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저 왔어요.”
바람을 쌘다고 한지 1시간쯤 됐을까. 지훈이 돌아왔다. 시계는 밤 8시 2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카운터에는 아저씨가 없었다. 잠시 어디 나가셨나... 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지훈의 어깨를 잡았다.
지훈은 뒤로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수염을 약간 기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이 약간 통통한 편인 한 남자가 서있었다.
지훈은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먼저 말을 걸겠지 라고 생각하며.
“.... 니가 프로게이머 될거라고 했나?”
그의 질문이였다. 지훈은 그를 계속해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이 없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내가... 좀 가르쳐 줄테니까... 뭐 딴건 필요없고... 저녁으로 새우탕이나 사도...”
이 아저씨 뭐야! 난 당신따윈 모른다고! 빨리 꺼져! ...라고 지훈은 말하고 싶었으나,
그의 생김새가 무서워서 그저 뻘줌하게 있었다.
그때였다.
“오, 지훈! 좀 Late 하게 come했구나.”
피시방의 아저씨가 화장실에서 막 나왔다.
“아저씨, 이 사람은 누구에요?”
그를 보자마자 지훈은 그 ‘폐인’ 에게 손짓하며 물었다.
“Oh! 이 사람... 인사해라. 너의 Teacher 되실 분이다. 스타 초고수셔.”
아저씨가 웃으며 지훈을 다독 거린다.
“박봉신이.... 니 말 안해줬었나?”
“에효, 뭐 That's OK! 그냥 뭐 어때요. 이쪽은... 한지훈이라는 Boy인데, 주종족이 저그?”
“네, 저그요. 그쪽분은...?”
“그나저나 태석씨는 정말 종족이 뭐죠?”
“.... 테란.”
태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근데 정말 잘하시는거 맞나요?”
지훈이 그의 안경을 만지며 묻는다. 태석은 가만히 있더니 ‘마, 그러면 치아라.’ 라고 했다. 여전히 무표정. 그런 분위기 속에 아저씨가 지훈에게 말했다.
“Face가 저렇게 생겼어도 Mr.Kang이 챌린지리그 Final예선까지 진출한 사람이야. 지금 모 Clan의 Master라던데~”
“...봉신이, 내 얼굴이 머 어때서.”
여전히 무표정속에 태석이 말했다. ‘저런 표정으로 어떻게 저런 개그스러운 말이 나올수 있을까...’ 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꾹 참기로 했다. 그래도 잘한다고 하니, 나에겐 좋은거 아닌가!
“마, 꼬맹이. 고라믄 West Op lpg-로 온나. 나는 내 자리로 간다.”
태석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지훈도 일어서 있다가 다시 자기 자리로 앉았다.
동시에 그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벽이자 동료에게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그 동료가 과연 정말 동료였는지....
-22-
Joining Channel : Op lpg-
CuteJu : 하이
LPG_Master : 저 놈인가보다.
LPG_Suk : ㅇ_ㅇ
LPG_Sonic : 하이
LPG_Suk : hi yo~
CuteJu : 네 (_ _)
LPG_Master : 니 이름 뭐라 했음?
LPG_Suk : 오
LPG_Suk : 큐트주
CuteJu : 한지훈요.
LPG_Suk : 이은주 팬인가...
LPG_Sonic : 아냐 주현 팬일 거야.
LPG_Suk : ㅡ.ㅡ
CuteJu : -_-;;;
LPG_Suk : 주진철 팬일지도...
LPG_Master : LPG/LPG
LPG_Master : 석 소닉 옵 들어오면 뒤진다
LPG_Suk : 들어오라해도 안감~
LPG_Sonic : ㅇㅇ 안감~
CuteJu : 그럼 즐겜 하세요.
LPG_Master has left the channel.
CuteJu : hi
LPG_Master : Go
Waiting in 5 seconds...
Waiting in 4 seconds...
Waiting in 3 seconds...
Waiting in 2 seconds...
Waiting in 1 seconds...
-23-
대 테란전을 할때는 대부분 12드론 해처리 빌드를 추구한다.
하지만 지훈은 그 빌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았다.
토스전과 다름없이, 그는 한때 ‘그만의 대 테란전 빌드’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은 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석과의 경기를 통해 대 테란전의 자신만의 빌드는 ‘필살기’ 는 될 수 있지만 ‘정석’은 될 수 없다라는 것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12드론 햇 위주의 전략을 연마하기로 결심했다.
지훈은 태석과 총 7게임을 치루게 되었다. 그동안 그가 느낀 것은, 태석은 너무나도 정석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벙커링도 없이, 투 배럭 마메러시로 1차진출, 이후 상대방의 멀티를 견제하면서 자신의 앞마당을 가져가는...
지훈은 그렇게 4경기를 치루고 나서, (물론 4번 다 자신이 gg를 쳐야만 했다.) 어느정도 태석에 대한 ‘항체’ 가 생기기 시작됐다. ‘자신의 스타일도, 전략의 냄새도 나지 않는 무취형 테란’ 지훈이 내린 결론이였다.
그렇게 상대방의 스타일을 파악하다 보니 자신도 스스로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춰잡기로 했다. 그렇게 5번째 경기에서는 원햇 럴커 플레이를, 6번째 경기에서는 울스 저그라는 모두 변형적 플레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모두 태석의 뛰어난 수비력과 공격력으로 막히게 되었다.
그가 7번째 경기를 시작하기 전, 잠시 태석이 화장실에 갔다. 지훈은 그 틈을 타 리플레이를 봤다. 4번째 경기였다.
지훈은 2시, 태석은 6시. 지훈은 초반 12드론 햇을 가져간다. 그 장면을 보고도 scv는 벙커링이라던지 견제를 절대 하지 않는다. 가스러쉬도 하지 않고, 그저 빙빙돌아가면서 저글링한테 ‘나 죽여주쇼’라고 말하는거 같았다. scv는 그렇게 계속해서 돌다 결국 제 풀에 못이겨 죽었다. 지훈은 바로 레어 테크를 탔다. 저글링+럴커였다.
1차러쉬를 어느정도 가볍게 막은 지훈은 이후 12시와 12시 앞마당 쪽의 멀티를 시도한다. (옆에는 scv도 있었지만, 무시했다.) 어느정도 활성화 되어 해처리가 펴졌다라고 생각한 순간, 마린+메딕+탱크의 대부대가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했던 병력들보다 훨씬 많았다. 잠시 태석의 진형을 보니, 멀티는 하나, 6배럭에 2팩토리, 그리고 막 스타포트를 짓고 있었다. 스캔의 에너지는 두개 다 50씩 차있었다. 계속해서 본진 테크트리 확인 및 멀티체크를 위해 뿌려 준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가만히 본진을 계속해서 둘어보고 있던 도중, 다른 테란 유저들에 비해 뭔가 이상하게 보이던 점이하나 있었다. 그의 본진엔 미사일 터렛이 하나도 박혀있지 않았다. 일부러 안 박은걸까, 아님 실수일까?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왜 그가 터렛을 박지 않았는지... (그가 그것을 생각하던 동안, 리플레이는 이미 다 감겨 끝나버렸다.)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는 2차전때 뮤탈+저글링 체재를 사용했다. 뮤탈이 어느정도 모이자, 바로 본진으로 들어가 진입 시도. 하지만 그는 바로 빼야만 했다. 터렛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렇담, 그는 내가 뮤탈체재임을 알고 있었다는건가? 그리고, 저글링+럴커 체재라는 것도...? 혹시 맵핵?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는 항상 본진을 스캔으로 찍어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답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나왔다.
“그렇담, 혹시?”
-24-
지훈의 순간적인 아이디어는 곧 다음 경기에서 일어났다. 초반 12드론이 아닌 9드론 멀티. 이후 빠른 테크트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1차 병력은 섣불리 난입하지 못하도록 성큰을 약 4개가량 깔아놓았다. 럴커가 나왔다. 나오자마자 바로 1차병력 사살에 돌입한다. 스캔의 에너지가 꽉 안차서였을까. 마린 메딕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역시. ‘스캔 남발’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지훈의 태석의 8시 본진 언덕 밑까지 진군하기 시작했다. 잠시 버로우. 동시에 앞마당 언덕위에 있던 오버로드를 데려온다. 3cm드랍이였다.
경락 마사지류의 계속되는 드랍, 그리고 멀티 멀티 멀티. 그것이 그의 작전이였다. 그리고 작전은 성공했다. 미처 터렛을 박지 못하고, 끊임없이 스캔을 뿌려준 태석은 왠지 당황하는 듯했고, 이후 멀티 게릴라를 위한 드랍쉽은 번번히 스커지에 잡히거나, 성큰+럴커 조합에 방어되고 말았다.
그렇게 20분넘게 게임했을까.
LPG_Master : gg
LPG_Master has left the game.
CuteJu : gg
지훈의 승리였다.
-25-
태석은 그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기분 나빠보이는 표정이였다. 그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혹시, 내가 이긴거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마, 새우탕 사라.”
........지훈은 그래도 연속해서 게임해준 그가 고마워서, 흥쾌히 새우탕을 그에게 사줬다. 동시에 그도 같이 라면을 샀다. 둘은 같이 휴게소로 갔다. 시계는 어느새 11시 4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후루룩 쩝. 후루룩 쩝. 라면 먹는 소리가 들린다.
“.... 이정도면 됐제?” 라면을 먹던 태석이 말한다.
“뭐가요?”
“게임 말이다. 8판 해줬음 뭔가 찾은거 아니가.”
지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 뭐, 그렇게 자신이 생각한 이상의 ‘초고수’ 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이정도 실력으로 첼린지 진출? 그럼 3개월 안에 저 사람 도움 없이도 충분히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겠다. 이게 그의 생각이였다.
“뭐, 그럼 그러세요. 암튼 감사합니다. 겜 해주신거.”
잠시 서로 말이 없었다. 둘 다 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니... 말이다. 프로가 왜 될라고 하노?”
먼저 라면을 다 먹은 태석이 지훈에게 물었다.
“네? 아... 멋있잖아요.”
지훈은 아직까지 다 먹지 않고 있었다. 라면 한가닥 한가닥씩 먹으면서 얘기했다.
“...멋있다고?” 순간, 태석의 눈이 일그러진다.
“네... 멋있고, 제가 그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 열심히 하면 성공할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게임으로....”
퍽!
지훈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그가 도중에 기침을 한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국물을 마시고 있는것도 아니였다. 아니, 그 국물은 어느새 지훈의 몸을 살짝 피해 땅바닥에 쏟겨 있었다. 지훈은 현재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혀있었고, 그 누군가는 태석이였다. 태석은 그 어느때 보다 흥분한 것 같았고, 마음만 먹으면 지훈을 한대 칠것만 같았다.
지훈은 순간 당황했고, 겁을 먹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한건데... 그는 빠져나올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럴 수 없었다. 태석의 힘이 너무 강했다.
“뭐? 소질있어? 그래서 돈을 벌겠다? 성공하겠다라고? 그게 멋있다고???”
“아니, Mr.Kang 뭔 일이에요!! 또 약주 한잔 drink 하셨나..."
그것을 보고 있던 아저씨가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온다. 어느새 피시방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니... 다시 한번 말해봐라! 다시 한번 말해봐라고!!!!!!”
태석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는 지훈의 발언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왜, 도대체 왜?
To Be Conitnued...
1편 읽기
2편 읽기
3편 읽기
업로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게 나가네요. 이정도면 20편전에도 끝날수 있을듯 합니다... ^^
성원해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 달까 달까 하다가.... 결국 달게 됩니다....
글쓴이는 현재 백수입니다... 따라서 이글을 쓰는데 아무런 돈도 받지 않고... 글을 쓰죠...
그래도........
웃대에선 추천해주는게 인지상정이요,
DC에서는 힛겔로~ 한번 외쳐주는게 매너이니 만큼...
댓글하나 남겨주셔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