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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24 23:28:17
Name 잊지말자. 3.12
Subject 군대 가서 좋았던 순간~~
밑의 글 중에 군대의 안 좋은 면이 부각되는것 같아서...
군대를 가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써볼께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것 같네요..
예비역 여러분. 자신의 감동적인 사연을 적어서 현역들에게 힘을 줍시다.

1.논산훈련소 가면 연무대에서 3~4일 대기하면서 신체검사를 받습니다. 사실 저는 눈이 아주 나빠 안경 벗으면 사람 얼굴이 살색도화지에 검정 크레파스 스크래치로만 보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집에 가게 될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둘째날 신체검사 하면서 아니라 다를까 재검사자로 뽑혔습니다. 속으로 '나이쑤~'하면 좋아했죠.
그날 저녁은 재검사자들만 따로 내무반을 배정받았는데, 그곳에는 씨름선수같은 체구의 깡패, 몸에 문신 한 녀석들이 판을 치더군요. 다들 매년 오는거라면서 떠들더군요.
혼자만 얼어있었죠. 조교는 우리내무실에 와서 기합을 주면서 공포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어떤 놈이 머리를 장발을 하고 와서 조교가 가위로 머리를 억지로 자를려고 하다가 그 녀석이 가위로 배를 자해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군대에 온지 이제 만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잠이 안 오더군요.
이윽고 다음날 논산군인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군의관이
"너 어떻게 온거냐..집에 가야 겠는데...어떻게 할래?"
저는 머뭇거리다 갑자기 제 입에서
"이왕 온 이상 저도 논산 훈련소로 가고 싶습니다."
(이런 망할 말이 나오다니..)
저를 포함한 투입자 2명은 뒤늦게 더블백을 매고, 조교의 인솔을 받으며 총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논산훈련소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찡한 마음이 들더군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나도 해볼련다. 화이팅'
다시 집에 올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은 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2. 논산 훈련소 유격을 받는데 자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엄청나게 힘들었습니다. 햇볕이 세게 내리쬐는 연병장에서 PT체조를 계속 하다보니 정신이 혼미하고 금방라도 쓰러질것 같았죠.
그 순간  ...
앞에 있는 유격대장이
"모두들 뒤로 누워...."
뭐할려는 지는 몰라도 누우라고 하니까 일단 이때 약간이라도 쉬자는 마음으로  눕게 되었죠.
"모두들 큰 목소리로 어버이 은혜를 부른다."
모두들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된 상태로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모두들 엉엉 울고 있었고, 저도 입에서는 악으로 깡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눈에는 눈물이 끊이지
않고 흘렀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그 순간 복받쳐 올라오더군요.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부모님 속 썩히는 넘이 되었겠죠.

3.논산훈련소에서 모든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가기 위해 더블백을 메고 저녁에 기차를 타게 됩니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도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모두들 까만  어둠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기차역으로 갑니다.
기차역에는 군악대가
'전선을 간다'를 연주하는데 눈물이 절로 나더군요.

높은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 눈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50일동안 정들었던 동기들과 함께 기차를 탔는데 시어머니같았던 조교..아니 형이
저보고 군대 생활 잘해라...
서로 웃는 모습 뒤로 눈물을 보입니다.
이제 이 기차가 가는대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논산에서의 마지막 그 순간....힘들었던 기억과 자신도 힘들면서 행군에서 뒤떨어지는 전우의 총과 군장을 들어주던 형제같던 전우들....이제 헤어지지만 무사히 전역해서 전역하는 날 서울역 앞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서 술 한잔 하기로 했던  그 때....
아련히 ...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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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04/03/24 23:55
수정 아이콘
저 역시 논산에서 부대를 향해서 출발할 때
들려주던 군악대의 '전선을간다'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려울지도 모를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하더군요.
뿌듯하면서
헐크호간
04/03/25 00:22
수정 아이콘
저는 훈련소시절때 마지막 행군을 마치고 막사 앞에서 어머님 마음
부를때 눈물도 글썽이고 제일 기억에 남네요.
soundofsilence
04/03/25 00:38
수정 아이콘
문제는 그 마음을 고참되면 다 잊어 버린다는 것이죠...T.T
Ryan Giggs
04/03/25 00:55
수정 아이콘
ㅡ_ㅡa좀있으면 가는데.
IntiFadA
04/03/25 01:39
수정 아이콘
군대가서 좋았던 순간, 말년 병장때 한 달동안 뒹굴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을때. 나머지 2년 1개월은...좋았던 순간도 있었겠으나 고참들한때 맞을 때마다 조금씩 잊어버려서 지금은 잘 기억안남...-_-;;;
또 하나의 즐거
04/03/25 02:22
수정 아이콘
전 유격보다는 각개전투가 더 힘들었답니다.. 유격은 그럭저럭 받았었는데..
각개전투때의 무릎과 팔꿈치의 고통이란...
한 30~40미터(좀 과장인가요? ^^;) 정도 높은포복,낮은포복을 할때..
왜그리 아픈지... 여자들 생리대를 챙겨가는 이유를 그때서야 알았습니다..(-_-;;)
그리고.. 그때 부르던 어버이 은혜... 참.. 눈물 나더군요...
저때는 논산훈련소 퇴소식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다가오실때
두근 거리는 맘으로 "충성~!"을 때리던 그 모습...
어머니는 저를 보자마자 눈물 범벅인 그 때... 아직도 참 생각납니다..
bloOdmOon
04/03/25 03:35
수정 아이콘
훈련소 유격훈련중의 어머니은혜,, 삭막했던 훈련병들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특효약이죠 T_T 훈련소시절, 아니 적어도 일병때까지는 모두 효자되더랍니다..단 병장달면 도루묵되는 경우가,, -_-; 제 사견으로는 딱 상병 마치고 제대하면 정신적으로는 가장 득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저같은경우 사단군번이라서 훈련소 행군을 1박 2일로 가는거리 8km 오는거리 32km를 걸었는데, 도착하면서 들려오는 군악대의 '전선을간다'가 가슴 찡했던 기억이 나네요 ^^;; 그러나, 훈련소 생활중 가장 힘들었던건, 유격도 아니고 각개전투도 아니고 행군도 아닌, '분열'이었던 듯 싶습니다 -_-; 사단군번들은 대략 이해하실지도..
분노의포도
04/03/25 04:37
수정 아이콘
군대 생활중에도 좋았던 일들이 많았지만,
제일 좋았던 기억은 역시 제대할때의 그 순간 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햇살, 공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네요..
그 순간을 다시 맛보기 위해 군대 갈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물론 다신 안가죠)
마술사
04/03/25 07:27
수정 아이콘
제가 훈련소에서 배운 군가중 제일 명곡은 역시 '전선을 간다'인것 같습니다=_= 음도 적당히 높아서 부르기도 신나고 말이죠=_=;;
마린걸
04/03/25 10:45
수정 아이콘
아 뭐야~ 아침부터 눈물 흘렸잖아요!! 엉엉엉~
언뜻 유재석
04/03/25 10:56
수정 아이콘
ㅇ ㅏ........
In.Nocturne
04/03/25 11:15
수정 아이콘
작년에 1차 휴가를 나갔는데, 바로 전날 집에 전화해서 나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 대문이 굳게 닫혀 있었서 키를 받으러 동생 학교까지 갈 뻔했던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네요.
04/03/25 14:04
수정 아이콘
제 후임은 이사가고 나서의 집이 어딘지도 몰라 망설이다가 집 전화번호도 바뀌고....친척집전화번호를 간신히 생각해내어 집으로 갔다는....
04/03/25 14:04
수정 아이콘
앗! 참고로 저는 군악대 였습니다.. ㅡㅡv
Roman_Plto
04/03/25 15:04
수정 아이콘
음.. 저도 군생활이 제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찡한 순간이 많진 않았지만.. 제대하는 순간이 제 인생에서 제일 기쁜 순간중 하나였지만..
그때 배운 사회성과 인내심이 내성적인데다가 제멋대로 철없었던 저에게는 많은 약이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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