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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30 15:27:56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소설 프로토스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supply 2/10)
성춘 형. 저 빛은 리콜 준비하는 거지? 그치?"

또 무의식중에 머리를 쥐어박으려고 휘둘러진 손을 잽싸게 피한 성제를 쫓아가던 성춘은 위를 올려다보더니 제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막 혀를 내밀려던 성제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곤 제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형. 저, 저건 오, 오버로드... 오버로드 맞지?"

성춘은 성제의 머리를 쥐어박는 대신에 으스러져라 손을 쥐어잡고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틀림 없었다. 저건 열등하기 그지없는 저주 받은 생명체, 그러나 그 수와 잔혹함에서 치를 떨리게 하는 저그족의 수송 생명체 오버로드였다. 그것도 현자의 탑 천장을 가득 메운 채 도대체 몇 마리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가 리콜의 빛 속에 나타나고 있었다.

"오버로드. 저주 받은 생물들 저그 족의 수송 생명체다. 하늘을 날긴 하지만, 우리 프로토스 족의 상위 전투기인 스카우트 파일럿이 발가락으로 조종해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느리다. 물론 조금 빠른 놈들도 있긴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고 있다시피 걸레가 빤다고 수건 되겠나?" 이 우주적인 멍청이 절럿 선생아. 그걸 유머라고 피식거리고 있는 거냐. 성춘은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절럿 선생의 수업을 떠올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대체 저거 한 마리에 저그 족이 몇 마리나 탄다고 했더라? 4마리? 8마리? 아니아니 저글링들은 두 마리가 한 마리나 마찬가지라고 했으니까 16마리가 탈지도 모르겠군.

간신히 조그만 문서 보관대 옆으로 성제를 밀어붙인 성춘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중앙을 바라봤다. 아수라장이었다. 오버로드에선 숱한 저그족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성질 급한 저글링과 히드라들이 건물이며 문서들, 비무장의 템플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이 곳 현자의 탑은 건설된 이래 한 번도 적들의 침입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외곽 전선에서야 물 샐 틈 없는 방비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이 곳은 허술했는지도 모른다. 아이우 행성의 가장 강력한 전사들만이 모여 있는 이 곳 심장부에 적들이 리콜을 통해 나타날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형, 저기! 고위 템플러님들이야!"

성제가 가리키는 대로 3층의 통제실 창 밖 난간으로 권위와 능력을 상징하는 하얀 로브를 입은 고위 템플러들이 나타났다. 순간 성춘은 양 손을 꽉 쥐었다. 저 분들이라면. 숱한 전투에서 셀 수 없는 전공을 세워 이 곳 현자의 탑에서 후진들에게 실전 경험과 사이오닉 에너지 운용을 가르치고 있는 저 분들이라면!

"사이오닉 스테이지! (Psionic Stage)"

짧은 외침과 함께 눈부신 빛이 쏟아지며 태초의 파괴력, 벼락이 현자의 탑 중심부를 가득 메웠다. 성춘은 입을 딱 벌리며 성제를 쳐다보았다. 성제는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사이오닉 계열의 상위 단계 사이오닉 스테이지. 승려 학교의 하이 템플러 계열에서 1등을 고수하고 있는 성제는 사이오닉 계열의 하위 단계인 사이오닉 볼(Psionic Ball)을 무리 없이 펼친다 해서 또래 가운데 영웅으로 취급 받고 있었다.
성제는 또 기특하게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중급 단계인 사이오닉 블래스트(Psionic Blast)에 도전해서 절반 정도 성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건 상위 단계인 사이오닉 스테이지! 사이오닉 블래스트라 해도 한 명에게만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벼락이 현자의 탑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성제가 흥분할 만도 했다. 이 자식들, 이제 뜨거운 맛을 알겠냐! 라고 고함이라도 쳐주기 위해서 성춘과 성제는 문서 보관대 옆으로 뛰어나왔다. 정말 기세 등등했던 저글링이며 히드라들이 한 줌 핏물이 되어 현자의 탑 바닥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놈들이 왠만한 집 크기는 될 것 같은 생명체의 밑에 숨어서 두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때 저그 족 사이에서 징그러운, 물론 모두 징그러웠지만 그 중에서도 더 징그러운 생물이 하나 3층을 바라보고 기어나왔다. 사막에서 가지고 놀던 전갈을 닮은 그 생물은 '쿠엑' 소리와 함께 붉은 액체를 입에서 뱉어냈다.

"흥, 모두 죽어가는군.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겠지."
"형, 저, 저기! 고위 템플러님들이!"

고개를 든 성춘의 눈에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3층 통제실 옆 난간에 모여 있던 고위 템플러들이 뻘건 물을 여기저기에 묻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대체 저 핏물이 뭐길래! 전열을 흐트러뜨린 채 괴로워하는 템플러들 옆으로 한 마리 오버로드가 다가가고 있었다. 멀찍이서 멈춰선 오버로드에서 내리는 옆으로 퍼진 저그족 두 마리가 성춘의 눈에 꽂혔다. 날카로운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놈들은 힐끗 템플러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바로 바닥에 숨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왜 숨는 거지? 또 사이오닉 스테이지라도 맞을까 두려운 걸까? 바닥에 숨어도 사이오닉 스테이지는 타격을 준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콰카카카칵!"

그것으로 끝이었다. 놈들이 숨은 곳으로부터 3층 바닥을 뚫고 2열로 솟아나며 육박하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가시에 찔린 템플러들은 한 줌 연기로 사라졌다. 템플러들의 마지막 비명을 들은 저그족들은 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저글링과 히드라들은 태고로부터 전해져온 온갖 지식들이 담겨 있는 문서와 영혼의 그릇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야 이 미* 놈들아. 그건 네 놈들이 지금부터 몇 천 억년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사서를 담당하고 있던 템플러들도 힐끗 돌아본 히드라의 맹독성 바늘뼈 앞에서 더 이상의 메아리를 가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왜, 왜 아직까지 아무도 이 곳에 오질 않는가. 이렇게까지 파괴 당..

"형! 왔어 왔어! 질럿들이야. 드라군도 있어!"

성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춘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질럿들이었다. 언제나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 그 어떤 상대에게도 결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질럿. 이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한다는 질럿. 그래서 질럿 학교의 교훈은 "이길 때까지 싸운다"라고 언제나 거리에서 질럿들이 외치고 다니는 걸 성춘도 귀가 아프게 들었다. 승려 학교 학생들은 패싸움을, 벌일 일도 없지만, 벌이더라도 질럿 학교는 피하고 파일럿 학교나 시민 학교 학생들과 벌였다. 질럿 학교와 붙으면 온전하게 끝난 적도 없었고, 온전이란 말 자체가 질럿 학교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질럿 학교의 교사들은 그야말로 전쟁 영웅들밖에 없었고, 그들이 승려 학교 교사들이 '우주를 관장하는 위대한 행성 아이우'를 입에 올리는 것만큼이나 자주 강조하는 것은 오로지 '용기'라는 두 글자 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평판에 어긋나지 않게 질럿은 엄청난 기세로 저그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돌진하는 질럿보다 먼저 새하얀 빛의 공, 입자 분해포가 적들에게 쏟아졌다. 드라군이 그 거대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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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3/30 15:39
수정 아이콘
헉!! 시작되는 슈퍼 파위 액션 어드벤처 로망스 .........인가?


......뻘쭘거리며 사라진다....
04/03/30 16:41
수정 아이콘
아비터가 동맹맺은 저그 유닛도 리콜할수 있었나요? -_-a
그건 그렇고, 팀플에서 아비터가 나올리가 없잖아요!!
민아`열심이
04/04/02 18:43
수정 아이콘
재밌군요 ^^ ; 빨리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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