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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벌쳐 4기가 본진으로 난입했다. 아직 상대방의 벌쳐는 한기, 하지만 세 번째 팩토리를 올리고 있었다. 제빨리 네 기로 상대의 벌쳐를 사냥한다. 그때, 몰래 배럭에서 다시 마린 3기를 생산, 본진으로 공격을 갔다. 다행이도 벌쳐두 기가 막 생산 되었기에 쉽게 막을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벌쳐 4기는 미네랄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동시의 그의 배럭을 이동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벌쳐가 모두 미네랄위에서 자리를 잡자, 상대방 벌쳐가 진입하기 가장 편한 길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scv 사냥. 벌쳐 3기가 곧 추가됐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벌쳐 4기를 막기란 역부족이였다. 결정적으로, 벌쳐가 갈 수 있는 다른 통로를 자신이 서플라이 디팟으로 미리 막아놨다는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일까. scv는 계속해서 잡혔고, 결국 초반에 입은 scv피해 이상의 피해를 주었다. 단 벌처 네기로 이루어 낸 값진 성과였다.
경기는 이후 벌쳐싸움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자원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힘들었다. 태석은 곧 팩토리를 네 개까지 늘리고, 끊임없이 벌쳐생산에 열을 올렸지만, 상대방의 테란은 스리팩토리를 돌리기에도 벅찼다. 결국 도중에 레이스로의 체재변환을 노렸지만, 그걸 놓칠 태석이 아니였다. 약 1.5배 많은 수의 벌쳐로 적의 본진을 압도했다. 상대방의 gg였다.
그 경기 직후, 4차전이 있었다. 상대는 소닉의 친구라는 Top_Secret, 저그유저. 경기 시작전의 소닉의 말로는 저그 대 저그전은 자신보다 떨어진다고 했지만, 테란전은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태석은 아무래도 자신이 많이 있는 모양이였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은 곧 경기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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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저건 나랑 할때 많이 쓰던거잖아.’
지훈은 옵저버 화면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맵은 (언제나 그랬듯이) 로스트 템플, 태석은 6시, 상대는 2시였다. 초반은 그 어느 테vs저그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12드론 앞마당, 그리고 스포닝, 레어를 준비했다. 태석은 초반 투바락, 그러나 약간의 빌드가 달랐다. 아카데미를 짓기 전에 배럭을 하나 더 짓기 시작했다. 불꽃 스리배럭을 노린 것이다. 저글링이 정찰이 온 후 병력의 숫자로 불꽃임을 판단 할까봐, 일부의 마린들은 scv주변에 배치시켜 놓았다. 마린과 파이어뱃이 2부대 가량 되고, 메딕도 어느정도의 양이 되었을때, 그들의 병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큰을 3개만 깔아놓으면서 스파이어를 먼저 올리던 상대는 곧장 황급히 3기를 더 짓고 막으려 했으나, 태석의 진군은 생각보다 빨랐다. 스팀팩을 꽂고, 파이어뱃은 저글링에게, 마린은 성큰에게, 마치 유닛 하나에 생명력에 있는 것같은 미세한 컨트롤을 해주면서 달려갔다. 성큰이 채 완성되기 전에 공격시도, 성큰 세기와 저글링을 먼저 잡고... 남은 세기가 완성되는걸 무시하고 바로 본진으로 달려갔다. 드론들의 피해가 컸다. 본진이 초토화 되기 시작, 스포닝을 일점사했다. 스파이어는 앞마당에 있었기에 깨부수지 못했지만, 본진을 장악한 것 자체로 이미 경기는 끝났었다.
“푸하하, 재우 녀석, 저런 초보짓을 하다니...” 태석의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소닉이 얘기했다.
“누구요?”
“저 상대 말이야. 어떻게 초반 불꽃에 저렇게 타격을 입냐...”
“그거야, 태석형 불꽃이 워낙 강하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저녀석 저저전도 못하더만 테저전은 더 못하네. 푸하하... 진짜 개초보야 개초보.”
“아, 원래 저거 테란이 이기면 불꽃에서 끝나야 하는거 아닌가요?” 지훈은 순간 당황했다. 자신은 저 전술에 많이 당해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니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테란이 조금이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말이야, 성큰을 확실히 많이 박아둬야 한다고. 특히 방금 같은경우는 테란의 1차진출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고. 테란이 뭐할지 제대로 모르겠으면 오버로드라도 찔러 봐야지. 보이는 병력이 그렇다고 그렇게 대처하면 어떡해.” 소닉이 지훈을 보며 마치 훈계하는 듯 말했다.
Top_Secret : gg
LPG_Master : gg
Top_Secret has left the game.
“지훈아, 니가 게이머 하겠다기에 하는 말인데... 게임을 할려면 중요한게 많아. 물량, 컨트롤... 상황대처능력, 그리고 상대의 체제를 잘 알아야 해.”
소닉은 지훈에게 계속해서 얘기했다. 지훈은 주의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테란은 정찰할수 있는 가장 좋은것으로 스캔이 있고, 토스는 옵저버가 있다. 그럼, 저그는 뭘까?”
....답은 간단했다.
“오버로드요.”
“...그래. 니 경기를 보면... 가끔가다가 ‘오버로드 공포증’이 있는 것 같다.”
“오버로드 공포증?”
“오버로드는 다른 정찰유닛에 비해서 인구수를 차지하지. 그래서 사람들이 오버로드를 굉장히 아끼고, 특히 테란전에서는 마린에게 안잡힐려고 노력하는데... 넌 좀 심할 정도로 오버로드를 본진에 박아둔다니까. 때론 오버로드가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꼭 본진으로 찔러봐. 그리고 맵 전체를 활용해. 맵을 지배하는 게이머가 게임을 지배한다.”
어디서 많이 들은듯한 소리였다. 마치 ‘리바운드가 승리를 제압한다’ 라는 듯한...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버로드를 펼쳐놓는 것. 너무나도 당연한 정석이였다는 것을 알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때까지 그러지 않았다. 다른것에 신경쓰느라 그런 세세한 것을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는 배워야 할것이 많다. 그는 다시 한번 그걸 느끼게 해준 소닉에게 감사했다.
“기명이형, 고마워요.” 그는 소닉의 본명을 부르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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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어느새 태석은 경기를 ‘압도’ 하고 있었다. 지훈은 사실대로 말하면 계속해서 하는 옵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는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마우스를 쥐고 싶었다. 그리고 한번, 멋있게 싸워보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서 팀을 구해도 좋고 마무리를 지어도 좋다. (사실, 흑기사처럼 멋있게 올킬하는 그를 상상하고는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로 봐서는 태석이 올킬을 할 것만 같았다.
Top_Blade : 나만 남았네 ㅇ.ㅇ
Top_Secret : 흠...
Top_Secret : 뭐 울 길드 초고수니까... ㅇ.ㅇ;;
Top_Blade : top/1
Top클랜의 마지막 주자, Top_Blade. 종족이 랜덤이라는 걸 봐선 분명 심상치 않은 상대였다만, 태석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조인했다.
“기명아, 이기면 새우탕 사라~”
“걱정 붙들어 매시고 이기기나 하셔.”
곧 경기가 시작. 옵맵으로 본 상대의 진영은... 12시의 토스였다. 태석은 6시 테란.
Top_Secret : blade won rae toss user
옵 챗에 나온 상대의 말. 뭐, 그러면 어때 태석이 형인데... 지훈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냥 상대가 한건 해주길 바랬다. 그냥, 그냥 그랬다.
서플로 일단 입구를 막고 조금 일찍 정찰을 갔다. 곧 토스임을 확인했고. hi 라고 타이핑. 그리고는 정상적인 메카닉으로의 준비를 했다. 그리 늦은타이밍의 정찰이 아니였기에 빌드 오더가 꼬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잠시 옆에 있는 태석을 봤다. 그는 게임에 집중해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은 피아노를 치듯 명령을 내리고, 움직이고, 공격한다. 투 팩토리 4벌쳐가 견제를 해봤지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결국 그가 내린 선택은 조금 빠른 멀티였다.
탱크와 벌쳐, 마인과 터렛을 적절하게 배치, 일단 수비적으로 가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던 것은 상대의 옵저버였다. 완전히 정렬이 되지 않았을 무렵, ‘기습’ 과도 같은 질럿과 드라군이 진군했다. 탱크가 급히 시즈모드를 했지만, 상대의 3게이트에서 나오던 병력은 생각 그 이상이였다. 탱크와 벌쳐가 하나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scv와 추가 병력을 통해 어떻게든 막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태석의 플레이는 약간 꼬이는 듯 했다. 어느정도 병력이 모였고 곧 한방... 이라고 생각하자, 리버와 하이템플러의 게릴라가 scv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중앙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미 멀티를 두개 먹은 토스의 물량은 상당히 막강했다. 질럿+템플러+드라군을 적절히 컨트롤, 태석이 꽤나 힘들어 보였다. 방금전까지의 ‘압도하던’ 강태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시 한번 태석을 봤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스캔을 찍어 2시의 멀티를 확인했지만,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초반부터 계속해서 태석이 밀리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상대가 잘해. 단 한번의 태석이형의 약한 타이밍을 노렸어.”
경기를 보고 있던 기명이 얘기했다. 태석의 표정은 ‘알고 있다고 이 자식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출은커녕 수비도 하기 벅찬 상황이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캐리어가 뜰거라는 걸... 하지만 그는 알아도 막기 힘들어 보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태석은 고개를 한번 저었다.
LPG_Master : gg
LPG_Master has left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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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태석이 무너졌다. 태석은 상당히 화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화장실 문을 쾅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누구도 수고했다라고 할 수 없었다. 상당히 무섭게 보였기 때문이다. 진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것 같았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축제분위기였던 그들은 왠지 침울해졌다.
이제 주도권은 다시 Top클랜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다음 경기가 승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한판이 될지도 몰랐다. 이럴때 한번...!
화장실에 갔었던 태석이 나왔다. 세수를 심하게 한 모양이다. 얼굴이 붉게되었다. 자, 이제 제가 할께요! 라고 말만하면...
“소닉... 니가 나가라.”
태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가 지명한건 지훈이 아닌 기명이였다. 물론 기명이 지훈보다 실력이 어느정도 뛰어난 편이였지만, 그래도 그를 맨 마지막에 쓸거라고 생각했다.
소닉형이 들어가면? 내가 설 자리는?
“형, 제가 하고 싶은데요...”
“.....”
태석은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눈을 감더니, 다시 떴다. 그리고는 그를 지나가면서 말했다.
“니가 상대할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소닉이 못 끝내면 우리는 지는 기라. 기명아, 잘해라.”
‘그건 알아요... 하지만 싸우고 싶다구요!’
지훈은 당장이라도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자신이 실력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건 자신이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자신이 참 바보처럼 느껴졌다. 3개월이라는 시간의 반이 지났지만, 프로게이머는 커녕 중고수급의 길드에서 에이스도 되지 못하고 있으니... 자신이 뭐하는 건지, 한심하기도 했다.
“저... 잠시 나갔다가... 올께요.”
순간 또다시 바보같은 눈물이 날려 했다. 지훈은 그런 모습을 태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재빨리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눈을 글썽였다. 뭐가 남았지... 뭘 배웠고 뭘 얻은거야... 그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공부를 할때도 이렇게 큰 벽은 없었던 것 같았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그냥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지침서라도 하나 있었다면.’
또 다른 생각이 났다. 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 나는 참 바보같은 시도를 했었다고. 출발점이 어디였고, 도착점은 어디였는지 정확히 몰랐는데 시작했다고. 바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한 거 말고 내가 알고 있었던게 뭐지?’
...또 다시 자신을 암울하게 하는 질문이였다. 그저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있었던게 바보만 같았다.
10분넘게 생각과 생각을 되풀이 했다. 그냥 여기서 관두고 죽어라 수능으로 가는걸까? 아냐, ...그래도 난 입시기계가 되고 싶지 않다구! 그때와 같은... 그런 건 싫어.
...긴 생각속에서 그의 대답은,
‘그래도’ 였다.
‘그래도... 3개월, 지금은 죽어라 해보는 거야.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클랜원 사람들은 게임에 집중해있는 것 같았다. 경기를 치루고 있던 것은 소닉이였다. 자신은 저그, 상대는 그렇게 혐오한다던 테란이였다. 그리고 경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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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니 주변엔 우리가 있어”
"소닉 그런 봉산스러운 말을..."
“헉... 어쨌든 지면 죽어!”
지훈은 이제껏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떨리던 적이 없었다. 모든 클랜원들의 희망을 받은 채 경기를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떨렸다. 클랜원들이 이렇게 응원해주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태석이였다.
“지훈... 이 경기에서... 찾을수 있을끼다.”
“뭘요?”
“...내 ‘퀴즈’의 답을.”
지훈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우스 위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 없이... 명상을... 이기는것 하나 뿐. 그래, 남은 건, 이제 이기는 일 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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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
때로는 침묵이 금입니다. ^_^
특별(?) 부록 : 챕터 57에서 태석의 4벌쳐 플레이가 잘 이해가 안가실것 같네요. 그래서 첨부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대략 벌쳐 네기가 먼저 진입후, 배럭으로 벌쳐의 통로를 막는다... 이것입니다. 실제로 써본적은 없지만(제가 저그유저인지라... ^^) 아마 실전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