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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14 15:43:10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잡설] 신비로운 것들...
오늘 서울에 출장을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꾸벅 졸고 있다가 문득 차창 밖을 보니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벚꽃들이 한창

이더군요.

그런데 참 엉뚱하게도 질량보존의 법칙과 에너지보존의 법칙이 떠오르는 겁니다.

태초에, 그러니까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의 질량과 에너지는 조금

도 변하지 않았다 라는, 그래서 내가 지금 아름답게 느끼는 저  꽃들도 처음엔 나와 같이

우주의 한 조각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주가 하나의 덩어리였던 때는  너도 없고 나

도 없었겠죠. 이제는 우주의 아주 미세한 한 조각을 얻어 나라는  존재로 살면서 꽃을 바라

보며 감상에 젖어드는 나는 저 꽃과 다른 무엇일까? 언제가 내가 죽고 나면 지금 내 몸의

일부는 저렇게 꽃도 되고 운 좋게 중력의 그물을 벗어난다면 어느 먼 행성의 일부가 되어

다른  이들의 밤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하겠죠. 혹은 우리가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무엇

이 되어 땅속에 묻히거나 버려진 존재가 되어버리겠지요. 그래도 여전히 우주는 똑같은 질

량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겠지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건 우주는 여전히 그대로

일겁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봅니다. 아주 어린 나는 길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집니다. 무릎에서는 피

가 나고 놀라고 아픈 맘에 엉엉 울음을  터트립니다. 길바닥에 흘려진 작은 핏자국과  눈물

은 곧 비에 쓸려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흘러가고 바다로 흘러갑니다. 어느 물고기의 뱃속

에도 들어가고 누군가의 일부가 되기도 하다 다시 하늘로 증발되고 비가 되어 다시 땅으

로 내려옵니다. 목마른 벚나무에 일부가 되어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다 이제는 작은 벚꽃

의 일부가 되어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오랜만이군... 싱거운 눈인사를 건네고 짙어진 봄에 흠뻑 취해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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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14 17:21
수정 아이콘
ㅠㅠ 또다른 해석이군요ㅠㅠ
오랜만이군....
써먹어야겠어열~
최환석
04/04/14 17:21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04/04/14 18:19
수정 아이콘
이외수씨의 글이 생각 나네요... 그만큼 멋지다는 말이죠...
총알이 모자라.
04/04/14 18:21
수정 아이콘
lovehis님 저 춘천에 삽니다.
이외수씨랑 비슷한 환경이라...그런가?
갠적으로 조금 아는 분인데..별로 재미없더라구요^^
RedSaintSage
04/04/14 21:51
수정 아이콘
내가죽으면 그氣가 다른 사람육체에 들어가서 사다는것도 에너지보존법칙 인가요?
총알이 모자라.
04/04/14 22:05
수정 아이콘
RedSaintSage님//글쎄요^^ 기와 에너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문제 겠네요.
탄소 원자는 평균 약 60년마다 새로운 사람의 일부가 된다고 하더군요. (얼핏 들은 것임)기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겠죠. 무협지에서는 내공이 높으면 기가 잘 흩어지지 안는다고 하는데...현실에서는 잘 모르겠네요.^^
마술사
04/04/15 21:05
수정 아이콘
에너지보존의법칙??.....이란게 있었던가?....(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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