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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3/10 12:57:31 |
Name |
workbee |
Subject |
시작하는 고등학생을 위하여. |
-pgr에서의 첫 글입니다.-
[요즘 학기초라 그런지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군요.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여러분. 중학교 때랑 많이 다르지요? 학교도 일찍 가야되고 배워야
할 과목도 많고, 여러모로 많이 힘들겁니다. 아직도 예전처럼 심하게 때리는 학교가
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그럴만도 한 것 같습니다. 전 올해부터 고등학교에 근무
하게 된 수학교사입니다. 저도 그렇고 저희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은 때리지 않습니다.
여고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특성상 남고라면 때리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선택의 한 방법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명찰이나 교표
안 달고 오면 정말 무식하게 많이 맞았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명찰 안
달았다고 때리지는 않거든요.. 그냥 달고 다니라고 하지. 안 달면 벌점 주는 것은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반에서 명찰 달고 다니는 학생이 안 단 학생보다 많습니다.
어려운 일 아니죠? 그런데도 안 하는 학생이 더 많죠. 하물며 잘못의 강도가 더 높아
진다고했을 때, 많은 학생들을 통솔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체벌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요...
PGR에 오시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 얘기지만, 정해진 규칙을 소속원 누구나 지키면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면 규칙이 많을 필요도,
세분화 될 필요도 없고, 강제성을 띌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통 게시판 문화가
그런가요?
아니죠.... PGR처럼 강제가 없으면 PGR만큼의 게시판 수준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 규칙이나 규정 없이도 잘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치 못한 사람들 때문에 많은 제재가 가해지게 되는 것이고 잘 하는 사람들
까지도 불편을 겪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 힘드나요?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선생님이 몽둥이(!)를 들고 여러분을 패(!)시나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픈 겁니다. 학교에 체벌이 사라진다면 인터넷에 있는 모든 게시판이
규칙없이도 pgr처럼 될 겁니다. 불가능하단 얘기죠. ^^
공부에 관한 것도 얘기해 드리고 싶네요. 중학교 때까지 놀았어도 상관없습니다.
공부 못했어도 고등학교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절대 안 늦어요. 공부 못하는
사람 중 머리 나빠서 못하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안해서 안되는 거지, 나빠서 못하는
거 결코 아닙니다. 이런 얘기하면 말을 너무 쉽게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럼 제 얘기를 들려 드리지요.
저는 중학교 때 반에서 30등도 못했습니다. 그 당시는 한 반이 45명 정도였으니 전체
300등 정도 한 거지요. 물론 더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그 상태 그대로였다면 지금
고등학교 교단에 서서 학생들한테 "수학"을 가르치는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 했겠지요.
중학교 때 가정 시험을 봐서 30점을 맞았습니다. 선생님이 90점 맞은 사람 불러내서
1대 때리고, 80점 맞은 사람 2대, 이런 식으로 10점 당 1대씩 때리더군요. 40점 맞은
사람 불러내서 6대 때릴 때까지 정말 조마조마했습니다. 한 대 맞고도 아파서 죽을려고
하는데, 7대나 맞아야 되니까요 이제 나갈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더 안 부르시더라구요.
애들이 이상해서 선생님을 쳐다 보니까 선생님께서 "그 밑으로는 맞을 가치도 없어"
하시면서 그냥 수업을 하셨습니다.
순간 맞을까봐 긴장하다가 안 맞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40점 맞은 애들은
그냥 하나 더 틀렸으면 하고 투덜댔구요. 수업이 시작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맞을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나.. 그랬던 것이었나... 나란 존재는 공부를 못하니까
선생님들한테 그냥 버려진 그런 것(!)이었구나...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저처럼
"맞을 가치도 없는 아이" 4명정도는 안 맞아다고 좋아하더군요.
자랑하면서... 너무 슬펐습니다. 쟤들은 속상하지도 않을까.. 너무 슬펐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도 저 선생님이 기억에 납니다. 지금은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 고마우신
분입니다. 왜냐면 저로 하여금 "공부"라는 것을 해야 하고, 하게끔 만들어 주신
분이니까요. 이 때를 계기로 공부해야겠다.. 마음 독하게 먹고 시작했습니다.
제 때는 고등학교 갈 때도 수능시험처럼 시험을 봤습니다. 성적이 안 좋으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못하지요. 중학교 3학년 2학기 정도 되면 인문계갈 학생들만 공부를
하고 실업계 갈 학생들 공부 안합니다. 어짜피 시험봐서 가는게 아니니까요.
사회 시험을 보고 나서 성적이 안 좋은 애들을 방송실을 집합시켜서 엎드려 뻗쳐를
시켰습니다. 보니까 저 빼고 다 실업계 고등학교 갈 학생들이더라구요. 전 인문계
고등학교 가고 싶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니들이 공부안해도 된다고 이런 식으로 밖에
못하겠냐?" 하시면서 때렸습니다. 전 실업계 갈 게 아니니까 그 자리에서
"전 아닌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습니다. 그랬으면 더 맞았겠죠. 인문계 갈
놈이 그 모양이냐고....
3학년 2학기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는게 없으니 정말 힘들었죠. 고입시험을
위한 문제집을 사다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었습니다. 모르는 거 그냥 답 적어 놓고
보고 또 봤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이 S대
K, Y대 등등 순위 있는 것처럼 고등학교도 그랬습니다. 당연 제일 좋은 고등학교는 못
갔지요. 어쨌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있었으니,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영어 첫시간에 선생님께서
"영어 공부 5단계 비법" 이라고 알려 주시더라구요. 그대로 했죠. 다음 시간에 선생님
께서 책을 검사 하셨는데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한 학생이 저밖에 없더라구요.. 48명 중에.
제 책을 들고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하라고 하시는데, 그게 좋아서 영어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일어나서 책 읽고 해석하라고 하면,
해석은 커녕 읽지도 못했습니다. Man TO Man, 성문 영어, 이런거 고등학교 가서 처음
봤습니다.
당시에는 매달 수능 모의고사를 봤었죠. 영어가 40점 만점일 때입니다. 첫 모의 고사
20점 조금 넘었습니다. 반년이 지나니까 30점 넘더라구요. 2학년 가서는 1문제나 2문제
틀렸습니다. 문법은 전혀 모르지만 선생님 가르쳐 준대로 하니까 독해는 되더라구요..
수능은 뜻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니 어려울 거 없었죠.
고등학교 때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워낙 아는게 없으니 어렵더라구요.
시험 기간에 소위 말하는 암기과목들을 최소한 과목당 5시간 이상 공부했습니다.
여기서 5시간이라 함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말하는게 아닌 순수 공부한 시간만을
말합니다. 어쨋던 그렇게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1학기 중간고사를 전체 150등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 비하면 잘한 거죠? 중학교 때 300등이었으니. 하지만 억울했습니다. 사회 같은
경우 어떤 애들은 머리가 좋아서 1시간 하고도 97점 맞는데, 전 5시간 하고도 70점맞았으니..
그래도 원래 못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했습니다.
기말고사 때에는 100등이 되더라구요.. 2학기가 되어 중간고사 때에는 35등 정도 했습니다.
기말고사에는 20등 정도 했구요.. 2학년이 되어 첫번째 중간고사에서는 2등을 했습니다.
그 뒤로 1, 2, 3등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구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안해서 안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이런 식의 응답이
오더라구요. "넌 머리가 좋으니 그렇지." 절 아는 사람 결코 저보고 머리 좋다고 안 합니다.
오히려 나쁘면 나빴지. 별명도 "망각증"이었습니다. 건망증 정도로는 절 표현할 수 없다고
망각증이라고 불렸습니다. 정말 외우는거 못합니다. 공부할 때도 남들 3분이면 외우는거
혼자 10분동안 봐야 겨우 외웠습니다. 그나마 시간 지나면 잊어먹고... 금붕어라고도
불렸습니다. 워낙 기억을 못해서..
어느 정도냐면 학교 가는데 깜빡하고 책가방을 안들고 그냥 도시락가방만 들고 학교 간
경우도 고등학교 때만해도 2번입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시키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공부하고자 한다면!
결코 자신의 머리 탓하지 마세요. 탓하고 싶으면 자신의 "의지"와 "게으름"을 탓해야 합니다.
뭘 하시든지 자신의 능력껏 최선을 다하세요. 그게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할 때
확실히 하고 놀 때 제대로 노세요 그저 멍하니 앉아 시간 보내면, 너무나 그 시간이
아깝습니다.
여러분들 고등학교 생활 이제 시작이지요? 누구나 똑같은 출발점에 있습니다. 먼저 학원에
다녀 배운 사람도 있을테고, 중학교 때 배운 내용조차 모르는 사람 있을 겁니다. 다 상관
없어요. 고등학교 시작되는 이제 잘 하시면 됩니다. 학교에서 배운거 공부하기도 벅찹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게 공부지 선생님이 하는 걸 보는게 공부가 아닙니다.
누구나 다 열심히 하시고 그 결과에 만족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등학생 여러분 모두 열심히 하세요! 저도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
추신: 원한다면 앞으로 공부하는 방법(?) 같은 것도 올려 드리지요.. 특히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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