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 - 그 전날밤의 이야기 -
『에효... 뭐꼬 니는 집 없나?』
『1시 30분이야 형, 지하철 끊겼다고.』
『그래... 머... 우리집이 깨끗할꺼라고는 바라지 않겠제? 들어온나.』
[끼익-]
『에...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시끄럽다... 폐인 집에서 무얼 바라노? 고마 자라... 내는 뭐 좀 찾아보고 자게』
『뭘?』
『...꼬맹이한테 줄거.』
-68-
서문
이제 막 파릇파릇 자라는 꼬맹이 지훈에게.
내가 힘 좀 써서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로 했다.
보답으로는 새우탕 일주일치를 부탁하겠다.
그만큼 좋은 정보가 많을것이다.
“에... 서문치곤 너무 이상하잖아.” 그가 보고 놀랐던 것은, 태석의 ‘엽기적인’ 서문때문이였다.
파릇파릇 자라나는 꼬맹이? ...내가 어딜봐서!!
아무튼, 다음장을 넘기기로 했다.
다음 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일꾼을 나누는 법
- 일꾼을 나누는 이유는 굳이 설명안하겠다. 자원이 더 효율적으로 뽑을수 있다. 니가 모르길래 직접 가르쳐주시겠다.
1. 드론 4기 드래그 -> 우클릭
2. 드론 2기만 드래그 -> 다른 미네랄에 우클릭
3. 드론 2기중 한기만 빼서 클릭 -> 또 다른 미네랄에 우클릭
처음에는 힘들지만 게임 계속하다보면 익숙해진다. 스타의 기초가 되는거니까 꼭 익히도록.
이상.
좋은정보였지만, 왠지 말투가 마음에 안들었다. 하지만 그냥 그려려니 하고 다음장을 넘겼다.
여기서부터 진짜 -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이에게(pgr21 - kimera님의 글 펌
'우선 당신이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라는 말로 시작된 그 글은, 지훈에게 모를 무언가를 불어넣게 해주었다.
-69-
"...remedies targeted for specific single symptoms. Nevertheless..."
학교 영어시간. 몇 개월전 같았으면 지훈은 열심히 필기를 했으랴.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앞에서 두 번째줄에 앉았으면서도, 유유하게 영어책을 펴놓고 그 속에는 태석이 준 ‘내용물’을 읽고있었다.
이미 그 글은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덜너덜하고 중요한 부분에는 줄이 끄여 있었다.
그만큼 지훈에게는 중요한 글이 되었다.
지난 정모때 지훈은 ‘지침서가 있었으면’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태석이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바로 좋은 글을 준 것이다.
1. 자신과 상대의 타이밍을 알아두세요.
전 글에서 무조건 리플레이를 저장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장되어져 있는 리플레이를 다시 보시면서 기록도 하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타이밍? ...내가 타이밍이 있었던가.’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리플레이 체크도 제대로 안했고, 타이밍도 몰랐고, 자신의 스타일도 몰랐고...
그야말로 2개월을 게임‘만’ 하고 지낸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쉬운게 아니였는데...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게이머가되고싶은 이유는 정말 게임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을 회피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부모님께 죄송했다. 겨우 빌린 석달. 아버지가 그랬던 이유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버지라서 그랬을꺼라고 생각했다. 그도 프로였기에, 자신의 아들을 믿었던 거다. 그 석달중 두달을 정말 허무하게 보낸건 아닐까.
그리고는 씁쓰름한 웃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겠지만...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혹 이게 내 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달간은 최선을 다하자.’
그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게이머가 못 되어도, 그가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무언가는 배울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70-
“니 스타일?”
“네... 가장 시급한건 제 스타일을 찾는거였어요.”
그 날, 학교를 마친 지훈은 PC방에 있던 태석에게 물어봤다. 태석은 그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완벽’, 그것이 그의 스타일이였다. 그런데 지훈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스타일을 이제 찾기로 했고, 그것을 태석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음... 스타일이라... 일단 거기 안나와있더나? 거기 나와있는대로 해봐라. 그 글 쓴 사람이 억수로 유명한 사람이다... 저렇게 하면 아마 될 듯 싶은데.”
그는 다시 한번 그 글을 봤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맥을 찾았다.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질 수 있을 까요?
1. 자신이 가장 선호하고, 좋아하는 유닛을 찾으세요.
2. 자신이 가장 선호하고 좋아하는 조합을 찾으세요.
3. 자신이 가장 선호하고 좋아하는 진형을 찾으세요.
4.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선호하는 위치를 찾으세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유닛? 뭐가 있을까. 그는 주로 저글링의 게릴라에 의존하는 편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 테란전에는 저글링+럴커, 토스전도 별일 없다면 저글링 럴커... 저그전은 뮤탈+저글링 조합을 선호했다. 좋아하는 진형. 그런게 있었던가? 선호하는 위치? ...로템 12시같은 경우는 싫었다. 다른 진영은 앞마당 해쳐리만으로 입구앞 수비가 가능했지만, 로템 12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위치의 승률은 계산해보지 못했었다.
결국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찾는 일, 그게 급선무였다. 그는 다시 결심했다. 단순한 게임뿐만 아닌, 선수들의 경기와 자신의 리플레이를 분석하기로.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지훈아, 잠시만... 일로 와바라.”
그때였다. 태석이 자신을 불렀다. 왠만해서는 스스로 부른적 없었던 그였다.
-71-
“인쇄가 다 돼면, 읽어봐라...”
“300won 이에요 Mr.Kang"
“이 아저씨가 뭐라 카노. 내 단골아이가? 월정액도 끊었는데... 마... 봐도.”
태석은 그를 부른 뒤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카운터로 같이 가자고 하더니, 무언가를 인쇄해달라고 부탁했다.
“뭔데요 그게?”
“...니한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인쇄가 끝났다. 2페이지 분량의 종이였다. 태석은 아저씨에게 그 종이를 받고, 다시 지훈에게 주었다.
그 종이의 가장 윗부분은 이렇게 되어있었다.
‘제 3회 6월 온게임넷 커리지 매치’
“커리지 매치? 그게 뭐에요?”
“마... 그냥 읽어봐라.”
한국 e-sports 협회 주체 제 3회 커리지 매치(courage match)
대회 장소 : 예카 게임 스테이션
대회 날짜 : 예선 : 6월 19일
최종 예선 : 6월 27일
....
(중략)
- 6월을 통해 3회를 맞게 되는 이번 커리지 매치의 최종예선은 온게임넷에서 생중계 함을 통보해드립니다.
"음... 대단하네요. 준프로게이머 인증서, 드래프트 참가...“
“뭔 말이 필요하노? 당장가서 연습하그라. 목표는 정해졌다아이가. 이제 실패하면 니는 죽었다.”
태석이 아까에 비해 더욱 다그치는 것 같았다. 지훈은 “옙!” 이라고 외친뒤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스타크래프트를 실행했다.
그는 어느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큰 벽이 왔기에 두렵기도 할법 한데, 1개월 반을 게임해오면서 이런 기분은 없었다. 이제 정말 큰 목표가 그에게 다가왔기에...
이제부터 자신의 숙제를 하나하나씩 해결하고, 중요한 고사를 잘 치기만 하면 되었다.
어쩌면, ‘프로게이머 지망생’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지금부터 시작이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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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바쁩니다. 아니, 곧 바빠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일이 있어도 연재를 빨리 하고 마칠려고 합니다. 제 결정이 그렇게 되버렸네요.
몇부작으로 결정할까 고민끝에 23부작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24부작일수도, 22부작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슬램덩크 완결편이 24편까지 있었으니, 이것도 24편으로 맞출지도 모릅니다... ^_^)
이쯤되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이 소설이 완결이 되고 난 뒤에도 많은 분들의 입에서 '희받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수 있겠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p.s 프로게이머가 되는 이에게... 이건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kimera님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물론, 키메라님 본인의 허락은 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