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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3/30 07:38:45 |
Name |
미남불패 |
Subject |
[겜중담소]낭만의 추억 |
2:2팀플방에 사람이 안들어와 결국 게임포기하고 친구와 채팅을 합니다. 대화체라 존칭은 생략합니다.
나 : 이번 질레트배에 추가 될 맵은 저그한테 암울했으면 좋겠다.
홍저그를 진지하게 좋아하는 친구(이하 친구) : 제정신이냐? 가뜩이나 저그 암울해 죽갔구만.
나 : 그래야 다른 저그가 우승을 못하지.
친구 : 올~~ 역시 너도 홍진호의 저그 최초우승을 바라고 있었어.
나 : 다음 스타리그에 홍진호는 결승을 가야해. 그리고 임요환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친구 : 이겨야지.
나 : 장렬히 GG친다. 최적의 시나리오 아닌가?
친구 : 미쳤군. 있는 넘이 더한다고... 임요환은 할만큼 했자너.
나 : 부족해.
친구 : 앙?
나 : 저그는 좀더 암울해 져야돼. 그 암울함을 딛고 우승해야 전설로서 인정이 된단 말여. 테란의 임요환이 그랬듯... 플토의 김동수, 박정석이 그랬듯 말여...
친구 : 메이져 우승한번 못한 저그가 더 이상 암울할게 뭐있다고 그러냐. 스톰맞을 넘아.
나 : 우승을 못했을 뿐! 조진락이 있어서 암울함을 그리 크게 느끼진 못하지 않았나?
친구 : 그야 니 생각이지. 홍진호가 올림푸스때 서지훈한테 졌을 때 얼마나 많은 저그유저들이 울분을 토했는지 알기나 하냐?
나 : 홍진호가 토나오도록 잘하긴 했지. 나도 가슴이 아팠느니라. 서로를 인정한 숙명의 라이벌.. 중에 하나가 무관의 제왕으로 머무는건 원치 않았거덩...
친구 : 예끼 이냥반아. 임요환이 그리 좋냐? 도대체 플토유저면서 임요환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 이 정체성 결여된 XX야.
나 : 블리자드는 스타를 낳았지만...
친구 : 키운건 임요환이다?
나 : 뭐 꼭 혼자 키웠다는건 아니고... 우리가 지금 일주일 내내 스타리그를 볼 수 있는데 임요환의 역할이 겁나 컷다는건 인정해야 한다 이거제.
친구 : 그건 나도 인정한다만...
나 : 거기다가.. 긴말 필요없이 임요환 경기는 재미있자너. 이기든 지든 말여. 임요환이 지는것보다 더 싫어하는게 있다면 아마 재미없는 게임을 하는 걸게다. 난 그리 믿어. 그게 그가 가진 프로의식 인게야. 한판에 수백수천만원이 달린 겜에서 로망을 찾아 모험하는게 임요환이거덩.
친구 : 구제불능의 임요환 바이러스 감염자구만. 니도 홍진호의 치열한 플레이를 깊이 음미하면 전향할게다.
나 : 충분히 음미했고 전향계획도 이미 서 있다. 임요환 군대가믄 홍진호만 바라볼겨. 낭만파 최후의 보루 아니냐.
친구 : 줏대없군.
나 : 왜사냐건 웃지요. 헐헐헐~~
친구 : 그나저나.. 니는 왜 저그가 이리 암울하다고 생각하냐?
나 : 홍진호가 없어서 그래... 이대답을 기대했냐?
친구 : 빙고.
나 : 솔직히 그렇다... 극강테란도 승부를 장담못하는 저그는 홍진호가 거의 유일하다고 보거든.
친구 : 그렇췌. 근데 요즘 계속 미끄러지기만 하니 원... 맘아파서 못살것다.
나 : 사실 임요환이나 홍진호가 예전같지 않은건 사실이제.. 글마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치고 올라오는 애들이 워낙 괴물들이라...
친구 : 그건 또 그래.
나 : 우리가 옛추억에 사로잡혀 집착하는 걸까?
친구 : 재미있다매? 임요환 경기는 재미있다매. 나도 홍진호 경기 재미있고 기다려 지거든? 그럼 된거여. 끝.
나 : .....
친구 : .....?
나 : 그래.
친구 : 실없는 놈.
마음 맞는 이 친구와 스타와 프로게이머를 논하는건 때때로 게임하는것보다 더 큰 재미입니다. 실제 대화는 훨씬 저속하죠..-저나 친구나 대화시 사용되는 욕의 량은 친밀도와 정비례한다고 믿는 터라..^^ 임진수로 대변되는 이른바 낭만의 시대...가 저물어 감을 같이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어 오늘도 즐겁습니다... 즐거우면 된겁니다. 끝.
짜투리 하나. 예전 도서관에서 간만에 공부하는데 난데없이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었습니다. 한동안 멍해있다가 진원지를 찾아봤지만 어딘지는 알수가 없더군요. 특별히 타는 냄새가 나는것도 아니고 해서 다들 그냥 신경끄고 다시 공부하는 눈치였습니다... 만 저는 어차피 집중도 안되고 해서 폭발음의 발생원인을 유추해보기 시작합니다. 얼핏 듣기로는 형광등이 터지는 소리 같았지만 깨진 형광등은 없었고 두꺼운 사전같은게 땅에 떨어질 때 지면과 접지면이 완전히 일치했을 때 낮은 확률로 폭발음이 날 수 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확인할 길은 없었죠. 소음을 낸 당사자가 사과를 한것도 아니구요. 뭐 아무튼 개념없는 학우가 일내놓고 사과도 안했다고 대충 씹어주고서, 잘 되지도 않던 공부 접고 밖에 나옵니다. 그리곤 담배한대를 태우려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는데... 라이터가 깨져 있더군요.
그때 단편적인 영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 갑니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내쪽을 쳐다보던 몇몇 사람들. 뭔가 터진듯한 소리였는데 멀쩡했던 형광등들.. 뜨거운 라지에이터 위에 올려놨던 내 가방... 가방속에 있던 라이터...
...그렇습니다. 범인은 저였던 거죠. 유즈얼 서스팩트와 식스센스, 아이덴티티 이후로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짜투리 둘. 김철민 캐스터의 빠른 쾌유와 임요환 선수의 스타리그 진출을 간절히 바랍니다. 두분다 화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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