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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15 14:38:57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30년 동안 써온 수필집.
전에 잡담에서도 말했지만 작은 출판사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 뜻깊은 책을 맡아서 제작한 적이 있었지요. 농촌에 사시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들을 셋을 키우시던 분이 환갑을 맞아서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농촌에서 사시면서 그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수필을 써오신 겁니다. 제작을 위해 그 글들

을 모두 읽었습니다. 조금은 거칠고 세련되지는 못한 글이지만 참 진솔한 삶의 향기가 가

득 베어 나오는 책이었습니다. 자신이 힘들게 느껴지실 때마다 조금씩  써온 것이 어느덧

30년이 넘었다고 하시더군요. 가족의 대소사에서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도 가감 없이  

그대로 써 내린, 말 그대로 살아있는 가족의 역사였습니다. 출판 기념회를 겸한 환갑 잔치

에서 책을 받아 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시던 그분의 모습에 참 가슴  뿌듯했습니다. 자

신의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낸 것이니 얼마나 감격하셨겠습니까?

그분의 말씀이 "이젠 더욱 열심히 살고 열심히 써서 책을 세 권은 더 만들어야겠다"고 환

희 웃으시더군요.


지금은 활자화된 글이 참으로 흔한  시절입니다. 활자화된다는 것은 자신의  속내를 남에

게 드러내는 것이기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글이 읽혀지는

것은 오로지 지면을 통한 방법밖에 없던 시절에는 글들의  가치가 높았고(모두 그런건 아

니지만) 쉽사리 펜을 잡는 것이 어려웠기에 조심스런 맘과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는 통신을 거쳐 인터넷의 세상이 됐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이 그

리 어려운 일도 아니게 됐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서로의  글을 읽고 쓰

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용기라는 것도 필요 없고 조심스러울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이름

이 나오는 것도 아닌 별명으로 올리는 것뿐이니까요. 나쁘게 말해 글은 경박해져만  가고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상처를 주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글들 속에 무엇을 읽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래 사회의 검열은 정보의 통제가 아닌 정보의 홍수로 이루어질 거

라고 하더군요. 저도 동감입니다. 쓰레기 같은 글들이 너무 넘쳐나 진짜로 좋은 글들 마

저  폐기 당하는 것이 지금도 숱하게 일어납니다.

당신께서 올리시는 글에 자신을 담아내십시오. 그럴 수 없다면 그저 구경만 하십시오. 잘

쓰고 못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담아내는 것이 글입니다. 그저 숨어서 뱉어

내는 배설물은 이미 충분하게 널려있습니다.



ps. 배설물이라는 표현에 기분 상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그냥 가볍게 써도 되는 곳이 있고, 조금 조심스러워야 할 곳이 분명 있으니 과격하게 느끼시더라도 양해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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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BoxeR'fan'
04/04/15 14:57
수정 아이콘
정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그대로 쓰셨군요...
글쓰기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는 사회.......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아쉽습니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고민끝에 자신을 담아냄으로써 나오는 진정성...
이 것이 글을 쓰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퇴고나 한번도 글을 읽어보는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시면 좋을듯 한데....
아쉽습니다...

이런 말을 쓰고 싶었지만 제 필력이 부족해서...
너무나 쉽게 쓰지 말자면서 제가 너무나 쉽게 쓸까봐 쓰지 못했는데...
정말 잘 쓰셨습니다.
Reminiscence
04/04/15 15: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내사랑루시아
04/04/15 15:29
수정 아이콘
추게로
04/04/15 15:32
수정 아이콘
현 시점에 일침을 가하는 글이네요...
조용했던 PGR이있었고요... 질풍노도시기를 보내던 PgR이 있었고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PgR은 나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아직은 번데기속에서 완전한 나비가 되기위한 애벌레라고 생각되는게 요즘입니다.
여느때와 같이 논제는 항상 PgR에 올라옵니다. 두 의견을 가지게 되는게(소수의견 기타의견도 있습니다만...)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당연한 이치이고, 두 의견의 충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글의 중심생각을 이루는 논점을 놓치는 논쟁이 너무 많네요... 부수적인 의견에 집착하다보니 말싸움형식으로 댓글이 진행되고 감정적인 글로 나아가는게...아쉽네요.
중심에서 벗어나면 한없이 벗어나다가 궤도를 이탈해버리고...결국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론도 못 내지 않습니까?? 결국 결론은 각자가 내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논점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코멘트와 논쟁은 도움이 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논점이탈을 부축일뿐...
그리고...감정에 치우진 말싸움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글을 읽다보면 발끈하게되고 저도 모르게 댓글을 열심히 작성하는데...하지만 마지막엔 Write버튼을 누르지 않습니다. 글에서 언급해주신 것과 같이 배설물에 불과할 뿐이죠... 설득력도 영양가도 없는...
배설물을 뱉어버리면 누가 치웁니까??
제가 주제넘게 이런 코멘트를 쓰는지는 아닌가 조심스럽니다만...
글을 올리거나 코멘트를 달기전에 다시 한번 단순한 말꼬리 잡기가 아닌지..너무 감정에 치우치진 않았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런 과정도 PgR이 나비가 되기전에 겪어야 할 번데기 과정에 하나이길 바람니다.
04/04/15 15:36
수정 아이콘
저의 짧은 코멘트에 맞춤법이 두군데나 틀리고... 수없이 틀린 띄어쓰기... 띄어쓰기는 용서해주시고... 부축일뿐 -> 부추길뿐 바람니다 ->바랍니다 맞춤법은.. 수정^^
세이시로
04/04/15 15:37
수정 아이콘
자신을 담아내는 깊이있는 글이 감동을 줍니다...
아방가르드
04/04/15 15:40
수정 아이콘
시대가 변하면서 글쓰기의 행태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말이 글이 되고 대화가 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니 일회성, 소모성 글의 난립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하지만 뭐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공공의 게시판에서 일기는 좀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명확할 수 없는 것이니 만큼 추천과 반대의 기능으로 은연중에 다수의 생각을 글에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제하지 않더라도 사이트 내부의 자정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토론을 할 때는 실명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임지지 않는 표현과 어줍잖은 비꼼이 더 이상 PGR을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Shevchenko
04/04/15 15:40
수정 아이콘
확실히,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에는 연륜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추게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후치네드발
04/04/15 16:11
수정 아이콘
자신을 담은글. 잘 읽었습니다 :)
최환석
04/04/15 17:04
수정 아이콘
아..멋진 글입니다. '당신께서 올리시는 글에 자신을 담아내십시오' 라는 글귀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출판사를 운영하셨던은 몰랐네요. 그래서 글을 이렇게 잘쓰시나?
04/04/15 18:22
수정 아이콘
우하하하하.... 가슴이 뻥 뚤리는 군요... 혹시 배관공은 안하셨었나요?
이렇게 잘 뚫어 주시는 것을 보니..... 아마 천칙이실 수도...


하지만 작은 딴지 하나.... 가끔은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닉을 높은 수준으로 동일시 하는 사람도 있담니다. ^^*
mycreepradio
04/04/15 18:4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4/15 18:46
수정 아이콘
배관공은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쬐금^^
자신의 닉을 소중히 해야죠. 자신의 분신인데요...^^
썩은㉴과
04/04/15 23:30
수정 아이콘
저도 옛날에는 글 하나 올리면서 조마조마하고 상당한 다짐같은 걸 필요로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약해진 것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그래도 글 쓸 때는 상당히 신중한 편;;)
04/04/15 23: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
수선화
04/04/16 15:10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봤습니다....이런 글을 볼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타라는 게임을 떠나서 피지알이 존재하는 필요충분 조건이 아닌가 합니다.....지난번 보았던 "뱅갈라스의 독백"인가 하는 글 특이하게도 처음 볼때보다 읽으면 읽어볼수록 정말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글은 처음 느낌이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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