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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5/08 10:49:59 |
Name |
달라몬드 |
Subject |
[단편 꽁트] 토요일 아침일기 |
따라랑 따라랑 따라랑~
아우! 와이프 핸드폰 모닝콜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떴다. 어휴 저 소리 이제 좀 안 바꾸나?
뱃살의 탄력을 이용하여 주위를 돌아본다. 거실 바닥이다. TV도 켜져 있다. 뭐냐? 아 몬쓰리 께이머군!
에이 또 그 경기네 깡몽이가 임요황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다 중앙 병력 다 없애고 자기는 유유히
못 다 핀 꽃 봉오리 많이 만들어서 꽃술로 임요황이의 숨통을 끊어놓은 거잖아. 꼭 날라라 수퍼뽀드에서의 싸오정이 내뱉는 그 꽃술 같은 걸로 말이지...
난 임요황이가 좋은데...쩝 그래도 요즘 깡몽이의 경기를 보면 확실히 잘해 지난번 커플염장단 특별경긴가에서 그 천재 머시기하고의 경기도 거의 압권이었어
그런데 왜 TV가 켜진채로 있지? 아 어제 한 잔 하고 늦게 와서 오겡끼넷 수타리그 재방송을 보다가 잠들었군. 첫 경기는 누구였더라? 영웅인가 가하고 좀 터프한 꼽쓸머리가 했구나 영웅이가 역시 퇴란 잡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음 매너도 좋다지. 꼽슬머리도 요즘 잘 하던데 오겡끼넷에서의 첫 경기라 그랬나! 다음에 잘하겠지 뭐. 헌데 그 다음 경기는 뭐였지 아 그래 쎄레모니토스와 그 왕이 후원하는 쩍어유저였지! 결과는... 그렇군 저기서 잠이 들었구나 회사 가서 알이 피는 그곳에 가면 죄다 알겠지 뭐 내가 언제 재방송 보기 전에는 절대 결과를 알고 싶지 않을 만큼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제 술을 하느라고 차를 중간에 쳐 박아놓은 죄로 조금 서둘러야 했다
씻으러 안방을 지나가다 침대에 와이프와 두 딸래미가 엉켜있는 것을 본다. "저 웬수들"
옷을 벗고(19세 이하 정전) 샤워기 앞에 선다 흠칫 아직 찬물을 상대하긴 내 살들이 너무 약하다.
밥을 먹고 갈까 음 한가한 생각이군...
서둘러 집을 나왔다. 요놈의 회사로 이적하고는 차를 가지고 다니는 바람에 이렇게 걸어 나오는 게 오랜만이다. 하늘에 구름은 잔뜩 끼었지만 느낌은 상쾌하다.
전철을 타고 두 정거장째에서 내렸다 갈아타야 하니까? 이곳은 환승역 중에서도 설계가 잘 되었다. 갈아타는 동선도 짧고 완전 개방형이니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 누가 알이 피는 곳에 수타문제를 냈었지 솔직히 맞춘 문제가 없는데 하나 틀리고 다 맞는 인간들은 도대체...그리고 개방형 맵이 뭐야? 섬맵아니고 다 육지로 연결되어 있으면 개방형 아닌가?
행선안내판을 보니 내가 탈 차는 세 정거장 전에 도착했단다. 요즘은 확실히 정보의 시대, 편하다.
뱃살이 자꾸 어딘가에 앉던지 아니면 어떻게 좀 하라고 난리다. 플랫폼에 설치된 안전바에 두 팔을 걸쳤다. 유지태모냥. 개방형 맵 아니 개방형 역이라 바깥 풍경도 훤하다. 토요일이지만 출근, 등교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북적이고 있다. 아니 저 아가씨 왜 저렇게 뛰지 꼭 두라궁같군. 주위를 돌아보니 저쪽 선로에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 게 보인다. 저 아가씨 탈 수 있을까? 괜히 지켜본다. 이 사실을 와이프가 보면 오해하겠지? 나는 그저 저 두라궁 아니 아가씨가 열차를 타나 못 타나 지켜보는 건데. 아가씨가 시선에서 사라진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그사이 열차는 플랫폼에 들어오고 있고 아슬아슬하게 탈 수도 있겠다. 가만 내가 지금 타라고 응원하는 건가 아님 못 타길 은연중 바라는 건가? 참 인간의 속성이란. 참 나는 외계인인가? 쏠로들이 그렇게 여긴다니 뭐 꼭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이 참에 나도 종족을 바꿔볼까? 외계인 토스로? 사실 퇴란이 뭐가 매력이 있냐? 배울 때 사람 종족이라니까 그냥 괜스레 사람이고 싶어서 선택했지. 컴에게 매일 애꿏은 내 병력 찌지미에 다 잃고...마법도 별도 신통치도 않은 것 같고...어쩌다 내 우주선 몰고 저놈들 마법을 못 쓰게 하려고 막 갔더니만 내 우주선을 빼았더라...나쁜 컴
빠앙! 깜짝 놀랐다. 플랫폼 안전바에 걸쳐 있다 보니 들어오는 기관사가 경적을 울린 거다 순간적으로 운전석 기관사와 눈이 마주쳤다. 째려보는 것 같았다. 확 쫒아가서 해볼까. 음 배 많이 나온 내가 참자. 사실 기관사야 안전 때문에 그런 건데.
문이 열리고 아 흐뭇하다 빈자리가 많구나. 제일 편한 가장자리(잠 올 때 뒤통수 기대서 자면 그야말로 최고의 자리다)에 앉는다. 맞은편에 대학생인지 직장인인지 여자 두 명이 각각 악마의 유혹에 열심히 빠져있다. 아침부터 전철 안에서 음식을 먹다니. 요즘 젊은 세대란...쯧 부럽다. 그 옆에 하얀 옷을 입은 여학생 핸드폰을 머리높이에 들고 있어서 얼굴은 안 보이고 윤곽만 보인다. 매딕같다. 수타 캐릭터의 목소리 중에 그래도 사람다운 목소리는 매딕하고 두랍쉽이던가. 어떤 변태들은 매딕의 죽는 목소리에 쾌감을 느낀다지... 이런 미친 노옴들
어제 알이 피는 곳에 오랜만에 올린 유머는 조회가 좀 되었을까? 이놈의 동네엔 당최 왜 그리 글 잘 쓰는 인간들 투성인지 사실 글 올리는 것 자체가 좀 무섭다. 그래도 40대의 유연함과 두꺼움으로 극복하리라는 신념으로 몇 번 밀어 붙였드니만 역시 시큰둥한 반응 들... 이러다가 공지사항에 이런 조항이 생기는 것 아닌지 몰라 "40대 가정이 있는 가장들은 가급적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에 오기 보다는 웬수들 먹여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뭐 속 뜻이야 너무 썰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그럴리는 없겠지 알이피는 곳 운영진은 정말 사려 깊으니까. 그리고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는 꼭 필요한 것들이니까.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치이익 뭔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전동차 문이 열렸구나 무슨 역이지 삼봉역이네 내려야지 아차 가방
플랫폼에서 떠나가는 차를 잠시 바라본다. 은하철도 999처럼 멀어진다.
아우 술이 덜 깼나! 이럴 때 음주단속하면 바로 걸리겠군 튀지말고 안전운전하자
오늘도 버러지처럼 열심히 일해야지 에이 그래도 버러지가 뭐야 근데 왜 이말이 입에 달렸지 아 그 총알이 없어졌어요 그 아저씨 때문이군 아 알이 피는 곳의 중독이란...
후기 : 오늘 아침 저의 실상을 적어 보았습니다. 뭐 선수 및 일부 각색은 했지만 악의는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게 올릴까 자게 올릴까 고민 고민 하다가 자게에 올려 봅니다. 관리자님에 의하여 옮겨져도 뭐 항의 하지 않겠습니다. 표현상 솔직해 보려고 좀 거친 표현들도 있습니다. 역시 혜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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