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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5/08 17:29:18 |
Name |
글곰 |
Subject |
[분석] 팀플레이의 3대 요소. 물량, 위치, 속도. |
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오늘 헥사트론 대 삼성, 그리고 투나 대 POS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모두 팀플레이를 가져간 팀이 승리했지요. 그 두 경기 모두 팀플레이의 기본에 대해 강의를 하는 듯한 기본기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마침 헥사트론도 이겼기에(예, 헥사트론 졌으면 글 안 씁니다. 저 소심합니다.^^), 이 기회에 개인전과는 분명 다른 주안점이 있는 팀플레이에 대해 글을 써 보려 합니다.
팀플레이에는 3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이 중 하나를 극대화하거나, 또는 동시에 두세 가지의 요소를 장악하는 것은 곧 승리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서로 상호작용합니다.
첫째 요소는 물량입니다. 전쟁의 기본은 [양]입니다. 다른 조건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질럿 1부대는 질럿 2부대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물량은 팀플레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테크트리가 늦게 올라가는 팀플레이의 특성상, 사실 개개인의 물량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하니, 바로 병력의 집중입니다. 집중된 병력은 분산된 병력보다 당연히 강합니다. 그러므로 팀플레이 초반부터 선수들은 서로의 병력을 모으고, 상대의 병력을 분산시키려 시도하는 것입니다.
자기 팀의 병력이 합세하고, 상대팀의 병력은 분산시켜 협공의 위협을 피한다면 다면 2:1의 각개격파가 가능합니다. 물질적인 양은 동일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가용 물량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즉, 키워드는 [물량의 집중]입니다.
오늘 경기를 예로 들면, 헥사트론의 김갑용 선수와 장진수 선수는 상대보다 빠른 타이밍에 병력을 집중시켜 구원병이 오기 전에 상대 저그 안석열 선수의 병력을 궤멸시키고, 본진까지 공략합니다. 이 때 박동욱 선수는 3게잇이였으며 깁갑용 선수는 2게잇이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삼성팀의 물량이 더 많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박동욱 선수의 질럿은 그 중요한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고, 그 병력은 결과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2:1로 안석열 선수를 먼저 궤멸시킨 헥사트론은 그 집중된 병력의 칼끝을 박동욱 선수에게 돌립니다. 실로 교과서적인 플레이였습니다.
팀플레이의 두 번째 주안점은 위치입니다. 물론 개인전에서도 병력의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평지에서 마린 한부대와 저글링 한 부대가 정면으로 맞붙으면 마린도 많은 피해를 봅니다. 그러나 언덕 아래의 저글링 한부대가 언덕 위의 마린 한부대를 공격한다면, 마린의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치의 묘(妙)입니다.
팀플레이에서 병력이 어디 위치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병력의 집중은 바로 물량의 우위로 이어집니다. 또한 각개 전투에서 진형도 매우 중요합니다. 똑같은 저글링 한 부대가, 하나는 똘똘 뭉쳐 있고 하나는 사방에서 달려든다면 어떻겠습니까? 똘똘 뭉친 쪽은 상대를 공격하지 못하는 저글링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곧 공격력의 약화로 이어지며 전투의 패배와도 직결됩니다.
게다가 병력의 위치는 때때로 병력의 우열 상황을 역전시키기도 합니다. 오늘 삼성의 안석열 선수가, 저글링만으로 헥사트론의 저글링+질럿 조합을 오랫동안 막아낸 것은 바로 위치의 묘를 살렸기 때문입니다. 좁고 언덕형의 입구 때문에 헥사트론은 병력은 많지만, 실제로 안석열 선수와 싸우는 병력은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뚫고 말핬지만요.
그리고 중앙 힘싸움에서도 병력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이 때의 위치 싸움은 결국 상대의 가용 병력을 줄이고 아군의 가용 병력을 늘리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가용 병력은 전투에서 실질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병력을 뜻합니다. 아군의 다수 병력이 소수 병력 뒤에서 이리저리 방황만 하고 있으면 존재하나마나입니다.
팀플레이의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속도입니다. 이는 특히 저그의 플레이에서 뚜렷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현대전은 전격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그 진격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으며, 급기야 전투의 양상이 확 바뀌었습니다. 기동력은 겉보기에 큰 임팩트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격력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팀플레이에서, 어째서 상대 저그가 첫 번째 공략 대상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언제나 본진에 성큰도 있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속도 때문입니다. 저그의 저글링은 3종족 기본유닛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상대 저그를 놓아 두고 플토에게 공격을 가한다면, 상대 저그는 잽싸게 구원병력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 저그를 먼저 공격한다면 상대 프로토스의 구원병력 질럿은 느리게 도착합니다. 즉, 상대 저그를 공격한다면 상대적인 병력 우위(2:1로 병력의 집중!)를 점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헥사트론 팀도 삼성의 안석열 선수를 먼저 노렸으며, 투나 팀도 POS의 서경종 선수를 먼저 노렸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결국 구원병이 오기 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속도가 느린 프로토스는 병력을 출진시킬 때마다 언제나 본진 걱정에 시달립니다. 질럿이 전장으로 향하는 도중에 본진으로 상대 병력이 난입하면, 결국 병력을 회군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질럿은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한 게 됩니다. 속도는 곧 시간의 우위를 가져다 줍니다.
에에. 대충이나마 팀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대 요소를 짚어 보았습니다.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나요? 글을 읽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주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글곰 이대섭.
www.gomnara.com
(홈페이지의 리뉴얼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이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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