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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23 20:17:02
Name 나는뮤탈
Subject 저도 이제 스타를 지워야 합니다.
아래 막군님의 글을 읽었더랬습니다.

은주...라는 이름이었던가요?
주인공의 여자친구 말입니다.
그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우연찮게 지훈이 클릭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알아차리는...^^ 그래요, 너무 뻔한가요?

그냥, 예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글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 닭살이야...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런 건, 그냥 이렇게 소설이었을 때만 아름다운데,
현실로 빠져나오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릴 텐데..
.
.

왜 그녀도 그랬던 것일까요.

꼭 그래야 했던 것이라면
정말 드라마처럼 멋지게 pgr의 염장글 한번 써주고 싶었을 텐데 말이지요.
어째서,
어째서.

소설에서처럼이 아닌, 가슴을 깎아내 쓴 이별의 말이었어야 했을까요.

그녀는 제 손에 이끌려 스타를 깔았더랬습니다.

제 손을 잡고 메가웹을 향했었지요.

그녀가 좋아하던 옐로우의 경기를, 그녀는 꼭 제 어깨에 기대어 보곤 했구요.

로템전을 가르치면서, 저도 모르게 구박할 때마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큰 눈을 깜박이는 그녀를 보면

무거운 pc방 의자를 끌어당겨서라도 꼬옥 안아주었더랬지요.

그리고 옐로우의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변함없이

함께 그의 패배에 울어버린 그녀를 감싸안고 걸어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긴긴 옐로우의 침묵의 시작 즈음해서,

그녀는 스타를 지웠습니다.

제 손을 놓았었던 건지, 제가 놓아주었던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pgr에 남긴, 아마도 제가 볼 거라 믿으며 남긴

마지막 글 하나만을 수없이 되풀이해 클릭하지만

이젠 본선에서 옐로우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를 다시 볼 수는 없겠지요.

그녀의 글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리플들 가운데서

그나마 따끔하게 저를 잊어버리라는 충고들은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그녀,  지금은 저 없이도 행복해 보이니까요.

그녀도 저도,

다시는 스타크래프트를 실행시키지 않고,

이제는 온게임넷을 클릭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젠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등록한 유료 아이디마저 끝나 버린 걸 압니다.

사랑이란 것, 두 사람이 긴 줄을 잡고 있는 거라고 하더군요.

서로 잡아당기고, 끌려가면서, 서로에 대해, 자신에 대해 싸우는 과정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누가 이기나요? 라는 질문의 대답은 참 간결한 원문이더군요.

Love wins. Love always wins.


그래요. 사랑이 언제나 승리자이겠지요.

아직도 바보처럼

그녀와 제가 공유했던 그 사랑이

다시 승리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글처럼,

아마도 부질없는 바램이겠지요.

그래요.

어제는, 그녀의 글처럼. 저도 스타를 지우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되뇌였습니다.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며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저도 그 바탕화면의 아이콘 하나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너를,

메가웹과, 대학로 곳곳과, 낯익던 그 pc방 안쪽 곳곳에서 흩어져 떠다니는 너를,

그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모니터를 흐릿하게 만들어 버리는 너를,

그보다 많이,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고.

그리고 아마 그때보다도 더,

아직도 사랑한다고 ...







p.s...
나는 너의 쌍둥이 저글링이 될 수 있었던 걸까?
그럴 수 없었던 거라도 말야, 너 대신 우선 공격대상이 되어줄게. 하늘에서건, 지상에서건.
나. 그만 말할게. 내 말, 내 마음 조각조각 잘라내서 모니터에 붙여넣는 말, 너무 아파서.

마지막은. 네 말로. 아직도 나와 같은 맘일 거라고 믿는 네 말로...

사랑해요. 다신 말하지 못하겠죠.
내가 없어서 더 행복하길 바래요.
지금도 많이 아프지만
영원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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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04/04/23 20:38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픕니다.....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글 잘쓰시네요..님
★벌레저그★
04/04/23 20:39
수정 아이콘
음// 스타를 그만 두셨다// 흠..// 댓글을 보실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좋은 사랑// 경험 하신거예요..// 다음에 이보다 더 멋진 사랑을 위한 헤어짐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사랑은요.. 운명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님이랑 여친 분이시랑은 사랑할 운명이었지만 영원히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던거죠..*^^*
지금 이런 글을쓰셨지만.. 님도 언젠가 그여자 친구였던 분을 잊겠죠..//
하지만.. 정말 사랑하셨다면.. 진심으로 지금도 사랑하신다면..//
잊지는 마시구요.. 이번 헤어짐을 영원히 간직하시며 살아가세요..*^^*
헤어지는것보다.. 죽는것 보다.. 잊혀지는것이 가장 두려운 거래요..//
쓰고 보니 횡설 수설이지만..^^:; 힘내세요~★
04/04/23 21:03
수정 아이콘
더 아름다운 사랑을 위한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힘내세요!
나는뮤탈님의 쌍둥이 저글링, 쌍둥이 스컬지는 반드시 있으니까요..
총알이 모자라.
04/04/23 22:24
수정 아이콘
쌍둥이가 서로 사랑한다면...문제죠.
무엇을 지우려 하기보단 담담하게 받아들일려고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지우려 애쓰는 것은 그 만큼 지우기 힘들다는 거니까요...
조금만 한발짝 비켜 서 있으세요. 그럼 그곳에 서있는 내모습과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그녀의 모습도 볼 수 있을겁니다. 비켜 서 계신다면...
김선우
04/04/24 03:40
수정 아이콘
과도한 이모티콘은 별로 보고싶은 맘이 안드는 댓글이네요.
님 힘네세요.사랑이 운명이라는건 동화속에서나 볼수있는 거구요.잡고 싶으면 잡으세요.어떻게 차여서 아플수 있어도,정말 원한다면 더욱더
사랑할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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