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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12 16:15:50
Name 낭만드랍쉽
Subject [잡담] 초록색을 준비하는 우리네 농촌...
나의 고향이자 이제 22해째 거주하고있는 우리집.. 우리동네는 시골이자 농촌이라고 불리는 충청북도의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한없이 시끄럽고 어려운 세상..

"FTA 타결로 농민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늘어나기만하고 있는 농가부체가 우리나라 농촌을 더욱 힘들게만 합니다.", "때아닌 폭설로 수많은 농촌시설들이 무너지고,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민생현안은 뒤로한체 17대 총선에서 권력을 움켜지기위한 올인정치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멘트들이 뉴스를 가득채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세상과는 상관없이 우리동네는 조용하면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다시 세우고, 무너진 축사를 고치고, 얼어죽은 모종을 다시 준비하고, 논과 밭에 거름을 냅니다. 1년 농사를 위해 어제는 농업자금도 신청받고요.

세상이 "죽어라! 죽어라!", "떠나라! 떠나라!" 한다해도, 우리동네는 묵묵히 초록색 세상을 준비해갑니다. 때아닌 3월의 폭설도, FTA타결도 이러한 손길을 막을 수 없고, 막지 못 합니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고, 살아갈 길이기 때문입니다.

고추 모종도 이식하고, 담배도 준비하고, 이제 슬슬 논에 거름을 냅니다. 겨우내 준비했던 종자들이 이제 하나, 하나 땅으로 돌아갈 것 입니다.

어느 부동산 업자에게 넒은 공터를 보여주면, 돈으로 보일 것 입니다. 어느 건축업자에게 그 땅을 보여주면, 그 땅에 걸맞는 건물을 그려보겠죠. 어느 농부에게 그 땅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이제 조금 있으면 세상은 온통 초록색으로 채워져나갈 것입니다. 더 더욱 우리 농촌의 들판은 초록색으로 체워가겠죠. 그 초록색 하나, 하나에 정말 힘들게 버티고있는 농부들의 땀 하나, 하나가 실려 있음을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TV를보며, 머릿속을 체우고있던 생각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노 대통령님 생각도 아니었고, 국회위원님들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저도 결혼을 할껍니다. 아이도 나을꺼고요. 그 아이가 자라서 투표권을 가질 나이가 되었을때 지켜보는 세상은 어떠할까? 오직 그 생각뿐이 었습니다.

그 아이가 지켜보는 대한민국은 지금 22살의 내가 지켜보는 대한민국과 얼마만큼 다를까? 지금과 다른 세상을 그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아이 22살의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이제 한 10년정도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주축은 우리 세대가 될겁니다.


농부는 어려워도, 힘들어도 쉽게 땅을 놀리지 않습니다. 그 땅에 초록색을 칠하고 말죠. 뻔히 손해볼것을 알면서도, 여름내내 그 더위속에 고생하면서 제대로된 돈 한푼 못만질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초록색을 칠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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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High~!!!
04/03/12 16:41
수정 아이콘
저희도 농사짓습니다 ^^; 저번 매미태풍때 심대한 타격을 받아서 쩝;
하우스가 무너져서 겨우내 수입없이 살았습니다만 이제 다시 준비하고 있죠 ^^; 맞습니다 이제 초록색을 칠할때죠 :)
슬픈비
04/03/12 17:16
수정 아이콘
음..이 글 복사해서 다른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군요^^ 혹.. 저어 되신다면 댓글달아주세요 매일 확인하면서 삭제요청받는 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04/03/12 18:22
수정 아이콘
30년 넘게 큰 도시에만 살아온 저로선 마냥 부럽기만 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어느 부동산 업자에게 넒은 공터를 보여주면, 돈으로 보일 것 입니다. 어느 건축업자에게 그 땅으로 그 땅에 걸맞는 건물을 그려보겠죠. 어느 농부에게 그 땅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이 부분에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엄습하는군요.

철 들고 나서 시골이라곤 프랑스의 전원도시에서 1년 정도 살아보았는데 당시엔 무료하고 갑갑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참 그때가 그립군요.

정감이 가는 글 잘 보았습니다.
04/03/12 19:39
수정 아이콘
참... 오늘처럼 시끄러운 날에... 꼭 다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글이네요...
59분59초
04/03/12 21:21
수정 아이콘
저희 집은 농사랑은 거리가 멀지만 저희 아버지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이시지요(양동근?).
그리고 아버지 고향에서 자란 저는 전형적인 컨츄리걸이랍니다^^
선생김봉두에 나온 그런 초등학교 출신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학교 지금은 폐교되고 모 기업 연수원으로 쓰이더군요.
저에게도 빤스만 입고 개울에서 수영하고, 고양이풀 뜯어먹고(그 시큼한 맛~), 메뚜기 구워먹던(냄새가 죽인다죠)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어른키도 훌쩍 넘을 정도로 높다랗게 쌓아올려진 볏단위에서 깜박 잠이 든 바람에 저 잃어버린 줄 알고 걱정하셨던 엄마한데 무지하게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또 언젠가는 제 동생이 뱀한데 물려서 내동생 죽는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드랬는데 다행히도 그 뱀이 밀매기(맞춤법이 맞는진 모르겠습니다-_-), 즉 독없는 뱀이었던 바람에 놀란 가슴 쓸어내렸던....
어린시절 저는 도시의 아이들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갖고 있답니다(자랑? 훗^^).
그래서일까요? 도시생활에 영 적응이 안됩니다. 이제 적응할때도 됐는데 말이죠.
어딜가나 우글대는 인파들, 개성이라곤 하나도 없는회색빛 빌딩들 구토날 지경입니다. 무엇보다 도대체가 계절의 변화를 모르겠습니다.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성장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래서..초록색을 준비하는 농촌이라... 듣기만 해도 상쾌하고 즐거워집니다.
고향냄새가 간절히 그리운 밤입니다.

p.s. 농민 화이팅! 농촌 화이팅! 힘내세요! 당신들에게 크나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데 우리네 정치인 아저씨들과 약간명의 아줌마들 지금 뭐하는 짓거리인지...
탓하면 뭐합니까 느는건 한숨뿐입니다.
더불어 먹고 살겠다는 명분으로 연고 하나 없는 이 삭막한 도시에 올라와서는 구역질이나 헤대는... 저 또한 대체 뭐하고 있는 짓일까요?
멈춰랏! 생각들아~ ^^;
리부미
04/03/13 01:05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밥 맛있게 묵고 있습니다.............!!
하루에 꼬박꼬박 3끼씩 꼭 묵겠습니다...^^
고맙습니다~~
04/03/13 21:59
수정 아이콘
허허.. 이런 좋은글을 안 읽어 주는 다른 회원님들이 원망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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