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지훈과 태석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지훈은 즉시 눈을 아래로 내렸고, 태석은 그를 보더니 약간 놀란 듯 하였다. 그리고는 약간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 왜왔노? 내랑 졌으면 깨끗하게 물러가야 한다 아이가.”
......
지훈도, 태석도, 그리고 피시방아저씨도 그 말 이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말을 꺼내야 할까...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깬건 지훈이였다.
“제... 제가 진건 인정합니다. 실력없는건 인정한다구요. 하지만, 아직까진 게이머를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다시 왔...습니다.”
말하면서 그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면서 눈물이 글썽글썽 흐르려고 했지만, 입을 악 물고 참았다. 부르르르 몸이 떨렸다. 참 부끄럽기만 했다. 태석은 그런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부, 부탁합니다. 부디 다시 한번만 기회를!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3개월동안은 죽을 힘을 다해서 해볼꺼라구요!”
그러더니 지훈은 태석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같이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태석은 그저 지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은 그가 뭐라고 답할지 한편으로는 기대가 됐고,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설마, 날 발로 차진 않을까? 아니면 무시하고 그냥 가라던지... 그것도 아니면, 받아줄지도 몰라. 아냐, 어쩌면...
“일어나라.”
그의 생각이 끝나기 전에 태석이 지훈에게 말했다.
“에, 예?”
“일어나라고, 그 뭐하는 짓이고. 추잡하고로.”
그는 여전히 흥분되있는 표정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입에서 그런말이 나왔다. 그래도 일단 공손하게 들어가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일단 태석씨의 마음을 돌리는데는데는 성공했나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빠르게 일어났다.
“... 게임하자. 그 채널로 온나.”
그리고 그는 그의 자리로 갔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설득이 되었다.
기분좋은 마음으로 다시 그의 자리로 갔다. 마우스를 쥐고, 스타크래프트를 더블클릭했다.
그의 얼굴은 울면서도 웃고 있었다.
단 하루의 방황, 그것이 그의 게이머의 길을 걷기위한 인생을 망치게 할 뻔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라고 생각했다.
‘이제 새출발... 절대 다른 길로는 안가... 게임에만 집중하자...’ 그가 눈을감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뜨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아, 잠시만요! 조지명식은 보고 하면 안돼요?”
-43-
Joining Channel : Op lpg-
CuteJu : 하이
LPG_Sonic : 하이요
dOtOry
[gongbu] : 음냐 시험 망치겠네 이게 뭐냐구영
LPG_Invent : hi
dOtOry
[gongbu] : 소닉님 철퇴로 입을 으깨야 겠음
dOtOry
[gongbu] : ....
LPG_Sonic : -_-
<from LPG_Master : your friend LPG_Master has entered battle.net>
LPG_Master has joined the channel.
LPG_Master : hi all
LPG_Sonic : 헐 괴물 마스터형이다
CuteJu : 하이
CuteJu : -_-;;;;;
LPG_Master : ....
LPG_Master : ban?
dOtOry
[gongbu] : ban 시켜버려요
dOtOry
[gongbu] : 웅켕켕
LPG_Master : CuteJu 이름 뭐라 했음?
CuteJu : 지훈이요 한지훈...
LPG_Sonic : 헐
LPG_Sonic : 내이름은 한지훅인데
dOtOry
[gongbu] : 소닉님 개그 즐
dOtOry
[gongbu] : 님 이름은 마군이잖아요
LPG_Master : 지훈
LPG_Master : lpg/1 gogo
LPG_Sonic : 흠;; 도톨님 개그좀;; 자제부탁;;
LPG_Master has left the channel.
-44-
.....이곳은 언제나 시끄럽다.
그가 1주일간 op lpg-에서 있으면서 느낀 점이다.
하지만 배울점도 많다.
자주 보이는 사람은 LPG_Suk, LPG_Sonic, 그리고 공부클랜의 dOtOry라는 사람.
제일 마지막에 있는사람은 어느정도 해도 충분히 이길수 있는 저그유저였고, LPG_Suk과는 한번도 붙어보지는 못했지만, 토스유저라고 한다. Sonic과는 약 4번가량 붙어봤는데 3번 지고 1번은 이겼다. 그래도 얼마 안하던 저저전에서 고수급 저그(라고 생각되는) 유저를 한번이라도 꺾었다는게 그나마 위안이였다.
그리고 Master 태석. 이 사람의 테란실력은 분명 뛰어나다. 정석을 주로 쓰고, 아무래도 컨트롤보단 물량쪽을 추구하는, 이윤열과 최연성의 괴물스러움보다는 서지훈의 완벽함이 더 생각나게끔 하는 테란유저다.
그를 이긴적은 한번. 경락마사지류의 게릴라로 의한 공격. 물론, 아마 그의 100% 힘을 발휘한게 아니였을 것이다. 그 게임 이후 약 20번가량을 모두 졌으니. 슬럼프도 있었지만, 이제 다시 이겨내기로 했다.
그 후, 그는 뭔가의 새로운 전략을 착안하기로 하였고, 그것이 버로우 저글링이였다. 한번은 태석이 파이어뱃으로 입구를 잘 막지 못해서 어이없게 지지를 쳤고(자신의 말에 따르면 그때 막 자신한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후 다른 전략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최후에 쓴, 어디선가 주어들은 울스저그는 상대방의 멀티를 견제하지 못해 12배럭 생마린으로 그야말로 ‘강물’ 당했다.
(그 후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갔다고 한다.)
LPG_Master : 그건 또 뭐냐
CuteJu : ........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새로운 전략’을 찾는게 아니라, 자신의 모티브가 될 수 있는 선수를 찾기로 했다. 홍진호 스타일의 폭풍저그인가, 조용호 스타일의 목동저그인가, 아니면 박경락식 경락마사지? 그것도 아니면 주진철식 무한 확장?
그는 답을 찾을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곧 자신만의 ‘한지훈류 저그’를 만들어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계속해서 게임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씩 게임하고, 한게임 한게임씩 게임하다보니, 시간은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듯 했다.(그 주말에는 은주와 영화를 보러 갔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그에게 준 큰 변화는 3가지라고 보면 된다. 첫째는 그가 이제 태석보다는 아니라도, 어느정도의 수준급있는 실력자가 되고 있었고, 둘째로는 그렇게 하면서 CuteJu의 ID의 승수가 500승을 넘었다는 것, 그리고 500승이 넘은 그날, 지훈은 CuteJu라는 아이디를 버리고 LPG_OnlySilver 라는 새로운 아이디로 게임에 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후문에 따르자면, 클랜원들이 이 아이디를 만들때 상당히 반대했다고 한다. 이유는 염장질이라고. 지훈은 ^^ 라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들을 무시했다.)
그렇게 5월이 가고 있었다.
-45-
“아저씨, 새우탕하고 신라면 큰 걸로요. 포카리도 하나 주시구요.”
“Oh, 그래. 많이 많이 delicious하게 eat해!”
“네, 알았어요.”
그는 많이 차분해진 것 같았다. 이 피시방에서 활동한지도 약 1개월 반. 짧지만 긴 시간이였고, 이제 집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요즘 그가 하는 일중에 바뀐점이 있다면, 태석에게 라면을 사준다는 점이다.
“아, 그때 럴커 게릴라를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니는 내 탱크에 막혔다. 내가 게릴라를 얼마나 잘 막는데.”
“에이, 그때는 완전히 당했잖아요?”
“...야이 자슥아, 그건 내가 살살해줬을때고. 아 그 참 아가 말귀를 못 알아듣나...”
.....그것은 라면값 내기 게임이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당히 친해져 있는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엔 말이다.
“지훈아, 알제? 이번주 일요일날 정모다. 내랑 같이 10시에 여기서 만나서 이동하자. 재석이하고 소닉 얼굴 못봤제? 끝내주게 죽인다! 킥킥”
그러면서 킥킥. 분명 엄청 잘생겼거나. 엄청 코믹하게 생겼거나. 둘중 하나다.
“뭐, 그래도 너랑은 좀 비슷비슷... 하게 생겼겠네.” 그러면서 씨익 웃는다. 지훈은 기분나뻐 한다.
“그건 또 뭔소리에요!”
“모르나? 니 얼굴로 팬들 좀 확보하기엔 좀 힘들걸? 게이머들은 얼굴이 되 줘야 할텐데...”
“참나, 난 빠순이들 필요없어요. 특히 임빠들, 어우 싫어.”
순간 웃고 있던 태석이 침묵했다. 새우탕 뚜껑을 열더니 한가닥 후루룩 먹는다. 뜨거운 듯, 헉헉. 그리고는 라면을 씹고 있었다.
다시 침묵. 지훈은 갑작스런 태석의 침묵에 난처해 했다.
“요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태석은 계속해서 라면을 아그적 아그적 씹고 있었다. 무슨말을 할려는걸까... 설마 그냥 분위기 잡아본건 아닐까? 저 아저씨는 사람 놀래키게 하는 게 있다니까...
“니, 솔직하게 말해라.”
그는 갑자기 지훈의 눈을 쳐다봤다. 순간 지훈은 찔끔 했다. 뭘 솔직하게 말하라는거야! 설마, 나보고 돈 더 내라는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해서, 니 그때 내가 왜 니 멱살잡았는지 아직도 모르겠제?”
의외의 질문이였다. 잊혀진 과거의 일,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먹다가 이게 왠 낭패람. 지훈은 순간 손에서 땀이났다.
‘참 나, 그래도 제가 그걸 모를 것 같아요?’
‘그럼, 왜 그런데?’
‘왜?’
‘왜...?’
‘......몰라, 내가 그걸 알 리가 없잖아. 워낙 폐인이니까 가끔가다가 정신 분열증있겠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럼 뭐라 답해야 돼지?’
“모... 몰라요.”
그 대답을 들은 직후, 태석은 약간의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웃음, 먼가 어색한 웃음. 허허, 허허허. 어쩌면, 너무 당연한 대답을 할건데 기대를 했던것일까. 라는 그 웃음이였다.
“그래, 그러면 다른 질문을 해보자... 니 가 이걸 맞추면, 나는 니한테 그때 멱살잡은거 사과하고 지금 낸 돈 내가 다 낼께.”
태석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지훈은 어느새 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질문을 하려는거야?
-46-
태석의 입이 열렸다.
“니, 왜 임빠가 많은 줄 아나?”
To Be Continued...
1편 읽기
2편 읽기
3편 읽기
4편 읽기
5편 읽기
6편 읽기
7편 읽기
전하는 말씀
안녕하세요 막군입니다.
8편이네요. 꽤나 오래 버티는군요 ^_^;;
원래는 약 20편가량정도 쓰면 완결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한편의 양이 길다보니 약 13~14편정도에서 끝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희망을 받는 사나이 본편이 끝난후의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외전격의 스토리가 하나 나오게 됩니다. 그 외전도 기대해주시구요.
그렇다면 희망을 받는 사나이(줄여서 희받사라고 하죠 -_-;;)의 첫번째 이벤트성 퀴즈를 마련해봤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면 주-조연급으로 나오는 주 멤버들은 총 4명이죠. 지훈, 태석, 피시방 아저씨, 그리고 은주.
이 네명은 제가 글을 쓰기 전부터 어느 연예인들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연예인들이 누군지 맞춰주시면 됩니다.
다 맞추신분께는... 소정의 상품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