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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4/29 00:08:53 |
Name |
DreamReaver |
Subject |
청개구리와 비....그리고 어머니 |
'어랏?! 비가 오잖어..'
분명히 집밖을 나갈 때 까지만 해도 오지 않던 비가 갑자기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깐 어제였다. 은행에 갈 일이 있어서 집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은행에 막 다다랐을 무렵 비가 내린 것이다. 그러던 비는 또 내가 집앞에 다다랐을 때 언제 왔냐는 듯이 싸-악 그치고 있었다. 그래도 결국은 홀딱 젖은 채로 집에 들어가야만 했다.
문득 예전에 내가 어릴적에 어머니가 장난삼아 말씀하셨던 '청개구리의 저주'가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으로 거슬거간다.
당시 우리집 바로 뒷편에는 강이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5대 광역시 중에 하나에 포함되는 곳이지만 약간 외지에 속하는 편이라 당시엔 개발되지 않은 곳이 꽤 많이 있었다. 그 땐, 동네 친구들이랑 학교 마치고 항상 강가에 놀러 갔었다. 강변길을 걸어서 약 20분 정도 주-욱 걸어가다가 보면 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웅덩이를 '개구리 숲'이라 불렀다. 이름따라 그 웅덩이에는 개구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 '개구리 숲'에서 잡은 개구리로 나랑 친구들은 여러가지 짖굳은 장난도 많이 치고 놀았다.
그리고는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빨래를 해서 옥상에 널어놓기만 하면 이상하게 비가 내렸다. 그것도 내 옷만 널면 비가 왔었다. 어머니는 그 때부터 '네가 죄없는 개구리 잡아서 놀아가지고 청개구리 엄마가 슬퍼해서 네 빨래만 널면 비가 오는구나.'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이러한 일들이 꽤 오래 갔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 까지.. 참 신기한 일이였다.
아마도 그 때부터 그 '청개구리의 저주'라 해야되나?,,, 그 이상한 저주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 그런게 어딨어! 청개구리 동화 보고 엄마가 지어낸거지!?'라는 억지를 부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연이라 하기에는 이상하리만큼 나와 나의 옷은 필요이상의 비를 많이 맞았었다.
어제 비를 맞으며 집에 들어오는데 문득 잊고 지냈던 그 '청개구리의 저주'가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했었다. 주무시고 계셨던 어머니께서는 '그냥 우연이겠지....'라는 한마디만 하시고 돌아 누우셨다. 예전 같아서는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으며 '그러게 내가 개구리 잡지 말랬지?!' 라고 하셨을텐데..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서 힘이 많이 없으신 것 처럼 보였다. '어디 편찮으신 건가..?' 불현듯 내가 그 동안 어머니와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일이 늦게 끝나면 항상 방에 들어가 들어누워서 자버리거나 컴퓨터와 함께하는 시간이 전부였다. 요즘은 또 술마신다고 늦게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며칠 전 온게임넷에 내가 만든 맵이 나왔을 때, 이것을 보신 어머니는 '언제 저런걸 만들어서 냈다니? 일하기도 힘들텐데 저런데 신경쓰면 몸 버린다. 너 몸도 안 좋은데 건강에 신경써야지...'라고 말씀하였던 것이 아마도 가장 길게 했던 마지막 대화였던 것 같다.
내가 마치 동화속의 청개구리 아들이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엄마 청개구리가 죽은 후에 '물에다 묻어다오'라는 말을 그대로 행한 아들 청개구리... 그리고 비가 올 때 마다 엄마가 물에 떠내려 갈까봐 걱정하며 울던 그 이야기...
집에 돌아와서 창가에 비 그친 하늘을 보면서, 그리고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저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머니 미안해요..
.....앞으로 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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