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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16 16:19:00
Name Run.
Subject 연출될 수 없는 웃음, 잊을 수 없는 꿈.


#
올해로 나이가 서른 두개가 된, 직장인입니다.
어제, 오늘에 거친 경쟁 PT가 끝난 후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하지만 시간이 남는,
영화제목처럼 "페널티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을 잔뜩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2002년에 PGR21에 가입한 후,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남긴 글이라곤 하나 없고
코멘트만 10개라는 것과 방금 전 본 CF 속 한 게이머의 웃음이 이렇게 첫 글을
남기게 만들어 주네요.

통신이란 걸 처음 시작한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과정은 아직도
기억 납니다. 이야기나 데이터맨으로 파란화면에 ATDT 014**을 쳐대고 통화중대기
신청 전화로 접속이 끊어지면 나타나던 NO CARRIER(항상 대문자로 떴었죠) 문자,
그 뒤에 '윈 속'이란 프로그램과 넷스케이프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던 인터넷-
그렇게 오랜 일도 아닌데 너무 빨리 지나쳐간 것들이었습니다.

#
스타크래프트가 그 인기를 구축해가던 97년, 전 게임을 접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단지, 알고 있던 친구들이 열광하며 헌터스를 가로지르는 히드라 웨이브와 사이오닉
스톰의 쾌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대리로 체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98년이 되어
전 PC방 이란 곳을 처음 가봤고, 한 후배여자애에게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배웠습니다.
저를 가르쳐 준다고 시작했던 건, 팀밀리였습니다. 베넷에 접속하고는 아이디를 만들고
프로토스 유저였던 그녀의 지침에 따라 열심히 했습니다. 프로토스를 메인으로 선택하고
초반 캐논러시를 구사하며 내게 빌드오더와 유닛을 설명하던 그 아이의 실력은 지금
생각하면 굉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천천히 서둘지 않고 스트크래프트에 조금씩
빠져 들었고, 게임채널을 보고, 게시판을 들락거리고, APM이 뭔지 검색도 하게 되는
2004년이 되었습니다.

#
이렇게 글을 쓰게 된 동기 중의 하나는 위에 밝혔듯, 한 TV CF에서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종족의 싸움을 극도로 싫어하고, 게임을 바꿨을 뿐 아직도
게이머인 그. 가공할만한 연습량을 지닌 신인들의 출현에 게임을 그만 뒀어야 했다고
말했던 그. 해설자로서의 입장과 선수로서의 입장을 가장 이해하는 듯이 보이는 그.
그토록 원했던 그의 플레이였지만, 쌈장의 레이스에 허무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
김동준, 선수를 보았습니다.
한 의류 업체의 CF였는데, '꿈'을 컨셉으로 한명 한명이 나오면서 꿈을 이야기 합니다.
기존 패션광고의 애매한 메세지보다는 분명하지만, 약간 대학광고 스러운 건 맞습니다.
'꿈에 미쳤다, The Pride"란 키카피와 슬로건으로 마무리 되더군요. 하지만, 그 속에서
웃음짓는 김동준 선수의 미소는, 제가 오랫동안 보아온 그의 열정, 진지함을 그대로
보여 주더군요.

#
사실 저도 광고대행사에 다니기에 다른 회사 CF에 대해 많은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
제가 좋아하는 한 선수의 모습을, 프로게이머가 아닌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잡아낸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좀전에 제가 본 것은 연출될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꿈을
가진 남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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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16 16:48
수정 아이콘
아, 저도 봤어요. 극장에서 광고가 나오길래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헉..' 했다죠 ^^
누가 저렇게 환하게 미소짓는 건가, 하는 순간 알아보았답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서 속상했어요 ㅜㅜ

그러고 보니 무슨 CF였는지는 전혀 기억 못 하고 있었군요. ㅡㅡ;
아케미
04/03/16 16:52
수정 아이콘
…그 CF 보고 싶네요^^;;
나이가 어리지만 새롬 데이타맨과 하이텔의 기억은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전 일도 아닌데, 참 빠르게도 지나왔군요… ^^
The Drizzle
04/03/16 17:27
수정 아이콘
뚜...뚜루루루루.. 거리던 모뎀 접속음이 생각나네요...^^;;
불과 몇년전의 일인데... 세상 참 빠르군요..;;
박정석만세!만
04/03/16 18:42
수정 아이콘
맞아요 The Drizzle 님 그 소리나면 고속(?) 으로 접속한 증거였기 때문에 무척 뿌듯했었죠 한때는...^^
세인트리버
04/03/16 19:50
수정 아이콘
뚜.. 뚜루루루.. 치이이이이이... 띠이이...
작년까지만 해도 하이텔을 이용했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여담이지만 루키님은 하이텔 개오동 스타크래프트와 워3게시판 담당자셨죠..(지금도..인지는 확인 불가능이라서..-_-;)
Ms.초밥왕
04/03/16 19:54
수정 아이콘
이번 엠비씨게임 이벤트전.. 비록 파워로템이었다고 해도, 그리고 졌다고 해도 저는 김동준 선수가 선수석에 앉아 게임을 하는것을 보는것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고 정말 기뻤습니다.^^

그 사람, 남의 마음은 활활 타오르게 하더니 자신은 정작 게임을(스타크래프트) 그만둬 버리시더군요....그러고 보니 김동준 선수의 게임을 보고나서부터 스타리그에 관심을 갖게 된것 같아요.. 선수생활을 그만 하신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아쉬웠던지..

네, 그 사람 같은 종족 싸움은 정말 싫어하고.. 한가지 종족으로만 하기 싫어 랜덤을 선택했었지요.. 저에게는 이기는 모습보다 지고 나서 짓는 씁쓸한 웃음을 더 많이 보여줬었지만..그래도 그의 게임에서 뭍어나오는
뭔가 나를 매료시키는 특별함에 참 많이 그 사람의 게임을 좋아했었는데..
까페 가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루키동에 가입하고나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요..^^;;;;;; (프로게이머 까페는 나다동, 옐로우동, 루키동 3개이니 말다했죠...-_-)

김동준 선수가 앞으로 해나갈 모든 일이 다 잘됬으면 좋겠어요..^^
그 cf에서 보여줬던 그 꿈을 꼭 실현 하셨으면......


앗! 말이 많아졌다!!!
그냥...오랫만에 보는 김동준 선수에 관한 글에 가슴이 벅차-_-; 횡설수설하네요..
원래는 댓글을 "그 cf보면서 동준 선수 머리 때문에 어찌나 많이 웃었던지...." 라도 달려고 했었는데.......^^;;;


The Drizzle님//새벽에 부모님 몰래 통신 한번 해볼라치면 그 모뎀 접속음때문에 들켜서 맨날 두들겨 맞았더랬지요..^^
그 때는 자다가도 그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려니 잘 생각이 안나는것이...........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안전제일
04/03/16 20:55
수정 아이콘
그 모뎀 접속음때문에 이불로 컴퓨터를 덮어뒀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참 별짓 다했습니다..)
그 cf는 소문을 들은지 꽤 되었으나..어찌 제 눈에는 한번도 안보이는 겁니까!

저도..선수복을 입고 경기석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_^
문제의 이벤트전은 못봤지만요.으하하하
실버랜서
04/03/16 21:18
수정 아이콘
허헛- 당일 현장에 있었습니다. 오로지 이벤트전을 봐야한다는 일념으로 일정을 바꿔 빨리 서울로 올라갔었지요. ^^;;
Jeff_Hardy
04/03/16 22:31
수정 아이콘
아.. 이벤트전을 엄청 기대하면서 이번 주말에 집에 내려가면 기필코 보리라 생각했던 제게 참혹한(?) 이벤트였단 소식은 쩝....;;

저도 모뎀에 대한 추억이 많죠..^^;; 태어나서 집에선 웬만하면 전화 하지도 않던 녀석이 한달 전화요금을 20만원까지 올려놨으니... 부모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FlyHigh~!!!
04/03/16 22:40
수정 아이콘
제가 하이텔 VT모드 끝날때까지 썼었는데 그때까진 김동준님이 게담 이셨죠 :) 스타와 워3 게담 :)
포켓토이
04/03/17 03:28
수정 아이콘
새롬데이터맨... 이야기... 그리고 인톡을 써본 분이 과연 여기 있을지?
04/03/17 07:35
수정 아이콘
포켓토이// 님 생각보다 오랜 통신 인들이 여기에는 많을것 같네요... 저만해도 거의 16~7년 정도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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