가... 한빛배랑 코카콜라배때 우승한건 알제?”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의 테란 진영은 니도 알겠지만 그야 말로 암울했다. 그때 임요환이 나타난거고... 내가 스타리그를 그때쯤에 처음 봤는데... 진짜 멋있었지. 금마는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놈이였어.”
그는 잠시 회상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임요환은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였다. 지금도 그들의 희망이고. 그리고 금마는 스스로 포기를 할줄 모르는 놈이다... scv 한기 살아남을때 까지, 마린 한기가 죽지않을때까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고 최대의 노력을 하던게 임요환이고... 어쩔때는 정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그건 왜 그런걸까? 분명 그 기회를 놓치면 힘들지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게임을 포기 하지 않는건?”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임요환은 그의 게임을 자신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자신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고요?”
“그건 자기의 40만명 팬과 함께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물론 다른 게이머들도 팬들을 생각하면서 게임은 하겠지. 하지만 금마는 게임과 팬과의 관계를 알아.”
“게임과 팬과의 관계를 알다니요?”
태석의 말은 계속됐다.
“프로라는 건 말이지. 물론 한 종목을 전문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말하기도 해. 하지만 ‘프로 스포츠’ 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로스포츠는, 그게 야구든 스타크래프트든, 그를 지켜보는 팬이 있고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팬들은 그에게 베팅을 해. 무엇을 배팅하냐고?”
지훈은 어느정도 이해하기 힘든말이였다. 그래도 계속 들으면 무언가 나오겠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거는데요?”
“...그건 희망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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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팬들이 선수들에게 하나같이 응원을 하고 현장에 찾아가는 이유는, 그들에게 희망을 거는거다. 예를 들자면, 박성준이라는 게이머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완성형 저그’ 라는 희망을 받고, 강민이는 ‘김동수 이후의 전략가’ 라는 희망을 받거든. 그리고 그들은 그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거지. 물론 내가 금마들의 속마음을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프로들은 그러기 위해서 게임을 해야된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확연하게 들어나는게 임요환이고.”
지훈은 뭐라고 한마디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네.”
“생각해봐라. ‘실력’ 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게이머들인데, 임요환이는 최근의 성적이 부진한데도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 않나? 참 역설적인 현상이제. 근데 그게 임요환이가 특별히 잘생겨서 그런거가? 아니면 뭐 뒤에서 돈을 줬나? 아이다. 답은, 수많은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폐인 놈의 헛소리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것 같지만,”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니, 내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바로는 이렇다. 프로가 될려면, 아니 그게 비단 게이머가 아니라도 좋다. 모든 분야에서 프로가 된다는 것은 이미 그 일은 니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받고 또 그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된다.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게임을 한다면,”
“.... 그건 절대 니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알았제? 이건 니가 게임을 하면서 항상 명심해라.”
태석은 약간 흥분한 상태 같았다. 그리고 눈은 뭔가 모르게 감상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임요환의 그 플레이가 다시 보고싶다는 듯이...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훈은 그의 말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느낀건 분명히 있었다. 자신이 게이머가 된다면, 그때의 경기 하나하나는 자신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
...모두를 위해, 자신에게 희망을 준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는 게임해야한다. 태석이 전에 그의 멱살을 잡고 흥분한건 지훈의 그렇지 않은, 아니 전혀 반대되는 말을 해서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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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연습해요.”
“.... 하루 남았나?”
“그렇네요. 벌써 그렇게 됐네.”
시간이라는 건 빠를때는 빠르고 느릴때는 느리다. 지훈에게 있어서 남은 20일이라는건 정말 빨랐다. 몇게임 한것같지도 않은데 이미 단 하루가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훈의 실력은 그 20일동안에도 급상승했다. 물론 하루에 20~30게임을 연달아서 하게끔 하는 강철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주었지만, 그래도 단 3개월 만에 초고수급 테란인 태석을 이기고 지고 한다는 것은 그가 정말 천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테란전은 태석, 저그전은 기명, 토스전은 석이 주로 연습을 해주었다. 가끔 저그전은 dOtOry라는 녀석과 하기도 했는데, 때로 극초반 7드론 성큰러쉬나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들어오는 공격은 절대 무시할수 없었다. 그런 그와의 경기를 보면서 ‘아무리 상대가 가벼워 보여도 얕잡아 보면 안된다’ 라고 생각을 했다.
시간은 사실 촉박했지만, 너무 고마운건 부모님이 간섭은커녕 격려해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자신의 엄마가 직접 찾아와 저녁 먹을 돈을 챙겨주고 갔으니, 정말 그는 그런 부모님이 고마웠다.
그가 과연 커리지 매치에서 입상할수 있을지는 의문이였다. 아니,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게임’ 말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것은 앞으로 자신이 활동할 사회가 어디가 되었든 큰 도움을 되었던 가르침이였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준 태석에게 고마웠고, 이런 환경을 제공해준 피씨방 아저씨도 고마웠다.
그런데 그의 후원자는 또 한명 있었다.
“어서오세요. Welcome.”
“...저기 여기 한지훈이라고 있나요?”
“Mr.Han? 혹시...”
교복을 입은 예쁜 아가씨가 누추한 피시방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찾는 사람은 다름아닌 지훈이였다.
“헉... 은주야...”
은주는 웃으면서 그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아마도 ‘학 1000마리’ 같은 염장용 선물이 아니였을까.
태석과 피시방 아저씨 봉신은 그것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Mr.Kang, 제가 highschool다닐때는 저렇게 주변에 girfriend가 없었거든요? 아후 근데 저 boy는 운도 좋네.”
“...우리학교는 남자고교였다 아이가.”
“그건 그래요. but 주변에 girl highschool도 있었다구요.”
“...내는 몰라. 주변에 뭐가 있었는지도.”
그들의 질투나는 대화를 듣는지 안 듣는지, 지훈은 은주와 아주 깨소금 떨어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내일 가는거야?”
“어. 커리지 매치라고...”
“방송 나오는거야?”
“아니, 방송은 최종예선 가면...”
“아, 그렇구나! 그럼 그날되면 나 그곳으로 꼭 갈게. 그... 메가톤 스테이션맞지?”
“...메가웹 스테이션.”
“아... 그런가. 헤헤, 암튼 꼭 통과해야돼! 내가 너 응원할테니까. 알았지?”
“응, 고마워!”
은주는 지훈에게 또다시 가슴이 너무 벅차서 으스러질듯한 격려를 해주고는 ‘연습 해야겠네. 나 갈게’ 라고 했다. 지훈은 좀 더 그녀가 옆에 있었으면 했지만, 그러면 왠지 게임이 또 꼬일 것 같아서 그러진 못했다. 은주는 지훈에게 인사, 태석에게 인사, 그리고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 뒤 피시방을 나섰다.
“Pretty Girl... 이네” 봉신은 암만봐도 부럽다는 듯한 표정이였다.
“태석이형, 들었어요? 제가 제 첫 번째 팬이에요. 절 응원해주겠데요. 흐흐, 그럼 저는 지금 한사람의 희망을 받고 게임을 하는 건가요?”
지훈은 아무래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태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뭔가 모를 미소를 지었다. 지훈은 마치 기분이 째질듯한 표정으로(물론 얼굴도 꽤나 붉어졌다) 태석에게 말했다.
“연습해주세요! 이제 더 열심히 해야겠네.”
지훈은 다시 게임모드에 들어갔다.
“...한 사람이 아이다.”
지훈은 태석의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태석이 계속해서 연습해 주는건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너그러운 사람도 아니고, 여유있는 사람도 아니다. 실제 직업은 백수이긴 하지만, 분명 자신도 스타크래프트만 하는 폐인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지훈의 연습을 시켜줬고, 그 한지훈이라는 꼬맹이는 어느새 많이 성장했었다. 자신과 실력이 대등할만큼 성장해있었고, 어느새 ‘커리지 매치’라는 큰 벽 앞에서도 당당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내일... 내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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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라. 3개월간의 노력이니까.”
지훈의 3개월간의 노력.
그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험하는 무대,
게이머가 되기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대회,
지훈은 ‘커리지 매치’가 펼쳐지는 장소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장소로 이동했다. 각종 유명한 대회의 예선 및 랜파티가 펼쳐진다는 ‘예카 스테이션.’
지훈은 그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든 조그마한 손가방을 들고(그곳에는 성문 고등학교 야구부 라고 적혀있었다.> 자신의 게임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훈이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그들과 지훈은 이제 시합을 벌여야한다... 점점 긴장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중 유독 눈에 띄는 두사람이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낯익은 얼굴...
잠시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꼬맹아, 쪼까 늦었네?”
그것은 폐인 수염을 깎은 태석과 LPG클랜의 부클랜장 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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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휴, 이제 연재하기 점점 힘들어 지겠네요. 표현하기 힘든 게임 부분을 많이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