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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07 15:59:18
Name 하늘 한번 보기
Subject 「프레드릭」이라는 동화를 아십니까? : 제가 충격을 좀 먹어서....
제가 아는 여러 게시판 중에 이런 내용을 올릴 곳이 여기 밖에 없다고 생각되어
어렵게 글을 씁니다. (꼭 스타 관련 글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좀 기네요. 죄송합니다.^^


레오 리오니가 쓴 「프레드릭」이라는 동화를 아십니까?
초등학교 1,2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구요,
우연히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래 글이 동화의 전문이구요.(시공주니어에서 고소하지는 않겠지요? ^^;)
예쁜 그림과 함께 16장 정도 되는 얇은 책입니다. (띄어 쓴 부분이 한 장씩)
무슨 상도 받았더군요.

===============================================================================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1999년

소들이 풀을 뜯고 말들이 뛰노는 풀밭이 있었습니다. 그 풀밭을 따라 오래된 돌담이 쭉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헛간과 곳간에서 가까운 돌담에는 수다쟁이 들쥐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었습니다.

농부들이 이사를 가자, 헛간은 버려지고 곳간은 텅 비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작은 둘쥐들은 옥수수와 나무 열매와 밀과 짚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들쥐들은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 말입니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고 있는 중이야" 프레드릭이 대답했습니다.

어느날, 들쥐들은 동그라니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레드릭을 보았습니다.
들쥐들은 또다시 물었습니다.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프레드릭이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한 번은 프레드릭이 조는 듯이 보였습니다.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둘쥐들이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했습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첫눈이 내리자, 작은 들쥐 다섯 마리는 돌담 틈새로 난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먹이가 아주 넉넉했습니다. 들쥐들은 바보 같은 늑대와 어리석은 고양이 얘기를 하며 지냈습니다. 들쥐 가족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들쥐들은 나무 열매며 곡식 낱알들을 조금씩조금씩 다 갉아먹었습니다.
짚도 다 떨어져 버렸고, 옥수수 역시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돌담 사이로는 찬바람이 스며들었습니다. 들쥐들은 누구 하나 재잘대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들쥐들은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다고 했던 프레드릭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프레드릭?"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프레드릭이 커다란 돌 위로 기어올라가더니,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했습니다. 프레드릭이 햇살 얘기를 하자, 네 마리 작은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레드릭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요? 마법 때문이었을까요?

"색깔은 어떻게 됐어, 프레드릭?" 들쥐들이 조바심을 내며 물었습니다.
"다시 눈을 감아 봐." 프레드릭은 파란 덩굴 꽃과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또 초록빛 딸기 덤불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들쥐들은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색깔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프레드릭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이라도 하듯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송이는 누가 뿌릴까? 얼음은 누가 녹일까? 궂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맑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유월의 네 잎 클로버는 누가 피워 낼까? 날을 저물게 하는 건 누구일까? 달빛을 밝히는 건 누구일까?
하늘에 사는 들 뒤 네 마리, 너희들과 같은 들쥐 네 마리.
봄쥐는 소나기를 몰고 온다네.
여름쥐는 온갖 꽃에 색칠을 하지.
가을쥐는 열매와 밀을 가져온다네.
겨울쥐는 오들오들 작은 몸을 웅크리지.
계절이 넷이니 얼마나 좋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사계절."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마치자 들쥐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을 했습니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프레드릭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한 다음 수줍게 말하였습니다.
"나도 알아."

===============================================================================


중간까지 읽으면서 당연히 '개미와 배짱이' 류의 결말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허나 전혀 다른 결론!!

'개미와 배짱이'에서 주는 교훈 : 성실함
그게 최선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는데...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시간이 지나자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쪽팔렸습니다.

나의 고정관념...나의 가치관...나의 세계관....

20대 중반의 나이...
나름대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생각과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구태의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맞서 싸워 세상을 작게나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었는데...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성실함'이 나쁘다거나 구시대적 유물(?)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런 동화를 보며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우리 보다는
다양성, 창의성, 상상력, 남과 다름, 삶의 여유, 문화의 중요성...등등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자라겠지요?

이렇게 정리하고 있는 지금도
'그럼 프레드릭은 과연 추운 겨울에 뭘 먹고 살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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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d가젤좋아
04/05/07 17:37
수정 아이콘
반전에 원츄요 -_-乃

저도 순간 왠 개미와베짱이 짝퉁이야.. 했는데 극적반전을 -_-;;;
LuxuryProtoss
04/05/07 17:50
수정 아이콘
저도 몬스터에 나오는 그 무서운 동화가 생각났답니다. 그래서 무서운 스토리로 전개될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따뜻한 내용이네요.^^
스미골재균
04/05/07 18:24
수정 아이콘
옛날에 이름 없는 괴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몬스터 못 보신분들 한 번 보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04/05/07 18:25
수정 아이콘
저게 프레드릭이었습니까? 읽어본 기억은 있는데... (참 작은 책이었죠... 저거랑, 두꺼비, 개구리 들이 나오는거랑 아낌없이 주는 나무, 털이 황금이 된 까마귀 이야기 등등..) 참... 옛날이 그립군요 ^^;
blueisland
04/05/07 18:52
수정 아이콘
헉...저도 몬스터가 생각났습니다...프레드릭이 이름없는 괴물일까봐...ㅡ.ㅡ;
피그베어
04/05/07 18:55
수정 아이콘
WWI우승상금이 얼마더라....퍽...
김형남
04/05/07 21:45
수정 아이콘
몬스터는 사놨는데, 랩핑 뜯지도 않고 놔둔지 벌써 1년 4개월째입니다 -_-; 이거 재밌나요?
04/05/08 00:25
수정 아이콘
아동문학시간에 이 동화를 읽고 토론을 했습니다. 교수님이 만약에 자기 아이한테 '프레드릭'과 '개미와 베짱이' 둘중에 하나를 골라 줘야 한다면 어떤걸 읽어주겠냐고 하시길래, 그걸로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세계관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같이 수업듣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정반대의 부류를 발견하고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원강사도 나간다는 한 후배가 자기는 절대 프레드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거든요...
하늘 한번 보기님, 추운 겨울 프레드릭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화에도 나와있듯, 프레드릭의 친구들이 모은 양식을 함께 먹습니다. 개미와 베짱이에서는 매정하게 베짱이는 배척당하지요-0- 무서운 동화입니다 개미와 베짱이는... 프레드릭과 베짱이는 같은 예술가인데말이죠.
대책없음
04/05/08 13:49
수정 아이콘
개미와 베짱이 도 프레드릭과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개미들이 여름 내내 일을 했지만 천재지변(?)을 만나 겨우내 굶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때 베짱이는 말합니다 "여름 날 그 좋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햇볓은 우리를 비추고 꽃은 만발해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하던 그 시절을 생각해 봐. 그때는 생각하며 살아가자. 우리는 이겨 낼 수 있어" 개미들은 그 때를 생각합니다.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생기고 환상에 빠진 듯한 그들은 배부름을 느끼죠. 우리가 늘 보고 듣던 개미와 베짱이 와는 너무나 다른 그 이야기에서 뭔가 다른 배울것이 있습니다.
그린피스
04/05/09 15:29
수정 아이콘
어린이 문학의 이해를 듣는 제 친구들이 그 소설을 읽고나서 정말 아스트랄이 강한 동화라고 입에 닳도록 말을했었지요.. 저도 얼떨결에 봤었는데 진짜 웃기더라구요...(우하하하)
총알이 모자라.
04/05/07 16:04
수정 아이콘
하하, 저는 프레드릭보다 프레드릭을 인정해주고 같이 먹을 것을 나누는 나머지 들쥐들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튀는 사람보다 그것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 지길...^^
04/05/07 16:09
수정 아이콘
요즘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어른이 봐도 좋을만한 책들이 참 많습니다. 얼마전에 '작은집 이야기'라는 책과 '토끼의 결혼식'이라는 그림책을 두 권 샀는데 한번씩 꺼내서 보면 좋더군요. ^^
04/05/07 16:12
수정 아이콘
시집을 내서 그 인세로 먹고 살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_- )
그믐달
04/05/07 16:14
수정 아이콘
제가 한때 학습지 교사를 했었는데..그때 이 동화를 가르쳤던 기억이 나요..전 이동화가 제일 좋았거든요..그래서 애들한테 읽어주고..학부모들 한테도.."이 동화 너무 이쁘죠.."하며 ..읽기를 권하던 생각이 나네요..여기서 이 동화를 다시 보니 넘 좋고 ..반갑고..눈이 똘망똘망하던 그때 아이들도 생각나네요..좋은글 감사 합니다..^^
04/05/07 16:21
수정 아이콘
개미와 베짱이라면 베짱이가 음악적 소질을 깨닫고 음악가가 되어 세상을 감동시키는 음악을 만들며 잘 살았다는 결말이 되겠군요.
04/05/07 16:30
수정 아이콘
프레드릭은 대회 상금으로.......

죄송합니다....... -_-;
vividvoyage
04/05/07 16:39
수정 아이콘
괜시리 만화 '몬스터'가 생각났다는... ;
04/05/07 17:05
수정 아이콘
개미와 베짱이의 이이갸는 단지 곤충들 사이의 얘기일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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