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여기서는 말이제, 그냥 한번에 폭탄드랍하지말고 두군데로 갈라서 드랍해줘야지. 본진 미네랄 뒤하고 앞마당 멀티하고... 같은 럴커 네기지만 그게 더 효과가 크다. 상대 신경도 거슬리고.”
그 날, 지훈은 ‘스타일 찾기’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하나 생긴 것이다. 우선 리플레이를 분석하면서, 서로 게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대신 저도 컨트롤이 힘들잖아요.”
“뭐라카노! 이길라면 뭐든 해야제. 니 APM얼만데? 컨트롤 안되나?”
“음... APM 보통 200넘을까 말까해요. 방금껀... 한 210나왔던가?”
“APM 210이면 그런거 컨트롤해주기 충분하다. 신경이 둔한것도 아니네. 30분 게임에 저그유저 치곤.”
“흐음...”
“그리고 여기, 여기 봐라. 저글링이 진출로 앞에 딱 있어가지고 마린한테 한부대가 바로 죽어버렸다 아이가. 미니맵으로 체크를 하면 바로 빼야지. 이건 왜그랬노? 부대지정 안했나?”
“아... 예... 깜박잊고.”
“쯔쯔, 그리고 12시 멀티. 이거는 테란이 체크 안할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저럴땐 언덕에 스탑럴커 2~3기 쫙 박아놓고 마린 탱크부대 오면 바로 스탑 팍 풀어버려! 그리고 여기선... ”
게임할 때만큼은 잔소리 안들을 줄 알았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였다.
태석의 잔소리가 더욱 심해져 가는 것 같다. 멀티 수비를 제대로 안했느니, 스컬지 컨트롤이 뭐같았다니, 테크트리가 늦고 자원 관리가 허접하다니... 등등.
분명 알고있지만 왠지 기분이 나빴다. 태석의 긴 강의가 끝나있었을때, 지훈은 ‘아 그래서 어쩌라구영’ 이라는 듯한 기분나쁜 표정으로 있었다.
“뾰로통하게 있네? 빨리 니 자리 가라. 내랑 말고 다른놈이랑 좀 해라. 내도 내 할 것 좀 하자.”
“할거라뇨...?”
“...시꺼. 마 빨리 절로 가.”
지훈은 거의 억지로 다시 그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 계속해서 게임하기는,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상당히 힘들다. 그렇기에 잠시 스타크래프트를 종료하고 채팅이나 하기로 했다.
그가 그렇게 결정한 또다른 결정적 이유가 하나 있었다.
은주가 접속했다.
-73-
지훈은 은주에게 커리지 매치, 자신이 해야할것들, 그리고 연습을 하고 있는 곳 등등 약 20여분간 자신의 최근 얘기를 해주었다. 학교에서 얘기하면 주변의 녀석들이 ‘염장질’ 이라고 하면서 훼방을 놓았기에 할 수 없었다. 은주는 항상 그래왔듯이, ‘힘내.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뭘 몰라서... ^^’ 라고 했다. 하지만 지훈은 알고 있었다. 이미 은주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일을 한번 해줬다는 걸. 비록 밖으론 표현한적 없지만, 그렇게라도 뒤에서 계속 응원해주고 격려글도 남겨준 은주가 너무나 고마웠다.
덕분에 잔소리는 쉽게 잊을수 있었다. 한지훈이라는 녀석이 성격이 단순하지 않은 이상 힘든 일이였다. 채널 접속, 많은 사람들이 클랜채널에 있었다. 얼마전 부터는 dOtOry
[gongbu]라는 저그 유저가 계속해서 자신과 한게임 하자고 한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그 클랜에 Gain
[gongbu]라는 저그유저가 있는데, 그 저그가 계속해서 자신을 이겨서 저저전을 연습해달라고 했다. 자신도 저저전을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해주었지만,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한단계 밑의 저그유저였다.
그렇게 약 10분게임의 짧은 저저전 3판을 끝낸뒤에는 같은 클랜의 테란유저 ‘맞고매니아’ 프리와 게임을 했다. 지훈은 알고 있었다. 예전에 클랜원이 되기전 프리에게 ‘압도적으로’ 4연패 한 것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볼수 있었던 기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훈과 프리는 4게임을 해서 모두 지훈이 승리했다. 4게임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맞고매니아 테란의 스타일이 초반에 승부를 많이 본다고는 하지만, 지훈의 공격력도 뛰어났다. 태석에게 배운 두갈래 럴커 드랍이 효과를 봤고, 모두 하이브 테크를 타기 전에 ‘타이밍’을 노려서 승리를 거두었다. 프리는 좌절했고, 지훈은 환호했다. 자신의 실력이 분명 상승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 후 리플레이를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 하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저그전과 테란전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생각했다.(물론 상대가 자신의 벽에 비해서 낮긴 했지만) 남은건 이제 토스전이였고, 토스전의 연습상대는 단 한명이였다.
LPG_OnlySilver : 석형 형 저랑 한게임도 안해봤잖아요.
LPG_Suk : ...그랬던가
LPG_OnlySilver : lpg/1 gogo
이상하게 그는 부클랜장 석과 한게임도 하지 못했다. 주변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석은 LPG 클랜 토스중 제일 잘한다고 했다. 마스터인 태석과 함께 챌린지에 나가서 최종예선에는 붙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명 고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태석과 시합을 해도 둘의 전적은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이제서야 그는 석과 시합을 할 수 있었다. 그의 플레이는 처음부터 뭔가 모를 위압감이 있었다. 그의 하드코어 질럿러쉬는 공방이나 효채널에서 상대한 다른 토스유저들이에 비해서 상당히 강력한 편이였다. 계속해서 하드코어 질럿에 gg를 치게 되었고, 그것을 의식해서 안정된 플레이를 가면 이상하게 말려서 지곤 했다. 그렇게 수요일까지 갔다.
석은 이제껏 지훈과의 시합을 ‘일부러’ 회피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난 꽤나 저그전을 노매너틱하게 하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이랑 하지 않는 이상은 안해.’라고 했다. 분명 그의 플레이는 박용욱의 ‘악마스러움’과 비슷한 토스였다. 그러나 지훈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저그 대 토스전은 상성상 저그가 유리한 것은 알고있었으나, 문제는 초반이였다. 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LPG_Suk : 아마 내 질럿만 완벽하게 막으면 토스전은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셈이야.
그것을 막을수 있는 답은 연습과 분석이였다. 계속되는 리플레이 분석, 그리고 ‘스타 노트’ 에 타이밍 체크는 잊지 않았다. X분 XX초 첫 질럿 출발, O분 OO초 저그 스포닝 완성, ○분□□초 저그 저글링 완성...
그는 퍼즐의 한조각 한조각을 찾는 듯한 기분으로 계속해서 연습을 끊임없이 하였다. 때로는 그의 머리에서 두통이 오기도 했지만, 학교에서의 ‘몰래잠’ 으로 회복할수 있었다. 이것이 모두 그동안 지훈이 학교에서 사고없이 조용히 지내온 덕택이랴. (어쩌면 스승의 날 선물과 편지가 선생님들께 더 이뻐보였을지도.)
-74-
“그때 석이형의 질럿이 탁 오더라구요. 아우 드론 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했노?”
“헤헤, 저야 모르죠... 저글링이 다 알아서 해주니까.”
“.... 죽고 싶나?”
어느새 6월의 첫째날이였다. 커리지매치 예선까지 남은 날은 단 20일. 그는 더욱더 연습을 많이 했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태석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커리지 매치’를 알게 된뒤의 지훈과 태석과의 있었던 일을 하자면, 태석은 처음에는 그의 문제점을 지적해주더니, 약 3~4일간 피시방에 오지 않았다. (물론 지훈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그저 ‘개인적인 사정’ 이라는 말로 답을 피했고, 아무튼 그 사이에 지훈은 계속해서 실력이 급상승 하고 있었다. 놀라운 녀석이였다. 이제 석과의 토스전도 꽤나 많이 이기기 시작했고, 저그 대 저그전도 기명(Sonic)과 같이 연습을 했다. 점점 실력이 느는걸 알수 있었다. (얼마전에는 dOtOry가 찾아오더니 ‘저 그 마군이를 잡았어요. 웅켕켕’ 이라고 하였다. 그저 ^^ 하고 무시했다.)
“음... 암튼. 그래, 방금도 하니까 실력 많이 괜찮아 졌더라. 비록 내가 이겼지만...”
“그렇죠? 헤헤.”
“...참 대단한 녀석이야. 너란 놈은.”
태석은 어느새 또다시 진지해졌다. 지훈은 사실 그 진지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럴때 마다 뭔가 모를 ‘퀴즈’를 내고, 멱살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또다시 뭘 할까... 에휴, 걱정이였다.
‘저 아저씨는 꼭 새우탕 먹을때만 저래.’ 그의 생각이였다.
“...얘기 해 줄때가 됐네.”
태석은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하고는 자신의 ‘폐인 수염’을 쓰다듬었다.
“뭘요?”
“난 니가 전번에 게임을 했을때 그걸 찾을줄 알았다. 근데 니는 어이없게 깨지더만. 고래서 나는 말하기 귀찮았고 니 스스로 찾았으면 했는데, 내가 봤을땐 니는 아직도 못 찾았어. 더 이상 재미없는 퀴즈놀이는 하기 싫다.”
“뭘요?” 지훈은 아직도 그가 뭘 말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았지만 한번 넌지시 다시 물어봤을지도.
태석은 조용해졌다. 새우탕의 국물을 후루룩. 그리고 꺼억. 그리고는 가만히 있다가 다시 지훈을 쳐다봤다.
“임빠가 왜 많냐고 물어봤제? ...그리고 내가 멱살잡은적도 있제?”
그제서야 지훈은 기억이 나는 듯, ‘아’ 라는 탄성과 함께 끄덕였다.
태석이 입을 열었다.
“... 더 이상 끌어선 안되겠다. 이제 말해줄때가 온 것 같다.”
To Be Continued...
1편 읽기
2편 읽기
3편 읽기
4편 읽기
5편 읽기
6편 읽기
7편 읽기
8편 읽기
9편 읽기
10편 읽기
11편 읽기
12편 읽기
13편 읽기
전하는 말씀
...No comment in this chap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