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터널을 빠져나와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
물설고 낯설은 수원 땅에서 제주 촌놈이 느껴야 했던 그 두려움과 설레임이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 때...그래도 그 때 보았던 영화들 중 다음 세 편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그 풋풋(--;;)했던 시절을 가끔씩 떠올리게 합니다...하하하...풋풋이라...--;;;

천장지구 (1990년) 주연: 유덕화, 오천련, 감독: 진목승
덕화따거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습니다...얼마나 멋있던지...덕화 형님이 장동건이라면 저는 강호동이었습니다...--;; 현실에 좌절하는 젊은 청춘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게 다가오던지...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신파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볼때는 그런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어느 상점의 쇼 윈도를 부수고 각각 결혼 예복을 차려입은 유덕화와 오천련...질주하는 오토바이...유덕화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유덕화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 맨발로 길거리를 해메는 오천련...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애절한 등려군의 노래...
아~! 옛날이여~!

천녀유혼 (1987년) 주연: 장국영, 왕조현, 감독: 정소동
지금와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저는 주로 안타까운 애절한 사랑 이야기들을 좋아했었나 봅니다...주인공들이 죽거나 이루어지지 못하는...그건 아마도 제 얼굴을 봤을 때 앞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영화에서와 같은 애절한 로맨스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서글픈 확신을 이미 대학 1학년 때 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왕조현 등장씬은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카메라로 찍을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천녀유혼에 나오는 왕조현의 모습일 거라고 확신합니다...팔랑거리는 의상 사이로 살포시 드러나는 어께와 하얀 등... ... ...
"저런 여자와 사랑할 수만 있다면 정말 목숨까지 버릴 수 있을거야 응?"
친구 왈..."거울 갖다 줘?"
주연 배우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고 다른 한 사람도 소식을 들을 길이 없습니다...그냥 우리의 퇴색된 기억속에 "영채신"과 "섭소천"으로 남아있을 뿐...

반딧불의 묘 (1988년) 애니메이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사람에게는 묘한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절대적인 1인자 보다는 2인자를 은근히 응원하게 되는 그런 심리 말입니다. 그래서 오아시스 보다는 블러를, 캐서린 제타 존스 보다는 르네 질웨거를, 프란츠 베켄바우어 보다는 요한 쿠루이프를, 아스날 보다는 리버플을, 임요환 보다는 이윤열을...(음...)좋아하지요...미아자키 하야오가 정말 대단한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도 애정을 갖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일본을 피해자로 그리고 있다고 해서 국내 팬들에게 비판도 많이 받지만 짧은 제 생각으로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미화한다기 보다는 전쟁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평범한 일반인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연민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봅니다...그런 의미에서는 반전영화라는 생각도 하고요...pc로 보고나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정말 슬픈 영화입니다...
이제는 어찌하면 돈 좀 벌 수 있을 까? 애들 크면 돈 많이 들어갈텐데...하는 걱정만 하는 아저씨가 되 버렸지만...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꿈도 많았고 순수했던 그 시절로 하루만이라도 되돌아 가 봤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지나간 추억들은 늘 조금씩은 아름답게 윤색되게 마련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