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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4/28 14:45:10 |
Name |
Kai |
Subject |
그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이 어두운 우주에서... |
『내가 나쁜게 아냐…….』
약간은 쉰듯한 목소리가, 강화장갑복의 안쪽에서 나지막하게 울렸다.
『너희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니까…….』
더듬더듬 장갑복에 달린 스팀팩의 투여 버튼을 누르자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혼합된 특수 약품이 마린병사의 혈관을 타고 폐와 심장, 뇌를 자극했다. 핏발이 선 눈에는 공포와 안정, 증오와 만족이 섞인 기묘한 표정이 담겨있었다.
『내가 나쁜게 아냐!!!』
컴셋 스테이션에서 전송한 열반응영상이 헬멧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자, 마린병사는 주저없이 지그재그로 달리며 가우스 라이플의 방아쇠를 강하게 당겼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가우스 라이플의 총구에서 열화우라늄 처리가 된 금속 스파이크가 쏟아지고 겨누어져 있던 땅 쪽에서 퍼버벅하는 소리와 함께 핏자국이 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땅 속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병사쪽으로 뻗어나왔다.
『큭!』
나름대로 피한다고 했지만 러커의 촉수는 입고있던 장갑복을 찢고 들어와 다리에 상처를 입혔다. 찢어진 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확 퍼지면서 허공을 비릿한 내음으로 물들였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반쯤 제정신이 아닌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러커가 있는 방향에 총탄을 날리고 러커의 촉수가 뻗어오는 타이밍을 생각해서 몸을 날리기를 몇차례, 마침내 러커가 있던 자리가 작은 폭발처럼 움찔하더니 다량의 피가 뿜어져나왔다. 마린병사 혼자서 러커를 잡아낸 것에 성공했다는 증거였다.
『하, 하아…….』
무모한 싸움이라는건 알았지만 막상 이기고 나자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어쩌면 스팀팩의 효과가 다한 부작용일지도 몰랐지만…….
'촤악!'
그리고 그 순간, 그에게 날아온 액체의 덩어리. 그것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악취를 내며 장갑복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마린병사의 몸을 태워들어갔다.
『아, 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마린 병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리 떠 있는 게와 같은 형상의 비행체였다. 다시한번 강산성 액체가 마린병사의 몸에 떨어지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덮고있던 장갑복보다도 허무하게 녹아버렸다. 마지막 순간, 그가 생각한 것은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였다.
- 테란이야기. UED사령관 Boxer와 저그 세러브레이트 Yellow의 Char 전역 전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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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시면 되는 픽션입니다.(사실은 15줄 짤방)
음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어제 온게임넷 G-Voice 챌린지 리그의 3경기였던 임요환 선수와 김민구 선수의 경기를 보니 1.07시절 테란과 저그의 전투 양상을 보는 것 같은 야릇한 향수를 받았습니다.(물론 박서의 경기였기에 유독 그런 감도 있지만 ^^;)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의 양상은 소규모 전투의 연속보다는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해서 더 많은 병력을 생산해서 한방 싸움으로 모든것이 승부다는 것이 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웅토스 박정석과 토네이도 테란 이윤열 선수를 필두로한 물량파의 등장으로 물량은 이제 스타의 필승요소 중 하나가 되어버렸죠.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마린병사 하나, 한기의 레이쓰는 소모품처럼 느껴질때가 많더군요. 과거에는 상대를 휘몰아치는 작전이나(홍진호식 폭풍류) 이곳저곳 두들기는 공격이나(박경락식 맛사지류, 임요환식 드랍쉽류) 하는게 많았다는 것에 비해 양상이 조금은 천편일률적이라고 할까요? 질럿은 대 테란전에선 마인밭을 돌파하는 총알받이에 불과하고, 저그는 하이브 테크를 확보하고도 어택땅을 일삼다가 이길 경기를 지고 하는 등...
물론 물량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예전의 세세한 맛은 없어진것만 같은 느낌도 드는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요틴에서 맨 처음 생산된 마린이 오랜시간 버티다가 캐리어에 맞아죽는 장면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기도 하죠.(이런 아기자기한 재미를 저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My life for Aiur!를 외치며 칼라의 율법을 해하는 적들을 베어넘기는 질럿 병사 하나...
적의 공격을 막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건설을 하고 파괴되어도 SCV good to go, sir!라고 힘차게 대답하는 SCV 한기...
넓디 넓은 전장 한 구석에서 외로이 적의 진출을 감시하고 있는 저글링 한마리...
이러한 작은 것들이 있기에 거대한 병력이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가끔씩은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단지 모니터에 표시된 몇 픽셀의 덩어리, 몇바이트의 정보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 희노애락을 모두 선물해주는 그것들은 살아있지 않으되 살아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습니다.
아이우에서, 타르소니스에서, 챠에서, 샤쿠러스에서,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P.S. 짤방용 토막소설을 안 넣어도 될뻔 했군요.(삐질삐질)
P.S. 2. 애정 표현의 한가지로는... 고스트 한마리 뽑아서 "부르스"라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좋겠습...(Nuclear Launched De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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