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5/06 23:11:56
Name Artemis
Subject 궁시렁: 어제 메가 스튜디오에 다녀온 후...
솔직히 당일인 어제만 해도 짜증이 치밀고 피곤함이 두세 배로 밀려들었는데... 하루가 지나니 그냥 궁시렁 정도가 되는군요. 그래도 불만은 불만이고 불평은 불평이겠죠. 어쨌거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는 빅 경기가 있는 날엔 메가 스튜디오는 안 간다!입니다. 대신 실시간 방송이나 텔레비전과 친해질 수밖에 없겠죠. 어제는 지금까지 온게임넷 경기를 보러 간 날 중에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어제는 기존의 메가웹이 메가 스튜디오로 단장하고 난 후,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발걸음이었습니다. 두 번 다 챌린지 리그 때 갔었는데, 어제 일로 이젠 질레트배 스타리그를 구경하러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졌습니다.ㅡㅡ;;

어제의 제 관심사는 KTF vs ST1의 경기가 아니라 KOR vs Soul의 경기였습니다. 물론, KTF팀이나 ST1팀에도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응원을 하는 선수들이 있긴 합니다만, 어제는 순전히  KOR과 Soul의 경기를 관람하러 간 동기가 100%입니다.

메가 스튜디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죠. 이미 짐작한 일이었지만, 이미 내부는 모든 자리가 꽉 차 있었고 심지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무진장 많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견딜만 했죠. 잠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다시 메가 스튜디오로 돌아온 시간이 6시 30분. 그새 내부는 물론, 밖의 비전 앞까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질레트 배 때 관중이 2000명이 왔다고 했나요? 왠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됩니다.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찬 자리 한 쪽에 선수들이 지나갈 길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예,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길이 필요했다면 미리 관중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예상하고 조치를 취하던가 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찬 그 공간에 길을 만들자니 사람들이 이리저리 밀려 다니는 건 다반사죠. 나중엔 아예 직접 밀치고 다니기도 하더군요. 이유야 어떻든 간에 다들 자기 시간 내서 그곳에 관람하러 온 사람들일 텐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 길로 KTF 선수와 ST1 선수들이 지나가자 그 주변은 순식간에 엉망이 됩니다.(하지만 그 길이란 게 종종 가려지기도 해서 그냥 아무곳으로 막 지나가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환호를 지르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길을 막는 사람, 심지어는 들어가 봐야 된다고 하는 선수들을 붙잡고 끝까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더군요.ㅡㅡ;; 뭐,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거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두 팀의 선수와 경기를 보러 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까요. 그런데 그 순간에 경기장에서는 KOR팀과 Soul팀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곳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안쓰럽게 느껴지더군요. 그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놓치게 되어서 조금 화가 나기도 했고요. 편하게 경기를 준비해야 할 KTF와 ST1 선수들에게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이젠 선수들 전용 대기실 말고, 선수들 전용 통로라도 하나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ㅡㅡ;;

그러나저러나 가장 아쉬웠던 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제대로 응원도 못하면서 뒤에서 지켜봐야 했다는 점입니다. 대다수가 KTF와 ST1의 경기를 보러 온 상황에서 KOR이나 Soul팀의 응원단은 제대로 응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응원을 위한 저쪽 안 자리는 이미 모두 2경기의 팀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외려 1경기 팀의 응원단은 안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후에 이야기를 들으니 이쪽 응원단들도 오전에 오긴 했는데 이미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차라리 그럴 바엔 대박 경기를 앞에 배치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경기의 관중석이 썰렁하긴 해도 진짜 그 경기를 보고 싶은 관중들이 남아서 편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그곳까지 발걸음을 한 팬들에겐 더 나은 일이 아닌가 하고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다른 선수들이 한 번 왔다갔다 할 때마다 나오는 주변의 반응 때문에 경기 관전에도 맥이 끊겼던 것도 사실입니다.(뭐, 솔직한 심정으로 저도 개인적으로 호감 있는 선수가 지나갈 때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가까이에서 얼굴 한 번 봤네 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순서가 뒤바뀌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일찍 못 가 자리 못 맡은 죄라면 그다지 할 말은 없지만 말이죠...^^;;

뭐, 그러나 역시 최강의 궁시렁 이유는... 바로 메가 스튜디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더위 때문입니다.ㅡㅡ;; 어제는 정말이지 숨이 막혀 현기증까지 일어날 정도더군요. 원래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메가 스튜디오의 구조인데, 어제 그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완전 메가톤급 찜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사실 메가 스튜디오는 구조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좁은 입구 하나에 답답한 실내. 냉방 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그다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제와 같이 사람이 많다면 무용지물일 테니까요. 아니,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죠. 사실 메가 스튜디오는 메가웹부터 추억이 어린 곳이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새로운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지금처럼 그곳에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의 추억은 낭만으로 기억됩니다. 경기 시작 전보다 조금 일찍 와 응원하는 선수 만나서 컨디션은 어떠냐, 오늘 경기 이겼으면 좋겠다 등등의 담소를 살짝 나누고, 경기복으로 갈아 입으러 가는 선수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 또 경기가 끝나면 잠시 만나서 그날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거나 아니면 아쉽게 헤어지거나... 사실 이런 날의 기억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메가 스튜디오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란 느낌입니다. 더 이상 과거만을 추억할 수 없겠죠. 지금처럼 판이 커지고 팬들이 무수히 늘어난 이때에 그때처럼의 시간을 바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좀더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일반 관람객들과 다른 통로로 드나든다 할지라도, 그래서 이전보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덩달아 심리적 거리가 멀어진다 할지라도 차라리 다른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물론, 매번 빅 경기가 있지는 않습니다. 항상 어제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관객이나 선수들이나 쾌적한 공간에서 경기를 하고 즐기고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듯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제 생겼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도 좀더 안정적이겠죠. 뭐, 건축가도 아니고 그쪽 지망생도 아니지만 현재의 메가 스튜디오 자리는 이제 좀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당분간 마음이 바뀌기 전까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을 땐 메가 스튜디오에는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제의 그 북새통에 제가 가진 경기에 대한 기대, 그곳에 간 즐거움, 신나는 휴일의 의미가 모두 날아가버렸거든요. 참 제게는 아쉽고도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Artemis

p.s.
1. 그래도 어제 KOR팀과 Soul팀의 제1경기 팀플은 참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2 대 1 유리한 상황에서 승기를 놓쳐버린 KOR팀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의 주종족이 아닌데도 멋지게 플레이한 박상익 선수가 참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듣기엔 테란 플레이도 잘하신다고 하시던데... 이 기회에 혹여...^^;;

2. 메가 스튜디오에 가기 전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란 영화를 봤습니다. 참으로 묘한 영화더군요. 재미가 있고 없고서를 떠나서 참으로 맘이 불편하고 머리가 아픈 영화였습니다. 결국 남은 건... "남자란 족속은 믿을 게 못 되는 나쁜 놈들이다!"란 생각뿐이었습니다.ㅜ.ㅜ
이래저래 머리가 아픈 하루였군요...ㅡㅡ;;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ouLflower
04/05/06 23:16
수정 아이콘
p.s에 관한 댓글을 달게 되네요...모든 남자들이 믿을게 못 되는 나쁜놈은 아니랍니다....^^;
도루묵~!
04/05/06 23:41
수정 아이콘
우윽;; 더운걸 무진장 정말로 싫어하는 저로서는(<- 일분만 햇볓쬐도 땀 나는놈) 어떨지 이해가 값니다 ㅡ.ㅡ 함성에 시끄러운 소리에 부대끼는 몸에 축축한 습기에 찜통같은 실내 더위 ㅡ.ㅡ 바람 한점 없는! 아;; 생각맨 해도 현기증이 일어나네요. 그리고 설마 ㅡ.ㅡ 두 팀이 경기하는 도중에 그런.. 왠지 연예인들의 그것처럼 스타크 팬들도 변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내요.
04/05/07 00:13
수정 아이콘
전 남자지만.. 저를 비롯해서 못믿을 남자들... 정말 많죠;;
My name is J
04/05/07 00:27
수정 아이콘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그렇습니다.
착한여자요? 그런게 어딨습니까? 흥!
착한 사람은 많이 알지만 착한 여자도 착한 남자도 본적없습니다 전.
<---다른 일때문에 마음이 꼬여있다.--;;;

1경기 셨다면 2경기 응원하러 오신 분들께 자리양보를 부탁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런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
04/05/07 01:26
수정 아이콘
메가웹 스테이션때보다는 그래도 한결 나아진겁니다.......만 요새는 관중이 더 많이오겠군요;
냉장고
04/05/07 02:11
수정 아이콘
저도 못믿을 남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라는데 한표를....남자가 착하고 생각이 있고를 떠나서 별 불만없이 잘 사귀는 여자친구 있는데도 한눈 팔고, 별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생긴것도 아닌데 오래 사귀어서 얜 정말 나밖에 모르는구나 싶으면 저절로 마음이 식는것도 남자더군요. (여자가 계속해서 어느정도의 불안감과 튕김을 조성해주지 않는한)
04/05/07 03:09
수정 아이콘
조지명식떄도 저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조지명식때는 서서는 볼수있을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어제는 어린이날이다 모다 해서.... 정말 열기가 뜨겁더군요.... 사우나 자주가시는분들은 아셈에서 공짜 사우나를 즐겨봅시다!
04/05/07 09:16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저를뺀 남자는 다 못믿을 늑대입니다!! ...퍽! 퍼버벅!! 우어우어워~~~ 철푸덕! ...모든사람이 다 그렇지 않기에 세상은 살만하다 말할 수 있는것일테지요. 남자도 여자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04/05/07 10:28
수정 아이콘
헐...영화 한편 보시고 남자의 대한 심한 편견을 가지지 마세요. 저처럼 착한 남자도 많습니다. (저 진짜 착해요;; 닉 처럼 좀 말라서 인기가 없음 ㅜㅜ;)
솔직히 여자들 한테 매너좋고, 싹싹하고 잘 대하는 남자들은..그만큼 여자 경험(성적인 경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이 많다는 거에요.
남자 고르실때(?) 잘 선택하시길.. 능숙한 남자일수록..능숙한 이유가 있는 거에요.
싸이코샤오유
04/05/07 11:57
수정 아이콘
믿을남자없다.

제가 리니지 1 할때 만든 혈맹 이름입니다 ㅡ ㅡ;; 로엔그린서버
기란 중앙광장 바로 아래 가장큰 아지트(섹시코만도부) 를 갖고있었던..
04/05/07 13:46
수정 아이콘
여자 경험이 많은 남자가 여자한테 당연히 좋지요. 잘하니까요.
여자한테 잘 못하는 순수하고 어리버리한 청년보다
능숙한 카사노바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여자일껄요? ㅇㅇ;;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50 강민...발상의 전환~~ [13] 원석4614 04/05/07 4614 0
4349 「프레드릭」이라는 동화를 아십니까? : 제가 충격을 좀 먹어서.... [18] 하늘 한번 보기7080 04/05/07 7080 0
4348 엠비씨게임 적응불가..[잡담] [63] 무당스톰~*4888 04/05/07 4888 0
4347 [잡담]나는 광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22] Zard3420 04/05/07 3420 0
4346 기를 믿으 십니까?? [15] Extreme3310 04/05/07 3310 0
4343 영웅이여~~ 다시 한번 일어서라... [21] 서녀비2969 04/05/07 2969 0
4342 숲? 나무? 우리가 보아야될 진실은 무엇일까? [157] i1ovesoony6600 04/05/07 6600 0
4341 We wish, Free & Easy? [1] Kai2300 04/05/07 2300 0
4340 스타리거들에게 주제음악을 주자 14. 변은종선수편 [3] 공공의마사지3533 04/05/07 3533 0
4339 PGR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랄까...이번 사건에 관련해서...(또 수정) [140] 벌쳐는사기5637 04/05/07 5637 0
4338 스타리거들에게 주제음악을 주자 13. 이병민선수편 [5] 공공의마사지2996 04/05/07 2996 0
4337 [잡설]프로게임단에도 단장이 생긴다면? [8] crazygal3283 04/05/07 3283 0
4335 무승부경기에 대해 [4] 信主NISSI3353 04/05/07 3353 0
4330 [잡담]프로게이머와 축구선수의 비교... [18] 기억의 습작...2946 04/05/07 2946 0
4329 [잡담]바다를 닮은 이곳.... [8] 미츠하시2998 04/05/07 2998 0
4328 질레트배 스타리그 최대위기!!! [38] 허접태란8238 04/05/07 8238 0
4327 강교주....상성을 뒤엎는 사나이.... [24] souLflower4930 04/05/06 4930 0
4325 오늘 스포츠투데이라는 신문을 보다가... [4] 나를찾아서3608 04/05/06 3608 0
4324 궁시렁: 어제 메가 스튜디오에 다녀온 후... [11] Artemis3227 04/05/06 3227 0
4323 방송경기를 보는 시기에 따른 선수들에 대한 시각. [21] 리치나다옐로3223 04/05/06 3223 0
4321 전격전.. 그리고 프로토스의 상징.. 질럿.. [7] 4Atropos4099 04/05/06 4099 0
4320 아랫글 보고 필받은 놈이 써보는 스타수행평가 [9] 오노액션3347 04/05/06 3347 0
4319 5월 8일날 스타크래프트 학력평가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8] 문제출제장2981 04/05/06 298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