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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02 02:08:58
Name Khun
Subject NaDa에게 하고 싶은 말
엠비씨게임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최연성 선수에게 지고 나서 눈물을 보이는 이윤열 선수를 보며 NaDa의 팬분들은 가슴이 찡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윤열 선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다, 더 독해져라. 이까짓 패배 한번에 눈물을 보이다는건 그만큼 니가 아픔을 모르고 지금껏 올라왔다는 것의 반증이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이기지 못한 것이 그리 억울하고 분하냐? 지금까지 너를 상대해왔던 선수들은 네가 오늘 잠시나마 느꼈던 그 패배감보다 더한 좌절감을 너에게 느껴왔을 것이다. 너는 오늘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기뻐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다 경험해 본 감정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상대를 이제서야 만난 것을...'

온게임넷 Now&Then 프로그램에서 정수영 감독이 이윤열 선수의 연습 스타일에 대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윤열이는 다른 선수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습을 한다. 다른 선수들이 게임을 쉬지 않고 하며 연습하는 것과 달리 윤열이는 마음속으로 먼저 경기를 그린 후에 자신이 원하는 데로 마음속에서 경기가 치뤄지면 그제서야 컴퓨터를 키고 그것을 실제로 테스트 해본다. 윤열이가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런 방식을 가르쳐 보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윤열이에게만 통하는 독특한 연습방식인 거 같다. 이런 전혀 다른 연습방식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대화가 잘 안 통하는 것이 윤열이의 유일한 단점이다.

나다는 그의 닉네임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입니다.
마음속으로 그리는 것 만으로 완벽한 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머리와 실제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손까지 겸비한 천부적인 재능으로 그는 최강의 자리까지 너무나 손쉽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 압도적이며 빈틈이 없는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플레이를 '물량 일변도의 재미없는 플레이'라며 폄하하는 안티팬들까지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사람들의 심리는 참으로 간사합니다. 대중은 언제나 승리자의 주변에 모여들지만, 너무나 완벽해 빈틈 하나 없는 승리자보다는 다소 허점을 가지고 있는 승리자를 더 좋아하는 법입니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약한 구석이 있는 승리자를 더 좋아하는 법이죠. 나다의 잘못이라면 그가 그랜드 슬램을 이루는 과정에 너무나 완벽한 이미지만을 남겼다는 것이겠죠. 아슬아슬하게 패하기도 하고 탈락의 위기도 겪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우승을 했었다면, 나다에게 졌던 선수들의 팬들도 나다에 대해 그렇게 싫은 감정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새로운 챔피언의 등극에 기뻐해 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응원하던 선수들을 너무나 손쉽게 이겨가며 올라가는 나다였기에 그들은 나다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입니다. 나다의 강함이 오히려 그를 좋아할 수 없게 만든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최근에 나다가 자주 지면서 오히려 나다의 팬이 더 늘었죠.)

나다는 강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의 강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그의 연약함이 보입니다.
모니터에 펼져치는 그의 공격적인 모습 뒤로 저는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여린 소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최연성 선수와의 경기를 마치고 나다가 그의 펜 카페에 올린 일기를 봤습니다.
나다의 일기를 읽고서 저는 4경기를 하기 전 나다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 봤습니다.
나다가 느꼈던 뭔지 모를 쓸쓸함, 그것이 이어진 4,5 경기에 영향을 주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순간을 앞두고서 센티멘탈한 감정에 아직도 영향을 받는 나다. 그는 아직 여립니다.

질레트배 스타리그 조지명식 프로그램에서 최연성 선수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두려워하는 선수도 없고,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모습입니다.
나다를 봅니다. 나도현 선수의 말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아직도 인터뷰에 서투른 모습.
일단은 4강이 목표라는 말.

나다를 보면서 언젠가 에반겔리온의 신지같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났지만 감정적으로 불안정해 방황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나다를 좋아하는건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면서 느끼는 감탄때문만이 아니라
만화 속 주인공의 성장기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응원해주고 픈 그런 마음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다, 그는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보면 다른 선수들 보다 한단계 위에 있었던 그의 재능으로 외롭게 정상에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천재성 만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이미 등장했고, 앞으로 이러한 상대가 계속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나다의 강하면서 여린 그 소년의 모습이 제가 좋아하는 나다의 모습이지만, 이제는 달라졌으면 합니다. 나다의 경기 중 수시로 바뀌는, 빌드를 초월한 모습을 사랑했던 저였지만, 이제는 정말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빌드로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는 나다를 보고 싶습니다.
(최근 나도현 선수와의 경기를 보면서 이런 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나다, 더 독해져야 합니다.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5경기에서 똑같은 위치가 다시 나왔을 때 쓸 빌드를 미리 준비해 오지 않은 것은
분명히 당신의 실수입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당신의 말은 틀렸습니다.
아직 당신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을 때 나올 결과를 알기에,
그 날을 기대하며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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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음
04/05/02 02:28
수정 아이콘
수많은 응원 글 중에 하나 공감하는 글입니다. 미안하지만 저도 나다를 최근에서야 바로 보게 된 글에서 말씀 하셨던 팬입니다. 나다 화이팅이라고..이제서야 말하게 되는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04/05/02 02:46
수정 아이콘
후.. 요즘들어 추게감 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
04/05/02 03:2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날 친구따라서 경기를 보러갔다가 경기를본후, 그리고 애프터를 다녀온후 나다의 팬이 되버렸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닿는말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던 수많은 선수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겨온 나다를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모습, khun님이 말씀하셨던 소년같은 면때문에 그를 좋아하게 됬습니다.
앞으로 나다가 지금의 어려움을 이기고 더 큰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ㅡ^
갈마동[오징어]
04/05/02 04:02
수정 아이콘
lapiece/님 말에 동감.
저도 처음엔 다른 선수들을 무참히 이기는걸 보고 싫어 했는데..
언제 부터인가 팬이 되어 버린.
59분59초
04/05/02 04:06
수정 아이콘
정말 추게감입니다. 갈무리했어요...
담담하면서도 진실이 느껴지는 글. 차분한 어조지만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다소 연약해 보이는 외양이지만 강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나다와 왠지 통하는 것 같은 글이네요.

...저도 신지와 나다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외모까지 비슷하지 않나요?(-_-)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이면서도 늘 자신을 의심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참 닮았습니다.
그가 강하다는 것. 본인만 모릅니다. 이것도 닮았죠. 이것이 더욱 그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사실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서 묘한 질투심을 느낍니다.
저같이 잘난척하기 좋아하고 다혈질적(?)인 사람은 감히 흉내조차 못내거든요.(포기한지 오랩니다.. 예전에 한번 시도했더니 사람들이 개그하지 말라고 하더군요-_-)
제게 없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나다에게 끌리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에고.. 쿤님글 사람 참 진지하게 만드네요...(^^)
Raesoo80
04/05/02 04:31
수정 아이콘
와... 나다를 생각하는 제 마음이랑 이렇게 비슷하다니요..
부디 이 글을 이윤열 선수가 봐서 더욱 발전하고 노력하는 선수가 되는데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NaDa_mania
04/05/02 08:09
수정 아이콘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요 ^^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나다가 지고나서부터 그의 플레이에 매력을 느꼈지요. 제 생각이지만, 결코 나다는 OOv보다 실력이 뒤처지지 않습니다.
분명 그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정말 추게 감이로군요 ^^!
04/05/02 08:31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지금까지 이윤열 선수에 대해 생각하던 마음을 다시한번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됩니다. 멋진 응원글입니다.
드리밍
04/05/02 08:50
수정 아이콘
요즘에 나다에 대한 좋은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나다는 아직 약합니다. (지금 "ㅇ0ㅇ?"하시눈븐들이 게시겠죠^^?)
나다는... 아직 보여줄것도 이룰것도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여러 시선들과 말들속에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나다이니까^-----^

나다파이팅! (앞뒤가 안맞는다-_-;)
간달프
04/05/02 08:58
수정 아이콘
NaDa가 경기를 하면 혹시나 하고 보다가 역시나로 끝나죠^^
저에게 스타의 경지를 선사하는 NaDa에게 큰 힘이 될만한 글이네요~~
추게로 이제 가야죠^^
chojja는nada
04/05/02 09:39
수정 아이콘
Khun님..//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써주셔서...이윤열선수 팬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줄 소중한 글입니다 !!그동안 피지알에서 느꼈던 불만들이 이글을 통해 눈녹듯이 사라지는군요^.^ 님의 글을 보니 저도 느끼는게 있군요 ~!!
전 그동안 이윤열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즉 얽매이지 않는 자유 분방한 빌드속에서 그의 초감각적인 플레이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님 말씀대로 그도 꽉짜여진 빌드속에 그의 천재성을 결합시켜 하면 얼마나 근사할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너무 훌륭한 글입니다 !!!!!!!!!!!! 반드시 추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걸 강추라고 하죠 후훗~!!
Ms.초밥왕
04/05/02 09:51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은 추게로 가야죠~ ^-^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당신의 말은 틀렸습니다.
아직 당신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을 때 나올 결과를 알기에,
그 날을 기대하며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그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카이레스
04/05/02 11:00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군요. 추게로 갔으면 합니다^^

나다....이제서야 슬슬 제대로된 평가를 받는 걸까요? 나다의 팬이 된지

그리고 오래되지 않은 저로서는

미안하면서도 맘이 뿌듯해지네요^^
Endless_No.1
04/05/02 12:01
수정 아이콘
아~ 나다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다를 다시보게끔... 아니 나다를 좋아하게끔 만드는 글이네요..나다 파이팅 입니다.
new[lovestory]
04/05/02 12:40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글은 추게로 보내주면 안될런지~~^^
얼마전 떠들썩했던 대장금의 장금이가 맛을그릴줄 아는 수랏간 궁녀였다면 게임을 그릴줄 아는 프로게이머 나다....멋지군요..
저그만쉐이
04/05/02 13:54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최근에서야 나다를 다시보게된 저로서는 굉장히 공감하면서 봤어요.
천재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것 같습니다.
나다를 보면 항상 혼자인는듯 해서;;
암튼!! 화이팅이요!
초초강추입니다!! ^ㅡ^乃
04/05/02 14:21
수정 아이콘
정수영감독님의 말을 듣다가 느낀건.. 이녀석 지는거나 밀리는 것도 이미 시나리오에 있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해봤던...
가끔은 옛날 나다의 무식 퉁퉁포가 보고 싶은데..(그만큼의 탱크는 보기 힘들었는데.. ㅠ.ㅠ) 나다가 행복해지는 날을 위해서
공방풀업
04/05/02 14:44
수정 아이콘
나다는 계속 성장중.^^
멋진 글을 써주셨네요.
Khun님의 바램처럼, 최강의 게이머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이 글이 추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이라서...^^
나르크
04/05/02 16:40
수정 아이콘
소심한 유령회원이지만 정말 이글은 추게로 가길 바랄 정도의 멋진 글이네요
저역시 에반게리온의 신지란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04/05/02 16:57
수정 아이콘
그는 무적의 모습을 보이며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을 때나 패배로 인해 눈물을 글썽이던 때나 똑같이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소년 이윤열이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 늦게, 그리고 몇번의 패배를 통해 인정하고 제대로 봐주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Khun님의 글에 절대 동감합니다. 강해보이지만 결코 강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이기든 지든 더 응원해주고 싶은 선수가 나다입니다. 저도 정수영 감독님 말씀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머릿속에 빌드를 그리고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팬티바람으로 튀어나와 컴퓨터를 켠다는...-_-;
정말 나다가 천재구나라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말이었죠.
04/05/02 21:01
수정 아이콘
한번 쭉 읽었을 때 몰랐던 감정이 소리내어 읽어보니(왜 소리내어서 읽었는지 저도 모른....;) 눈물이 확 쏟아져버릴 것 같군요. 한번도 피해의식을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만 어쩐지 그동안의 나다에 대한 시선이 이렇게 따스하게 돌아서는 것에 대하여 제가 다 기뻐지네요..감사합니다.
Mintbluː
04/05/02 22: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 추게로 가도 좋을 만한 글이예요-
왠지 이번에 결승에서 진것이 나다에게는 어쩌면 자극이 될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란건 최상의 자리에 있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조금 느슨한 감정도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조금 더 기다리면 더욱 더 굉장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싶습니다-
나다 파이팅 ^^
아다치 미츠루
04/05/03 05:33
수정 아이콘
공감이 대단히 많이 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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