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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의 갑작스런 돌발행동. 그것은 지훈과 주인 아저씨 뿐만아니라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피시방은 순간 조용해졌고, 왠지 삼엄한 기분이 들었다. 태석은 계속해서 지훈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저... 저기, 태석씨. 너무 흥분한거 같은데... 좀 Relax하고...”
주인 아저씨도 어느정도 사태를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 50분. 소란을 피워 경찰이 투입되면 두 가지로 큰일이 나게 된다. 첫째는 소란 피운 것 자체이고, 둘째는 지훈이 아직까지 피시방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다급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태석도 어느정도 흥분을 가라앉힌 듯 했다. 결국 멱살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살기는 아직도 보여졌다. 지훈은 잠시 콜록 거리더니 가만히 있었다.
“니, 지금 내랑 붙자.”
태석이 말했다. 그의 살기는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았고, 조금만 더 마음을 먹으면 진짜 지훈을 한대 후려갈길 것만 같았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 처한 지훈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20게임... 니가 내일 학교를 가든 안가든 상관없다. 한판이라도 니가 이기면, 내는 그냥 닥치고 니 하는거에 절대 관섭 안한다.”
잠시 침묵. 지훈도, 피시방 아저씨도 곧 이어 떨어질 태석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니가 내한테 한판도 못이기면...”
순간, 태석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먹임도 보였다. 무슨 일이지? 지훈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태석은 곧 대답했다.
“니는 내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다시는 프로게이머 되겠다는 개소리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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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엄마. 그래서 오늘은 조금 집에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에이, 엄마도 피시방이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아시잖아요. 걱정하지 마시구요. 네? 아, 네. 그래도 경험이 풍부한 분이 연습해주신다는데, 3개월동안은 지원해주시기로 했잖아요.”
늦은 밤.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건물 밖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름대로 효자라고 생각하는 그이기에, 마마보이 같이 보여도 꼭 자신의 상태를 어머니께 보고하곤 헀다. 오늘도 그렇다. 게다가, 오늘은 조금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태석의 도전. 사실 그가 도전해야 하는건데... 도전이 아니지. 뭔가의 분노의 표출이라고 할까.
피시방은 이 빌딩의 3층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3층까지 걸어올라갔다. 그동안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왜 태석은 그렇게 화를 냈을까? 왜 멱살을 잡고, 다시한번 말해봐라고, 큰 소리를 치며... 물론 오랫동안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이제껏 그가 생각해온 ‘강태석’이 하는 행동 치고는 너무 돌발적이였다. 피시방 아저씨도 태석과 꽤나 친한 것 같은데, 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한 듯 한걸 보니, 분명 뭔가 큰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지?’ 그가 그에게 되물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실력이 상당히 늘어가고 있었고, 가면 갈수록 그가 게임에 대한 센스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오점을 체크하던 노트도 꽉 채어져 갈수록, 자신의 실력이 느는 것 같았고, 자신의 실력이 늘수록 승률도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는 다시 그에게 되새겼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닌가. 게이머라는 사람은, 그리고 프로들은 실력으로 승부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중학교때 공부를 뼈빠지게 열심히 해서 자신이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듯이, 게임도 미칠 듯이 하다 보면 곧 게이머가 되겠지.’ 그게 그의 생각이였다. 홍진호를 보라, 강민을 보라. 모두 성공적인 게이머 생활을 통해 큰 돈을 받고 성공된 게이머의 생활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팬들도 그렇게 말한다. ‘게이머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라고. 자신이 자주 들어가던 yg의 사람들이 그랬고, pgr의 사람들이 그랬다.
어느새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까의 사건 때문이였을까. 어느새 뻘쭘해져있는 자신을 봤다. 피시방 아저씨를 봤다. 그리고 태석을 봤다.
“니 자리에 앉아서... 니가 그 잘난 입으로 말한 ‘실력’을 내한테 보여도.”
서로 눈이 마주치자 태석이 말했다. 지훈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실력으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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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ing Channel : Op lpg-
<CuteJu> 하이
<LPG_Master> LPG/LPG
<LPG_Master> 무한 리겜이다.... 각오 해라.
LPG_Master has left the channel.
CuteJu has joined the game.
CuteJu : hi
Starting in 5 seconds...
그는 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Starting in 4 seconds...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Starting in 3 seconds...
공부도 그러하고, 게임도 그러하다.
Starting in 2 seconds...
실력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선, 센스와 노력이 필요한 법.
Starting in 1 seconds...
나는 그게 갖춰져있다고 생각했다.
Starting in 0 seconds...
뭐가 문제지?
로스트 템플, 언제나 보는 맵. 해쳐리 클릭, s, d. 드론 드래그, 4분할. 오버로드 정찰.
1달만에 로스트템플에서 약 오백번가량의 경기를 펼친것만 같았다.
이제 감각이 그를 말해준다.
위치는 8시. 자신이 어느정도 승률이 좋게 나오는 자리였다.
해볼만 했다. 12드론 해쳐리 - 럴커. 그리고 경락마사지.
태석에게 이겼던 그 전략을 사용하는거다.
오버로드가 그의 진영을 발견했다. 12시다.
CuteJu : hi
그러나 대답하지 않는다. 이를 악문듯한 모습이 그의 머리에서 보였다. 해쳐리를 짓고, scv가 봤다. ..... 벙커링은 하지 않는다. 같이 정찰간 드론이 그의 본진으로 다가왔으나, 생산된 마린에 의해 잡히고 만다.
체제는 평범한 투배럭인 것 같았다. 뭐, 워낙 정석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변칙적 플레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였다.
어느때와 같이 저글링 1부대로 태석의 본진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저글링 한기가 본진 난입을 시도했지만, 마린들에게 막혔다.
‘지금쯤 첫 번째 진출병력이 오겠지.’
크립 콜로니 3기를 미리 박아둔 지훈. 이제 미니맵으로 그의 병력 진출이 보이기만 하면...
3기에서 동시에 u버튼을 누른다. 곧 러커개발도 끝나겠지.
진출한다. 재빨리 저글링을 빼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준다. 럴커 일정량 확보를 위해.
.....그런데 여기서 그가 생각하지 못한게 하나 있었다.
파이어벳 3기, 메딕 6기, 마린... 2부대 이상.
그가 생각한 병력, 그 이상이였다. 불꽃테란이였다.
바로 히드라 4기를 럴커로 변태하고, 바로 크립콜로니를 더 박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마린, 파이어뱃에게 스팀팩이 발사된 상태였다.
성큰 3기... 2기... 1기... 럴커 변태 완료. 그에게 접근해 버로우 시킨다. 곧이어 떨어지는 스캔 소리. 산개, 일점사. 그리고 치고 빠지고...
그의 럴커 네기는 어느새 핏덩이가 되어서 사망한 직후였다.
.....승산이 없었다.
CuteJu : gg
단순히 ‘정석’ 만을 추구한다고 생각. 온리 투배럭을 생각한 그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패배였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한게임 한게임 할수록, 그의 생각이 잘못된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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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는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의 마지막 울트라리스크가 마린메딕에 의해 파괴되는 순간, 그의 눈에서는 암울하다라는 생각밖에 나올수 없는 것 같았다.
4시간 50분가량 계속된 연속 20게임.
거기에서 지훈이 오점 노트에 기록할 것은 없었다. 아니, 기록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가 받은건 세가지, 패배라는 것과 자신감 상실이라는 것, 그리고 절망감이였다.
마지막 게임에서 gg를 치고 난 후, 지훈은 고개를 숙여 울먹일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라고 말할까, 지훈은 덜컥 겁이났다. 바보같은 한지훈, 20판 중 한판도 못이겨?
..... 원햇플레이도 해봤고, 뮤탈+저글링도, 저글링+럴커도, 럴커+히드라도... 그리고 5드론도 해봤던 그였다.
하지만 그 긴 게임속에서 그가 기록한 것은 패배였다.
태석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봤나?”
그의 첫 대답이였다. 뭘 봤다는 거야! 그래, 나 못한다고... 나 스타 못해... 하지만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센스? 하이고, 진짜 속된말로 염병을 해라 염병을 해. 니 같은 놈이 센스 있다고 하면 대한민국에 프로게이머가 수만명이겠다. 봤나? 내 챌린지 예선 탈락한 놈이다. 근데 니는 그런 내를 못 이겨? 그래가지고 뭐? 멋있어서? 돈을 잘 벌 것 같아서? 성공할까봐?”
그의 언성은 조금씩 조금씩 높아져 갔다. 그리고 그것은 카운터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저씨를 깨우게 만들었다. 지훈은 이제 확실하게 울먹이고 있었다. 태석은 뭐라고 말 할려 하는 것 같지만,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키보드 싸라. 마우스도 싸고. 니같은 놈이 좀 잘 할까봐 내가 투자한 몇시간이 아깝다. 다시는 내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게이머 되겠다는 헛소리 하지 마라. 프로가 되겠다는 소리도 하지말고. 니는... 니같은 놈은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프로가 될 수 없다.”
“....그딴 정신으로는.”
지훈은 계속해서 울먹였다. 잠도 왔지만,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이제껏 3주간 그가 해온 것들이 바보같은 짓이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벽이구나. 아, 벽을 넘자’ 라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높은 벽에 실감하며 좌절하고 있었다. 그가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센스’, 즉 천재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 그의 꿈은 이미 접어졌을지도 모른다.
지훈은 일어났다. 키보드 선을 뽑았다. 마우스 선도 뽑았다. 키보드 위쪽에 매직으로 적힌 ‘난 할수 있어’ 라는 문구가 초라하게만 보였다. 그는 이제 엉엉 울고 있었다.
이제 그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아저씨가 뭐라고 해주고 싶지만, 그는 아무 말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흑흑, 계속해서 울더니 아저씨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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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그는 피시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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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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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읽기
전하는 말씀
안녕하세요, 막군입니다.
희망을 받는 사나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소설이였습니다.
하지만 연재의 압박과 조회수 4자리수 돌파 실패, 저조한 반응으로
그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칠까 합니다.
나름대로 장편이라고 적었는데 이렇게 마무리 하는게 정말 아쉽군요.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끝으로 "뻥이야" 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희망을 받는 사나이는 계속됩니다. ^^
To Be Continued...
p.s 그리고 보셨으면 댓글이라도 좀 ㅠ_ㅠ (이제 구걸모드로 들어가게 되는군요. 처절하더라도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
p.s 2 연재 늦은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적어도 3~4일에 한번 업로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성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